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위 곧은소리-전환경부장관 UN환경계획 한국부총재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안성기가 주연하는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말을 막는 재판장을 향해 피고가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보라고 하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토해 내는 말이었다.

지금 한창 상영 중인 영화 '부러진 화살'은 2007년도에 세간(世間)에서 '석궁(石弓)테러 사건'이라고 불렀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 '도가니'에서처럼 다분히 재판의 불공정성을 고발하는 내용이 그 줄거리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부터 법원 측에서는 각급 법원과 언론에 이에 대한 해명자료를 배포했다는 얘기도 들리는 것을 보면 법원 측에서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영화가 아니었는가 보다.

'석궁테러 사건!' 한마디로 재판에 불만을 품은 한 교수가 재판장인 판사의 집을 찾아가 그를 향해 석궁을 쏜 사건이다. 그런데 미스터리가 있다. 증거물로 있어야 할 '부러진 화살'이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사실과 화살을 맞았다는 부장판사의 속옷과 조끼에는 핏자국이 있는데 와이셔츠에는 왜 피가 묻어 있지 않았느냐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변호사는 법원에 혈액감정을 신청했는데도 이것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변호사는 "합리적인 근거와 상식에 기초해 재판을 진행하자는 것일 뿐"이라면서 이 사건의 핵심은 "사법부의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실체적 진실은 여하간에 영화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이 왜 이 시점에서 인기리에 상영될 수 있는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법원이 그만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좌가 아닌가 해서다.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면 어떻게 그것이 비록 영화라 하더라도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하는 말이 주인공의 입에서 서슴없이 튀어나올 수 있을까 싶다. 그만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서울시 교육감인 곽노현 사건에서만 보아도 그렇다. 똑같은 돈 2억 원을 놓고 받은 사람은 징역형인데 준 사람은 벌금형이다. 징역형을 받은 박명기 교수의 입에서 "이게 무슨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하는 소리를 해도 법원 측으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화성인의 판결을 지구인이 어떻게 알겠는가" 하면서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이라고 하는 어느 검찰 간부의 한탄하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유권자 한 사람에 대한 매수행위도 실형(實刑)인데 하물며 선거권을 뿌리째 뽑아 버리는 후보자 매수의 경우를 벌금형으로 판결하였으니 비난은 당연히 있을 법한 일이다. 재판장의 입장으로서는 전교조 출신인 곽노현의 부정사건은 어떻게 판결을 해도 좌우파 어느 한쪽으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어 있다고 여겼을는지도 모른다. 우파도 어느 정도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좌파로부터도 환영받을 수 있는 판결은 있을 수 없을까 하고 고민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온 해답은 당선무효와 동시에 선거비용 보전비 35억 원에 대한 국가 환수의 법적 책임을 곽노현에게 물리는 벌금형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다. 좌우파 모두로부터의 비난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절묘한 선택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에는 재판장이 원해서건 아니건 결과적으로 좌파세력들이 생명처럼 여겨야 할 도덕성의 문제에 이르러서는 치명적이었다고 여겨진다.

교육비리 척결을 자신들의 성업(聖業)인 양 내세우면서 몇만 원을 받은 교사까지 징계한 일을 자랑하고 선전하였던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 3000만 원이라는 법정(法定) 최고의 벌금형을 받은 곽노현의 업무 복귀를 길길이 뛰면서 환영하고 나섰다. 그것이 자신들에게는 얼마나 큰 수치이고 얼마나 큰 모욕이고 얼마나 깊은 함정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어느 학부모가 어느 교사가 어느 학생이 그 교육감을 교육감으로 인정하고 존경하고 따르겠는가? 곽이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있을수록, 교육정책을 다루면 다룰수록 철면피한 사람으로 모든 사람에게 각인이 될 것이 아니겠는가? 좌파세력들은 자신들의 부패에 대해서조차 부끄러움도 느낄 줄 모를 만큼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세력임을 만천하에 공고한 꼴이 되었다. 업무복귀 후에 자행하고 있는 곽의 행적을 보고 분노한 학부모들의 눈길을 그들은 알고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대법원에서의 최종판결로 곽노현이 그 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그때에 가서 좌파세력들은 또 무엇이라 말할까? "이게 재판이냐? 개판이지!" 하는 소리나 하지 않을는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