김상욱 KAIST 신소재공학과

거리를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원소(element)들 중 가장 좋아하는 원소가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과연 어떤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올까요? 아마도 소재 분야에 지식이 있는 여성이라면 탄소라고 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가장 값진 보석으로 알려져 있는 다이아몬드가 탄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탄소는 다아이몬드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샤프심이나 석유, 석탄에도 들어가 있죠. 또 탄소는 모든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이기도 하죠. 어느 원소보다 화합물이 많고 활용도가 높습니다.

다이아몬드라는 명칭은 그리스어의 `AMADAS(영어로 unbreakable)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 단어는 `정복할 수 없다, 또는 부러뜨릴 수 없다`라는 뜻으로 변하지 않는 사랑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리스인들은 하늘에서 지구로 떨어진 별 조각, 신이 흘린 눈물이라고도 표현했을 정도로 다이아몬드를 신비롭고 아름다운 보석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보석 사랑`이라는 책을 펴낼 정도로 보석 애호가였던 세기의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다이아몬드를 가장 아꼈으며, 그녀가 소장했던 다이아몬드는 `테일러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으로 고가에 경매에 부쳐지기도 하였습니다. 또 다이아몬드의 유혹에 넘어가 이수일을 버리고 김중배를 선택하는 심순애 이야기만 봐도 여성들에게 다이아몬드가 얼마나 매력적인 보석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연필심의 흑연과 같은 탄소임에도 불구하고 강철에 비해서 2.5배나 높은 강도를 지니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깊은 지하에서 높은 압력을 받아 만들어지는 다이아몬드는 세상 어떤 물질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성질을 가진 물질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습니다.

그렇다면 신소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원소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진다면 과연 어떤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올까요? 이 역시 최근의 과학계의 상황을 볼 때 탄소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다이아몬드를 사랑하는 것이 어찌 여성뿐이겠습니까? 이처럼 과학자들에게도 다이아몬드는 또 다른 의미로 아주 매력적인 존재이지요.

최근 과학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s)나 그래핀(grapheme)과 같은 신소재들이 바로 탄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탄소나노소재들은 1990년대부터 발견되기 시작하여,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이 분야에서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작고한 과학자 스몰리(Smalley) 박사는 최초의 탄소나노소재인 축구공 모양의 플러렌(fullerene)을 발견하여 1996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고, 불과 몇 년 전인 2010년에는 영국의 가임(Geim) 교수와 노보셀로프(Novoselov) 교수가 가장 최근에 발견된 그래핀의 물성을 최초로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한국인 과학자인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김필립 교수가 아쉽게도 수상자에 포함되지 못해 많은 국내외 과학자들이 아쉬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들 탄소나노소재들이 이렇게 큰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기계적으로 매우 유연하면서도 마치 금속이나 반도체와 같이 전기를 통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특성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탄소나노소재들은 기존의 딱딱하고 변형이 불가능한 전자기기들과는 다른 투명하면서도 쉽게 구부릴 수 있는 고성능의 전자기기나 디스플레이, 에너지 기기 등을 만들 수 있는 신소재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요사이 이런 신기한 미래 장치들이 인기 있는 SF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여 우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도 하고 풍요로운 미래생활에 대한 꿈을 꾸게 합니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사람의 의지에 따라 공간상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고 변형될 수 있는 투명한 디스플레이나 컴퓨터 같은 미래의 전자기기들이 바로 탄소나노소재를 이용하여 실현되지 않을까 하고 많은 과학자들이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수 세기 동안 다양한 의미와 모습으로 인류와 함께해 온 다이아몬드. 더불어 삶의 질이 점점 높아져 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이아몬드의 사촌 격인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도 너무나 익숙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고, 우리 주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탄소로 이루어진 이들 신소재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 나아갈지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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