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가이드

경제 관련 기관에서 쏟아내는 각종 경기지표는 어둡기만 하다. 2008년 하반기 미국발 서브프라임을 시작으로 지난해 유로존 경제위기까지 넘어야 할 파도 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경제난을 피해갈 수 없다. 대전·충남 등 개발 잠재력이 높은 몇몇 지방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 부동산은 약세를 보였다. 특히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수도권이 동력을 잃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부동산 경매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세종시·과학벨트 등 각종 개발호재가 맞물린 대전·충남의 경우 '노다지'를 캐기 위한 전국 투자자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일반 매매시장의 급매물보다 싸게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 경매의 매력이다. 부동산 경매시장 세계를 들여다 봤다.

◇노후 준비용 수익형 부동산=은퇴 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매 부동산은 오피스텔이다.

아파트처럼 임대와 매매시세가 비교적 정확하기 때문에 경매에 참여시 가치 산정이 쉽고 권리분석도 간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 대학가 물건의 경우 경쟁률이 높다.

오피스텔을 낙찰받을 땐 건물용도를 따져봐야 한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했다면 주거용으로 속하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이 유리할 수도 있다.

임대주택법 개정에 따라 오피스텔 한 채라도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해졌다. 단, 5년 이상 임대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하나의 건물에서 많은 경매물건이 나왔을 때다. 경매 물건 중 한 사건번호에 다수의 물건번호가 붙어 있을 땐 일부가 낙찰되더라도 전체가 다 낙찰된 이후에 배당일자가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소형 규모 아파트 물건이 강세다.

백범진 대한부동산경매학원 원장은 "과학벨트, 세종시 등으로 인구 유입이 늘어나며 1-2인 가구를 소화할 수 있는 실속형 아파트 물건이 큰 인기"라고 말했다.

부동산경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를 위한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입을 모았다.

◇'모 아니면 도' 상가 투자=수익형 부동산 가운데 성공을 가늠할 수 없는 분야는 상가다. 실패와 성공의 가능성 모두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가 경매시장은 활발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에 따른 창업열기로 수요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매 전문가들은 상가투자의 경우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대로 된 상권형성이 이뤄지기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상가 경매의 장점은 기존에 형성된 가격에 비해 싸게 낙찰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몇 번 유찰된 물건이 많기 때문이다. 상가는 개별성이 강하기 때문에 실거래가를 산정해 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상가 매입 계획을 세웠다면 철저한 상권 분석은 기본이고 임대료 예측도 꼼꼼히 세워야 한다. 아울러 관리비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입주자들이 관리비를 내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알아둬야 할 기본 경매 용어=매각 물건 명세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유치권'이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이나 부동산과 관련, 채권이 있을 경우 그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이나 부동산을 강제적으로 반환하지 않을 수 있는 법적인 권리다.

임차인에 의한 유치권 신고가 된 물건의 경우 그 임차인과 임대인이 맺은 임대차 계약서를 살펴야 한다. 낙찰 후 권리분석 기간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입찰을 했다면 낙찰 후 역권리 분석을 통해 물건에 문제 여부를 따져야 한다.

만약 매각물건명세서상의 치명적인 문제를 발견했다면 낙찰 후 7일 이내에 매각불허가신청이 가능하다.

공유 지분이 있는 지분경매도 관심이 높다. 공유지분 부동산은 하나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상에 소유자가 여러 명으로 된 경우를 말한다. 주로 상속이나 공동투자에 의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 지분소유자의 지분에 대해서 입찰이 가능한 것이 지분경매다. 지분경매 참여시 등기부등본상의 공유지분자를 파악해 공유자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공유자 매수청구권 행사를 요구한 경우 한 달 이내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낙찰자가 차순위로 낙찰받을 수 있다.

◇경매 주의사항=경매의 기본은 권리분석이다. 등기부상의 권리관계, 임차인 대항력 여부를 살펴 낙찰 이후 말소되지 않고 인수해야 할 권리가 없는지 챙겨둬야 한다.

경매물건은 낙찰 전까지 섣불리 행동하면 안 된다. 변경, 취하, 연기 등 변수가 많은 것이 경매다. 조급증을 갖고 경매에 임하면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계획을 여유롭게 세워야 좋은 물건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경매는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와 달라서 낙찰시 10-20% 가량을 보증금으로 내고 낙찰 후 45일 이내 잔금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자금 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세워야 한다. 낙찰 후에 잔금 납부를 못하게 되면 보증금을 몰수당 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시장에 던져진 물건이 많다. 유찰 과정을 충분히 살펴본 뒤 가격거품이 빠진 후 들어가는 것도 좋다.

또 평소에 경매 예정 및 대기물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탄탄한 입찰전략으로 시세분석과 권리분석이 이뤄진다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입찰 방식이 편리해지는 만큼 현장 확인의 중요성이 크다. 부동산의 관리상태나 현지 시세 등을 꼼꼼하게 알아둬야 한다.

이재희 공주영상대학 부동산복지경영학과 교수는 "경매에 나온 주택의 경우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대항력이 있는 세입자에게 기존의 임차 금액을 물어줘야 할 경우가 종종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경매는 항고판결이 3-6개월, 이사(명도)까지는 추가로 2-3개월이 더 소요되는 만큼 추가 부담요인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why@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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