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64. 바다를 중심으로 한 풍경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쭉 트인 아스팔트 길로 버스가 보기 좋게 미끄러져 간다. 정씨가 영달에게 뭐라고 침이 마르도록 설명한다. 버스는 계속 달린다. 영달은 잠들어 있고 정씨는 눈을 감고 있으나 ㉠그의 표정은 벅차 있다. 정씨의 이미지가 펼쳐진다.

-아침 해가 비치는 삼포 마을의 아늑한 전경.

-만선의 깃발을 올리며 돌아오는 고깃배.

-그 고깃배 위에 정씨도 있다.

-선착장에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 함성을 지르며 고깃배를 맞이한다. 그 속의 한 소녀(지금까지 확실한 형상이 아니던 소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클로즈업된다.

-고깃배에서 뛰어내린 정씨와 소녀가 굳게 포옹한다.

-툇마루에서 잠든 딸의 옆에 앉아서 모기를 쫓아주는 정씨.

-딸의 무릎을 베고 누워 흰 머리를 뽑게 하는 정씨.

S#65. 버스정류소

(버스가 선다. 손님이 몇 내리고 탄다. 정씨가 차장과 싸우며 영달과 함께 내린다.)

정씨 : 아니 내 고향 삼포를 내가 몰라? 여긴 삼포가 아니란 말야! 삼포는 나룻배 타고 바다를 건너가야 하는데 여기가 삼포라니…….

차장 : 별 미친 사람 다 보겠네! 눈앞에 삼포를 두고 삼포를 찾다니!

(떠나 버리는 버스. 같이 내린 노인 하나가 빙그레 웃으며)

노인 : 고향 떠난 지 오래 되신 모양이구먼요?

정씨 : 예, 한 십 년 됐습니다만, 아무러면 제 고향을 몰라보겠습니까?

노인 : 십 년이요? 일 년도 아니고 십 년? 여보, 지금 일 년 이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데…….

정씨 : 그야 그렇겠지만…….

노인 : 바로 여기가 삼포요!

정씨 : 예?

노인 : 옛날엔 나룻배가 다녔지만 지금은 저 바다 위로 길이 나서 버스가 다니고 있단 말이오.

(노인이 바다 위를 가리킨다. 정씨의 눈에 보이는 바다 위의 대교. 언덕 위엔 호텔이 섰고 사방에 벌어져 있는 공사판. 정씨 얼이 빠져 돌아보는데 영달은 공사판을 가리키며 살판났다고 신나서 지껄인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옆으로 각종 차량이 가로세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달려온다. 그 차량들을, 노란 헬멧을 쓰고 깃발을 든 안내원 아가씨가 멋들어진 동작으로 지시한다. 그 아가씨가 정씨와 영달에게 연신 호루라기를 불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얼빠진 정씨. 영달은 안 되겠다는 듯이 정씨를 어디론가 끌고 간다.)

S#66. 공사판

㉢맹렬히 돌아가는 착암기. 영달은 벌써 공사판에 뛰어들어 착암기를 잡았다. 그 생동하는 모습.

S#67. 사당

황폐한 사당이 남아 있다. 정씨가 와서 감회에 젖어 돌아본다.

S#68. 공사판

비오듯 땀을 흘리며 온 정신을 착암기에 집중하고 있는 영달. 우루루 꽝, 바위가 무너지고 새 길이 뚫려간다.

S#69. 정자

정씨가 와서 돌아본다. 황폐한 정자엔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인 듯. 정씨 쓸쓸히 발길을 돌린다.

S#70. 공사판

지칠 줄 모르고 착암기를 돌리는 영달. 우르르 꽝. 또 바위가 무너지고 길은 자꾸 뚫린다.

S#71. 산소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가지 않은 황폐한 무덤들. 정씨 우두커니 서 있다. 이때

소리 : 아저씨 아니세요?

(정씨 휙 돌아본다. 청년 하나가 다가온다.)

정씨 : (몰라보고)……?

청년 : 저예요. 저 몰라보세요? 제가 대근이에요! (하며 넙죽 절한다. ㉤정씨는 그제야 알아보고 청년의 손을 꽉 잡으며)

정씨 : 날 알아보겠니?

청년 : 아까 장터에서 봤지만 긴가민가해서 인사드리지 못했어요.

정씨 : 그래 다들 어디 사느냐?

청년 : 다들 이사 가구 몇 집 안 남았어요. 참 필순인 만나보셨어요?

정씨 : (다급히) 어디 있느냐?

청년 : 버스 정류장에서 못 보셨어요? 교통안내원으로 일하고 있잖아요!

정씨 : 그래? 그 애가 바로……?

