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동호회] 충남도청 서예동우회

충남도청 서예동우회 회원들이 신관 지하 서실에서 정성껏 쓴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충남도청 서예동우회 제공
충남도청 서예동우회 회원들이 신관 지하 서실에서 정성껏 쓴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충남도청 서예동우회 제공
7평 남짓한 충남도청 신관 지하실. 자세를 가다듬고 심호흡하는 숨결이 고르다. 붓을 잡은 손 끝은 어느 새 한지 위에 멋들어진 글귀를 써 내려간다. 글씨는 나는 듯, 구르는 듯, 달리며 진한 묵향(墨香)을 터뜨린다.

글씨로 예법을 익히고 있는 `충남도청 서예동우회(회장 최운현)` 회원들의 모습이다. 평범한 공무원들이지만 자세 만큼은 프로 못지 않다. 모두 해봐야 25명 뿐인 작은 모임이지만 붓글씨를 익히려는 열정과 노력은 절대 작지 않다.

책상 앞에 놓인 한지 위에 붓이 움직이자 모양이 갖춰진다. 자신의 글씨를 펼쳐 보고 있는 최종윤 씨.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번진다. 제법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가로 50㎝, 세로 1.5m의 한지 위를 가득 채운 행서체의 글자들이 격을 이뤘다.

꽤 길고 힘든 시간을 거쳐야 하는 게 서예다. 뭐가 좋아서 서예에 몰입하는 걸까? 모임의 살림을 맡고 있는 우태환(소방정보통신담당) 총무는 서예에 `사람이 되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글씨는 바로 그 사람이라는 말이 있어요. 삐치고, 돌리고, 내리 긋고, 치켜 올리는 서예의 붓 놀림에는 온전한 사람이 되는 길이 있고, 흰 종이 위에 마음껏 펼쳐내는 무한한 자유가 있어요. 붓과 먹, 벼루, 종이 등 문방사우만 있으면 언제 어디든 즐길 수 있으니 어찌 서예를 끊을 수 있겠어요.(웃음)"

우 총무는 "한번 붓을 들면 다른 일을 모두 잊고 글씨에만 집중하게 된다"며 "근심이 있을 땐 삐뚤고 마음이 여유로우면 제법 흡족한 글씨가 나올 만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고 말했다.

어디나 강호의 고수가 있게 마련이다. 지난 1995년 모임이 만들어진 충남도청 서예동우회에는 만만치 않은 세월 만큼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즐비하다.

고영희 전 금산부군수, 서범석 도체육회 사무처장, 최운현 도의회 농수산경제위 전문의원, 우태환 도 소방정보통신담당, 최종윤(농업정책과), 임선재(충남경찰청) 등은 대전시 초대작가다. 이 중 서범석, 최운현, 우태환씨 등은 대한민국서예대전(국전) 입선까지 해 낸 달인(?)이다.

이들은 `서예 하는` 재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등산이나 수영, 골프 등도 해 봤지만 서예의 깊은 맛에는 못 미쳤다는 거다.

최운현 회장은 "섬세하지 않은 듯한 선 하나에 모든 것을 담아 내는 게 바로 서예의 매력"이라며 "공부에 수양까지 겸할 수 있어 다른 취미 활동은 뒷전이 됐고, 매일 쫒기듯 바쁜 공무까지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내공까지 쌓게 됐다"고 글씨 쓰는 묘미를 전했다.

진한 묵 향기로 정신을 갈고 닦은 이들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었다. 청내 사무실 사정이 열악해 지난 2000년 이후 4번이나 서실을 옮겨야 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땐 `없이 사는(?)` 처지가 고달팠다고 한다.

또 다른 고민은 자못 진지하다. 은사인 학정 조사형 선생의 꾸지람은 늘 아프다. 작품 출품이 다가오면 몇 달 전부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지만 늘 선생님은 고개를 젓는단다. 하지만 안다. 은사의 가르침이 작지만 알찬 서예동우회로 거듭난 밑거름이었다는 것을.

최 회장은 "스승에게 보답하는 길은 더욱 연습에 매진해 국전 초대작가에 오르는 것"이라며 "꿈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내일도 근묵자흑 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권성하 기자 nis-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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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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