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정해영 (주)피알존 대표이사
우리나라에서 대전만큼 다양한 지역민이 모여 사는 곳이 또 있을까? 단순히 주변만 봐도 충청도 본토박이 숫자에 비해 전라도, 경상도, 수도권에서 이전한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외지인을 배척하는 마음이 적고, 외지인이 정착하기 좋아 외지인들의 유입이 많은 도시가 대전이다. 특히 1970년대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되고, 1997년 정부대전청사가 대전에 자리 잡은 이후, 팔도 사람들의 정겨운 사투리가 어우러지며 지역감정 없는 대전이 자랑스럽다.
2012년을 출발하며 대전 사람들은 더없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이 대전으로 확정되고, 세종시가 본격 출범되는 해를 맞았기 때문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기초과학 한국의 미래를 그려 줄 것이고, 대한민국의 `과학노벨상` 배출의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조성 40년을 맞은 대덕연구단지가 `기술사업화 메카`에 이어 `세계적 기초과학단지의 성공모델`로의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다. 세종시 출범은 또 어떤가. 사람들은 `한솥밥`을 나누는 `한 식구`에 남다른 애정을 갖는다. 세종시는 대전과 `한솥밥`이 아니라 `한 수돗물`을 먹는다. 대전의 상수도 시설을 그대로 이용해 한 식구가 된 세종시. 2012년 7월 1일, 세종특별자치시로서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3년에 걸쳐 국무총리실을 포함한 36개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해 올 계획이다.
이런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역기업들이 말하는 지역 경제여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물가 불안, 원유값 상승 등 국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음은 거론해서 무엇할까. 지역 경제여건을 개선할 방안을 찾고 기업들이 잘 되어 지역대학이 배출하는 인재 채용이 늘어나고, 또 그로 인한 지역 경제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대전이 부자가 되는 방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대전은 생산의 도시이기보다 소비의 도시이다. 대기업, 제조 생산 시설이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 생산시설이 있는 지역에 대기업 납품회사들이 모여 있는 것과는 다르다. 대전은 대덕연구단지와 정부대전청사, 공사,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용역, 서비스, 물품을 제공하는 회사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 하지만 지역기업이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세상에 손쉬운 비즈니스가 있을까마는 특히 대전기업이 대전에 자리 잡은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기에 장벽이 있다. 정부기관들의 `서울해바라기` 때문이다. 용역, 서비스, 물품 제공 회사의 본사가 서울, 수도권에 있어야 일을 잘할 것이라 하고, 서울에 있는 정부기관의 용역을 수행했던 실적을 바란다.
세계적인 벤처 신화의 도시 실리콘밸리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돌을 던져서 맞는 거리에 있는 사람과 비즈니스를 하라!" 돌을 던져 맞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 가까이에서 자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사람과 비즈니스를 하라는 얘기다. 그래서 그들은 세계적인 성공 커뮤니티 모델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으리라.
중앙정부 사업이 대전 인근에서 이루어지면 환경을 조성하는 건설회사들만의 호기가 아니다. 하드웨어 조성 이후, 운영과 연관된 수십 수백 종류의 사업들이 정부기관에서 이루어진다. 단순히 꼽아 보더라도 IT, 인쇄, 디자인, 외식산업, 문구사무용품, 이벤트… 등등. 정부기관의 이러한 모든 사업은 인근지역 기업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물론 수도권의 회사들보다 실적이나 실력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기업에 사업의 기회가 제공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순히 몇몇의 지역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일이 아니다. 우리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절실한 선택일 뿐이다.
2012년, 대전에 자리 잡은 정부기관들의 `서울해바라기`는 끝났으면 한다. 대덕의 국책연구기관과 정부대전청사의 `지역기업앓이`를 기대한다. 그래서 앞으로 이전해 올 세종시 입주기관이나 과학비즈니스벨트도 지역기업들과의 동반성장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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