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목원대학교 총장

해가 바뀌어도 일자리 창출은 변하지 않는 화두인 것 같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취업률이 대학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라는 점도 대학이 일자리 창출의 책임과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청년실업과 대학을 같은 맥락에서 다루는 것이 학문의 전당, 또는 상아탑으로서의 대학 본연의 모습에 누가 된다는 우려가 없지는 않으나 대학 스스로가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소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는 "느끼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점점 더 행동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결국에는 느낄 수도 없게 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철학과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쳤던 루이스는 자신은 성공회 신도임에도 성공회, 개신교, 로마 가톨릭 등 기독교 교파를 초월한 기독교의 교리를 설명한 기독교 변증과 소설로 유명하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 사상 초유의 취업 대란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지금의 현실에서 사회는 대학에 일정한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고, 대학 또한 스스로도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날 대학의 현재는 현상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대학이 스스로의 가치와 역할을 정하고 부지런히 실천해야 할 때인 것이다.

대학이 교육, 연구, 사회봉사라는 본질적 기능을 원활히 수행한다면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할 것이고, 취업에 있어서도 상당 부분 사회적 책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대학 고유의 기능인 교육, 연구, 사회봉사를 창조적 활동으로 묶어서 이해한다면 대학은 일거리와 일자리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가 폭발적으로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이른바 지식기반 사회에서 언제까지 대학이 산학협력의 대상 기업을 모색하던 기존의 방식에 안주해 있어야 하는가?

취업의 문제는 미시적 관점에서 인력의 수요와 공급의 함수로 단순화될 수 있다. 청년실업의 난제도 결국 수요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면 대학의 역할은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것에 더하여 지식재산 창출 역량을 전제로 인력수요인 기업의 창출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의 생애주기에 맞춘 교육체계를 갖춘 창업 생태계로서의 대학이 '기업을 창조하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대학자원의 고도화를 위한 학교기업, 기업과 대학의 기술 및 인력 수급의 균형을 위한 가족회사, 대학의 교육자원을 토대로 하는 학생창업, 지식재산 창출 생태계의 전제 조건인 기술지주회사 등은 대학 스스로가 산학협력 클러스터의 생성과 확산의 요람으로 발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들이다.

지난 한 해 대학의 위기 상황을 맞아 필자는 지역 명문 사립대학의 최고경영자로서 시대의 변화에 부응한 개혁을 위해 묵묵히 섬김의 길을 걸어왔다. 위기는 바로 기회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는 스스로 변하고자는 의지와 행동을 통해 현실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실무 중심의 교육체제 개편과 지식서비스 기반의 스마트 콘텐츠 창업 시스템의 구축은 향후 대학의 재도약과 더불어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 대학은 기업을 창조하는 대학을 모토로 목원아트스쿨과 융합디자인센터, 코스메틱센터 등 대학의 특성화된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학교기업을 설립하였고, 지역 대학 최초로 학생창업에 특화된 학생창업지원센터인 STAR(Student's Start-up Training & Assisting Repertory)를 통해 대학 정규교육 과정에 내재된 학생 창업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 그 성과를 가늠하기엔 시기상조이기는 하지만, 보고 느낀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기에 점점 더 행동의 폭이 넓어질 것이고 또한, 세상을 인식하는 데 거침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년층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고 비정규직 형태의 청년취업은 고용회복의 폭과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청년실업이라는 사회적 위기에 대응한 산·관·학·연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에 기술 이전이나 창업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의 고부가가치화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기업을 창조하는 대학'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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