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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온 편지 2

2012-02-07기사 편집 2012-02-06 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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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청론]시집간 딸에게 보낸 편지 절절한 모정 오롯이 담겨

첨부사진1이옥재 편지
"아자바님 행차 어제로 단녀 날 / 네 글시 보고 반가와 밤의 블 혀 노코 / 다들 자라 가신 후의 혼자 다시 다시 보며 / 하 반가오니 눈믈이 나고 새로이 섭섭 그리워 가이 업다 / 우리도 무사히난 이셔 아자바님 오시니 반갑기 든든 감감 하랴마난 / 니집을 고작고작이 기다리다가 아니오니 섭섭 굿브말 어이 측냥하리 / 새다록 울고 뎡티못하야 하며 / 그 병환 하 듕타하니 / 념녜 더 가이 업다 / 관골 사람 가거날 니집으로 한대 잠 뎌그대 / 졍신을 뎡티 못하야 겨유겨유 그리며 / 아기내도 이십사일의 뎔의셔 나려 왓다 / 가지가지 보낸 거산 다 자시 밧고 / 아마도 하 졍셩되고 곡진하니 에엿브기도 심하대 / 네 슈고하고 이런 일 하기예 글로하난가 잔잉 못 니자니 브대 글로 마라 / 토시난 너도 기워 끼고 이리 기워 보낸다 / 싀집의 졍셩이 어이 그리 곡진한다 / 긔특하고 어엿브대 아마도 네 슈고하고 글로 하난 일 민망하니 브대마라 / 바날본도 밧고 뵈 뉵향 다 바다 깃거 하노라 / 됴히됴히 잇거라 / 다시 하마 지월 념뉵일 모" -친정 엄마 이옥재(1643-1690)가 시집간 딸에게 보낸 편지.

이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①아주버님 행차가 어제 다녀가거늘 ②너의 글씨를 보고 반가워 밤에 불 켜놓고 ③다들 자러 간 후에 혼자 다시 또 다시 보며 너무도 반가우니 ④눈물이 나고 새로이 섭섭 그립기 한이 없다 ⑤우리도 무사히는 있으되 아주버님 오시니 반갑기는 하다마는 ⑥(이씨에게 시집간) 딸을 골똘히 기다리다가 아니오니 섭섭함을 어이 측량하리? ⑦날이 새도록 울고 마음을 정하지 못하였는데 ⑧(이씨에게 시집간) 병환이 너무 중하다 하니 걱정이 끝이 없다 ⑨관골 사는 사람이 가거늘 딸(이씨에게 시집간)에게도 함께 잠깐 적되 정신을 정하지 못하여 겨우겨우 쓰며 ⑩아기내(며느리)가 24일 절에서 내려왔다 ⑪(네가) 여러 가지 보내 준 것은 다 자세히 받았고 ⑫(너의) 정성이 너무 곡진하니 어여쁘기도 한데 ⑬네가 이런 일 하느라 수고하는가 싶어 애처롭고 딱하여 못 잊으니 부디 그렇게 하지 말거라 ⑭토시는 너도 기워 끼고 이리 기워 보낸다 ⑮(너의) 시집의 정성이 어이 그리 정성스러우냐? 16기특하고 어여쁘되 아마도 네가 수고하고 그리 하는 일이 민망하니 부디 그렇게 하지 말거라 17바늘 본, 베(布), 육향(향수) 다 받아 기뻐하노라 18좋게 좋게 잘 있어라. 다시 편지하마. 11월 26일 엄마.

이렇듯 시집간 딸에 대한 친정어머니의 마음은 늘 애처롭고, 가엽고, 그립고, 걱정스럽고, 가슴 저미게 하는 구도이다.

자식에 대한 부정(父情)도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겠으나, 딸에 대한 모정(母情)이란 특별한 그 무엇으로 교감되는 것 같다. 해도 해도 할 말은 끝이 나지 않고, 부족하고, 염려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으레 편지를 맺으면서는 '됴히 됴히 잇거라 다시 하마'로 애잔한 마음을 달래는 것이다. 이 두어 자 언어 속에서 친정어머니의 가없는 사랑이 아리게 다가온다.

그런데 이 편지는 흥미롭게도 막내 딸 김호연재(1681-1722)의 집에 전해져 내려왔다. 이옥재는 네 명의 딸을 낳았다(5남4녀). 호연재는 그중 막내딸로 회덕의 송요화와 혼인하기 전 어머니와 아버지(김성달)가 모두 돌아가셨다. 이 편지는 내용 상 시집간 딸에게 보낸 편지여서 수신자가 호연재가 아닌 호연재의 세 명의 언니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편지가 어떻게 호연재의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게 되었단 말인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호연재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정어머니의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고자 어머니의 필체가 담긴 편지 한 통을 언니에게 부탁한 것은 아닐까? 시집살이의 고단함, 친정 혈육과 홍성 오두리 고향이 그리워질 때, 어머니 이옥재의 이 한 통의 편지를 가슴에 껴안고 이겨 낸 것은 아닐까? 어머니 이옥재가 딸의 편지를 받고 밤새워 눈물 흘리고 그리워하였듯이, 호연재는 이미 고인이 된 어머니의 편지를 껴안고 등불 아래서 또 그렇게 오열하며 밤을 지새웠던 것은 아닐까? 아! 그리운 어머니의 편지여!

문희순 배재대 강사 국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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