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익 소장과 함께하는 공부 잘하는 법

시지각은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시력과는 다르다. 시력은 보고자하는 물체를 깨끗하게 볼 수있는 능력을 말하며, 시지각은 눈을 통하여 들어온 정보를 두뇌의 시지각 영역에서 인지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눈은 정보의 유입 경로일 뿐이고 실상은 뇌가 보는 것이다. 아무리 시력이 좋고 안구에 질환이 없더라도 두뇌의 시지각 영역이 오작동을 하거나 정보 처리를 못하면 인간은 볼 수가 없다.

유명한 실험이 있다. 갓 태어난 고양이의 한 쪽 눈을 안대로 가린 상태에서 키우면 해당 안구에는 물리적인 이상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볼 수 없다. 눈을 통하여 들어온 정보가 전혀 없었으므로 뇌의 시지각 영역이 발달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눈이 아니라 뇌로 본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지난 20년간, 뇌는 젊을 때에 굳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과학적 증명들이 축적되어 왔다. 오늘날 과학계는 대부분의 과학자가 `신경(뇌)가소성 이론`(뇌가 생각과 활동을 통해 그 기능과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개념·Neuro-platicity)을 인정하고 있다. 이 이론은 두뇌 훈련 프로그램들의 과학적 기초가 되었고 이를 토대로 뇌의 복잡한 체계에 관한 전문지식을 모아 뇌의 전반적인 기능 향상을 위해 `뇌가소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활발히 연구 중이다.

우리의 감각(눈·귀·코·피부·입, 고유수용성감각)은 뇌에 정보를 전달하는데, 시지각은 뇌가 우리의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하는데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30대 이후부터 인간의 시지각 처리능력은 조금씩 약해진다.

이로 인해 30대 이후부터 인간의 뇌는 시지각 정보를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빠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동시에 일어나는 다양한 시지각적 사건들을 처리하는 능력이 감퇴하게 된다. 얼마 전에 본 내용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든지, 운전을 하고 있는데 골목에서 튀어 나오는 아이나 자동차들 사이로 갑자기 뛰어드는 고양이에게 예전만큼 빠르게 반응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시지각적 처리기능이 약해지면, 시지각 감각에 의존하는 모든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끼치므로 `예전보다 둔해졌다`고 느끼게 된다.

근래에는 과도한 학습으로 인한 시지각적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청소년들에게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책을 싫어하고 책 읽기의 속도가 느리거나, 또래에 맞지 않게 만화책만을 고집하거나, 머리가 아파서 책을 못 읽겠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책을 읽을 때 쉽게 피로해 지거나, 집중을 오래 못하고 졸리는 경향이 자주 있거나, 자주 빼먹고 읽거나, 읽고 난 내용이 오랫동안 기억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

시지각 훈련은 뉴런(뇌신경세포)간의 의사 소통을 좀 더 빠르고 분명하게 함으로써, 뇌가 더 많은 시지각 정보를 더 정확히 받아들이도록 훈련시키며, 결과적으로 두뇌의 시지각체계의 정보처리속도를 빠르게 향상시키게 된다. 이렇게 우리의 경험과 기억의 많은 부분들이 우리가 본 것에 의해 정의되기 때문에 시지각적 정보처리능력 개선은 뇌훈련의 중요한 근간이 된다. 사람들은 시지각 처리능력과 기억력이 개선되면 스스로 더 똑똑해졌다고 느끼고 자신감이 커진다.

시지각 정보처리의 가장 큰 핵심 능력들은 크게 5가지로 시지각훈련을 통해서 개선이 가능하다. 첫째, 시지각처리 속도(Visual Processing·눈을 통하여 들어 온 정보들에 빠르게 반응하도록 돕는다), 둘째, 시지각적 정밀함(Visual Precision·눈으로 본 물체나 사물의 모양과 세부 사항을 구별하고 알아 차리도록 돕는다), 셋째, 유용한 시야범위(Useful Field of View·한 눈에 정보를 받아 들일 수 있는 시야영역), 넷째, 분리된 집중력(Divided Attention· 우리의 시야에 들어 온 여러가지가 동시에 움직일 때, 각각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도록 돕는다), 다섯째, 시각기억력(Visual Memory·시각적으로 본 것들을 순서에 맞게 정확히 회상해 내는 것을 돕는다)이다.  HB두뇌학습클리닉 대전본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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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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