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이야기 ⑨ 유성시장

대전을 대표하는 유성시장은 등록점포수 200여개에 골목마다 빽빽히 들어선 노점들로 장이 열릴 때마다 1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진=대전일보 DB
대전을 대표하는 유성시장은 등록점포수 200여개에 골목마다 빽빽히 들어선 노점들로 장이 열릴 때마다 1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진=대전일보 DB
대전 유성시장은 옛날 5일장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국에서 몇 안되는 시장이다.

4일과 9일마다 열리는 유성장에는 대전은 물론 공주부터 연기까지 농민들이 한아름 들고온 신선한 채소부터 개, 고양이를 데리고 나온 가축 상인, 이를 구경하러 나온 1만 여명이 넘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유성장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10년대 부터다. 소를 키워 내놓는 우시장이 생기면서 인근에 자연스레 사람이 모여들고 국밥집을 비롯해 부수적인 상점이 자리하면서 시장의 형태를 갖췄다.

지금은 등록 점포수만 200여개에 장날이면 통로를 가득 메우는 먹을거리 장터로 북새통을 이루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이 됐다. 도시철도 구암역과 인접해 장날이면 철도가 운행되는 시간까지 멀리 판암동부터 찾아오는 손님은 물론 유성시외버스터미널, 금호고속터미널 등 교통망이 좋아 타 지역 사람으로 붐빈다.

도시와 농촌의 형태가 자연스레 어우러진 유성시장은 노은지역과 죽동, 학하지구 등이 개발되면서 시장 인근을 떠난 주민도 장날이면 유성시장을 찾아와 빈대떡에 막걸리 한 사발을 시켜놓고 담소를 나누는 이웃 정이 모이는 장소가 됐고 유성시장과 비교적 가까운 연구단지 종사자들도 우리 옛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려, 산 교육의 장으로 고사리 같은 아이의 손을 잡고 장을 찾는다.

특히 상인이 직접 길러 내다 파는 갖은 신선식품과 방대하게 열리는 먹을거리 장터가 가장 큰 자랑거리인데 전국 어느 시장이든 세금을 다 내고 장사하는 일반 상점과 노점 사이에 마찰이 있게 마련이지만 유성 시장 만큼은 오랜 세월 다져온 정으로 서로를 감싸는 넉넉한 모습을 보여준다.

노점은 노점대로 자리를 내어주고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상인들에게 고맙고 점포 주인은 주인대로 맛있는 먹을거리를 선보이며 손님을 붙들어 주는 노점상에 고마움을 갖는다.

유성시장 먹을거리 노점은 1500원, 2000원 하는 잔치국수부터 시장 특유의 별미인 팥죽, 2500원 보리밥 등 메뉴도 다양하다. 장날 시장을 찾은 손님도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기 보다는 시장 노점 한 구석에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노점 앞에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다. 특히 이북할머니의 빈대떡 노점은 길 한가운데 차려진 간이 탁자에 앉아 빈대떡에 술 한잔 기울이는 사람들로 유성시장의 대표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데 고소한 기름 냄새에 유혹당했다가 자리가 없어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유성시장 할머니 보리밥`은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서 먹으라고 써붙이기까지 했지만 2500원 보리밥과 1500원 국수를 먹으며 시장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손님들로 외려 바깥 자리가 상석이다. 젊은 층에게는 1줄 1500원 하는 우엉김밥이 맛있기로 입소문 났다.

지난해에는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아 문화공연장을 마련하고 시장 상인과 손님이 한데 어우러지는 문화 행사를 열었다. 문화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긴 했지만 평소 시름을 잊으려 즐겨 부르던 노래실력을 다른 사람에게도 뽐내고 우리 지역에 가수로 등록된 스타를 초청해 노래를 청하는 편한 즐김과 어울림의 행사다.

이렇게 잘나가는 유성시장에도 고민은 있다. 대전시 도시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있어 시설정비가 불가능하고 전통시장으로 등록도 못했다는 점이다.

여느 전통시장 입구마다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영주차장이나 전통시장용 쇼핑 카트는 고사하고 아케이드 조차 설치하지 못해 손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장날이면 일대 도로가 꽉 막힐 정도로 사람이 붐비지만 도로 확장조차 할 수 없다는 게 상인들의 가장 큰 근심이다.

박정기 유성시장 상인회장은 "유성을 찾아 유성온천과 족욕을 즐기시고 유성시장에 들러 명물 장터국수와 보리밥을 꼭 맛보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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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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