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석 공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전국이 영하권으로 꽁꽁 얼고 충청권 일부에도 한파주의보가 발령되어 동장군이 기세를 부린다. 그러나 곧 입춘이 다가오고 새봄은 한 발 한 발 우리 곁으로 다가오리다. 그리고 입춘이 지난 2월 초순의 후반부터는 우리 충남지역 많은 학교들의 졸업식이 시작될 것이다.

머지않은 옛날 60~70년대 중학교의 졸업식은 정말로 정이 있는 아름다운 졸업식이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라는 노래 가사처럼 그간의 친구 간의 정이 넘쳐 흐르며 헤어지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그런 석별의 장이었다. 그 당시 어려웠던 시절.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일선 직업 현장에 나서는 어려운 친구들에게는 이러한 이별의 아쉬움이 더욱 절절하였다.

또 초등학교에서의 졸업식은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우리들도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우리나라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라는 가사처럼 선배, 후배의 정, 선생님에 대한 감사,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포부가 있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행사장이었다.

이와 같은 감동적인 졸업식이 산업화, 정보화의 물결, 모든 학생들이 고등학교까지 진학하는 사회의 풍요로움 속에서 점차 퇴색되고 변질되어 아주 간단한 통과 의례로 축소되었다. 그러다 보니 철없는 일부 학생들이 밀가루를 뿌리고 계란범벅이 되어 거리를 활보하는 등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졸업식 추태가 벌어지기까지에 이르렀다.

서양에서는 졸업을 Commencement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말이다. 즉 졸업은 새로운 세상, 더 넓은 세상, 더 커다란 학교로 가는 새로운 출발의 순간이다. 이러한 훌륭한 계기가 되는 졸업식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고 훌륭한 행사가 되어야지 더 이상 개념 없는 일부 학생들의 난장판으로 변질되어서는 절대 안 되며 그런 의미에서 몇가지 졸업식을 준비하는 학교에서 생각하고 준비하여야 할 것들을 제시하여 본다.

첫째로 졸업식은 학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졸업식은 천편일률적으로 졸업식 훈화, 시상, 축사, 졸업가 등으로 판에 박은 격식에 의해 진행되고 시상과 훈화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다. 지역의 어른, 동창회의 선배의 축사, 교장 선생님의 훈화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을 최소화하여 주인공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졸업생들이 진지한 협의를 통해 그들의 눈높이에서 졸업식을 기획하고 준비하며 그 뒤에서 선생들이 조정을 하여 졸업하는 주인공 즉 학생 중심의 행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로 추억을 회상하며 더 나은 미래를 다짐하는 기회의 장이 되어야겠다. 인간은 감성적인 동물이다.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아름다운 것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고 부족했던 것은 부끄러워서 더욱 잘해 보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성숙한 인간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추억의 영상자료 상영, 미래를 위한 타임캡슐 보관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셋째로 졸업식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보람을 느끼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3년 또는 6년을 하루같이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고생한 부모님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동안의 고생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많은 학생들이 그간 익힌 예, 체능, 학예의 발표 등 끼를 발휘하게 하거나 학생들이 꽃다발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뒷바라지에 감사한다는 의미에서 먼저 학생들이 카네이션을 부모님께 달아주는 등 학부모와 졸업생이 같이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충청남도교육청도 졸업식 문화 개선 추진 대책반을 구성하고, 축제형 졸업식 모델을 제시하며 폭력적 졸업 뒤풀이 예방 대책 수립 등 졸업식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2년 새봄, 새 출발을 하는 우리 사랑스런 충청남도 지역 학생들의 졸업식은 추억과 희망이 어우러진 품격 있는 졸업식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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