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해법

일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해 여성취업자 수는 1009만 1000명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17만 7000명(1.8%)이 증가했는데 그 중 50대 여성취업자 수가 13만명(6.8%)으로 크게 늘었다.

50대 여성의 취업은 경력단절여성의 취업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에 전문직 등에서 종사하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의 문제로 일을 그만뒀던 여성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나 개인의 성취감 등 경력단절여성들이 다시 일을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수 년 동안 자녀양육과 가정에만 충실했던 이들이 다시 사회로 나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쉽게 생각했다 큰 코 다칠 수 있는 재취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경력단절여성의 취업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선 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등에서 지원하는 여성취업 지원제도를 위탁 시행하는 기관을 방문하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얻고 취업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대전 서구 용문동에 위치한 대전YMCA여성인력개발센터는 지난 1994년 '일하는 여성의 집'으로 개관한 이후 처음 직업교육을 시작해 현재는 대전시 지정 여성직업전문훈련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9년부터는 대전여성새로일하기센터로 지정,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취업지원 프로그램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위탁사업으로 교육과 취업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 여성인력개발센터 측의 설명이다.

재취업을 원하는 경력단절여성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회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력단절여성이 막연하게 재취업을 원하지만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끼거나 어떻게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해 좌절감을 느낀다. 이 같은 고민을 가진 여성들을 15명 이내로 모아 운영하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서로의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용기를 북돋고 취업준비에 필요한 실질적인 노하우를 가르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루 4시간씩 총 20시간 동안 전문 직업상담사와의 집단상담을 통해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하고 성격유형검사, 직업선호도검사 등을 거쳐 자신의 유형을 분석한 후 적성에 맞는 취업분야도 찾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취업의 기초가 되는 이력서·자기소개서 쓰는 법부터 모의면접을 통한 면접스킬까지 그야말로 알짜배기 취업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이경림 직업상담사는 "경력단절이 된 수년 동안 오로지 가족을 위해 자기 자신은 뒤로 미루었던 여성들이 성향검사나 흥미검사 등을 통해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가지면서 예전에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며 "경력단절 여성들은 취업준비특별반(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모의면접 등 실제와 비슷한 상황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각자의 취업희망분야를 결정했다면 '맞춤형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는 중소기업경리사무원(180시간), 초등논술지도자(160시간), 결혼이민여성 유통매장관리전문가 양성과정(160시간), 콜센터 고객관리·OA교육(160시간), 노인건강관리사(255시간) 등 6개 과정의 맞춤형 직업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다.

중소기업경리사무원을 제외한 나머지 과정은 이론과 현장실습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노인건강관리사의 경우 연령제한 없이 이루어져 60대 여성도 참여할 수 있다. 중소기업경리사무원 직업훈련은 현장실습보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나 전산회계 자격증 등 직종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에 중점을 두고 교육이 진행된다.

각각의 교육인원은 20여명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면접을 통해 열심히 교육을 듣고 취업할 의향이 있는 지원자를 선발하는데, 지난 해 인기가 많았던 교육과정은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재취업 희망 여성에게 최대 6개월까지 직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직장체험·주부인턴제'도 운영한다. 주부인턴제는 인턴으로 재직 후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90%에 달해 파견 기업과 재취업 희망 여성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대전지역 여성친화직종 채용수요조사를 통해 여성에게 적합한 직종을 개발하는 작업도 매년 1-2회 정도 이루어진다. 재취업 희망 여성들에게 직종 선호도를 조사하고 지역 내 기업들로부터 채용의사를 조사함으로써 경력단절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직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경력단절여성이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특히 30-40대 경력단절여성의 경우 양육과 가사에서 자유로운 연령이 아니기 때문에 일과 가정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기 쉽다.

정현주 여성인력개발센터 부장은 "센터를 많이 찾는 30-40대 여성들은 자녀가 학교에 머무는 시간에만 일하고 방과 후에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단시간 근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일하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급여가 낮아지기 때문에 재취업한 여성이 일터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용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가정 양립 복지지원 서비스는 이처럼 재취업을 결심한 여성이 부딪히는 가정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여성인력개발센터 내 보육센터에서 전문보육교사가 '워킹맘'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봐주고, 월 5만원을 부담하면 주 1회 3가지 반찬을 받아갈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워킹맘 정 모(35)씨는 "소박한 반찬 3가지라도 나처럼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큰 가사부담을 덜어주는 게 사실"이라며 "다시 일을 시작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자녀양육 등의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만큼 이런 지원기관과 제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