S#72. 버스 정류장

미친 듯 달려오는 정씨. 정씨의 딸 필순이는 여전히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차도를 건너 달려오는 정씨를 보고 필순이 호루라기를 불며 저지한다. 정씨의 발이 멎는다. 필순은 차도로 건너지 말고 횡단보도로 건너라고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댄다. 착잡해지는 표정의 정씨. 손에 쥐고 있는 고무신 봉지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필순이 신고 있는 멋진 부츠를 바라본다. 정씨는 자기도 모르게 고무신 봉지를 뒤로 감춘다.  - 황석영 원작 / 유동훈 각색, `삼포로 가는 길`

1. <보기>에 대한 학생들의 답변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선생님 : 이 작품에서는 다양한 대조를 통해 작품의

주제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면 64에서 72

까지에서 어떠한 대조가 나타나 있는지 말해보세요.

① 과거 삼포의 모습과 현재 삼포 모습이 대조되고 있습니다. 정씨가 기억하는 과거 삼포의 모습을 현재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② 영달과 정씨가 대조되고 있습니다. 영달은 변한 삼포에 잘 적응하지만 정씨는 그렇지 못합니다.

③ 어린 정씨 딸과 성장한 정씨의 딸도 대조되고 있습니다. 성장한 정씨의 딸은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하고 낯선 사람으로 대합니다.

④ 정씨가 사온 고무신과 정씨의 딸이 신은 부츠도 대조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딸이 신은 부츠 앞에 정씨가 사온 고무신은 한없이 초라해 보입니다.

⑤ 정씨와 같이 버스를 탔던 노인과 정씨가 산소에서 만난 청년도 대조됩니다. 노인은 정씨로 하여금 현재를 직시하게 하고, 청년은 과거를 환기하게 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문제읽기를 통해]

`대조`를 통해 작품의 주제가 강조되고 있다는 <보기>의 사실을 잘 기억해야 된다. 즉, 지문을 읽을 때 답지의 대조되는 것들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문읽기와 문제풀이를 통해]

정답이 ⑤번임을 알 수 있다. ⑤번에서는 `노인`과 `청년`이 대조된다고 했는데 틀린 설명이다. `노인`과 `청년`은 각각 현재와 과거를 대조하는 인물이 아니라 둘 다 현재를 직시하게 하는 인물이다. 그것은 `노인`의 `옛날엔 나룻배가 다녔지만 지금은 저 바다 위로 길이 나서 버스가 다니고 있단 말이오.`의 대사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청년`의 대사에서도 `다들 이사 가고 몇 집 안 남았어요.` 라든지 `필순이가 교통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는 변해버린 `삼포`와 `정씨 딸`의 현재 근황을 보여주는 대사이다.

2. 위 글을 영화로 만들기 위한 계획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S#64 -버스가 달리는 모습을 멀리서 잡은 후, 버스 안에서 정씨와 영달의 모습을 촬영한다. ①

S#64 -정씨의 이미지 장면은 영달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되도록 한다. ②

S#65 -정씨는 어조와 표정에서 감정의 변화가 잘 드러나도록 연기 한다. ③

S#67과 S#69 -황폐하고 적막한 느낌이 잘 살아나도록 촬영이나 배경음악에 신경을 쓴다. ④

S#72 -도로의 소음과 호루라기 소리 등의 효과음을 잘 살려 촬영한다. ⑤

[문제읽기를 통해]

인물, 배경, 효과음 각각의 특징을 잘 살펴야 한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인물의 심리, 성격, 태도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요령이다.

[지문읽기와 문제풀이를 통해]

정답은 ②번이다. 정씨의 이미지 장면 앞에 `벅찬 표정으로 눈 감고 있는 정씨`가 나오는데, 정씨가 아닌 영달이 내레이션을 할 수는 없다.

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고향에 가는 정씨의 기대감을 나타낸다.

② ㉡ :정씨가 느낀 당혹감을 나타낸다.

③ ㉢ :삼포의 현재를 상징한다.

④ ㉣ :정씨에 대한 딸의 무관심을 드러낸다.

⑤ ㉤ :청년에 대한 정씨의 반가움을 드러낸다.

[문제읽기를 통해]

각 구절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그 문장의 앞뒤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지문읽기와 문제풀이를 통해]

정답은 ④번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손길이 가지 않는 황폐한 무덤들`은 `딸의 무관심`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고향`의 의미이다. 그 앞부분에서 `공사판 - 사당 - 공사판 - 정자 - 공사판 - 산소`의 장면을 통해 현재의 삼포(공사판)와 버려진 삼포(사당, 정자, 산소)의 연장선상에서 ㉣의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상 언어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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