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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정·인심… 사람사는 풍경 여전

2012-01-27기사 편집 2012-01-26 22: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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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오류동 빤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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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오류동의 '오류 빤짝시장'은 독특한 이름으로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아 맨다.

빤짝시장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시장의 역사를 40년 쯤 거슬러 올라가야 알 수 있다. 오류빤짝시장은 서대전역을 오가는 호남선 완행열차와 호흡을 같이 한다.

지난 1970년대 중반 시장을 왕성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바로 호남선 완행열차를 타고 흑석리부터 연산, 벌곡 등 인근에서 직장 통근하듯 새벽같이 서대전역을 찾아온 농민들이기 때문이다.

직접 기른 농산물을 이고 지고 서대전역부터 걸어서 5분 거리인 시장에 모여든 할머니, 할아버지와 값싸고 질 좋은 식품을 찾아 시장을 나온 사람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새벽같이 물건을 지고 와 장을 열고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다 보니 점심때만 되면 물건이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좋아 하루 장사를 마감해야 했다. 그래서 새벽부터 오전까지 잠깐 동안 '반짝' 열린다고 해서 빤짝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통근열차가 없어지면서 시장을 찾는 장사진도 예전 만큼은 못하다. 오류빤짝시장 상인들은 4-5년 전과 지금의 풍경은 사람이 모여드는 수준부터 사뭇 다르다고 아쉬워한다.

그러나 예전에 엄청나게 왕성하던 시기에 비해 다소 줄었을 뿐 요즘도 서대전역을 통해 농산물을 들고 시장에 나오는 상인의 행렬은 여전하다. 또 예전부터 시장에 내놓던 농산물을 직접 가져오지 못하는 대신 다른 상인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진화해 여전히 농산물의 신선함과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직접 농사 지은 것 인만큼 무엇보다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유통마진이 적으니 에누리 하는 재미도 볼 수 있다.

그렇게 40여년 이상 자리잡은 상인들은 오류빤짝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자식을 다 키워냈는데 이제는 일터를 떠날 때도 됐지만 시장 사람들과 정이 들어서, 오랫동안 찾아오는 단골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로 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아직도 시장을 지킨다.

박기룡 오류빤짝시장 상인회장은 "오류빤짝시장에는 전통시장의 묘미인 보따리 아줌마와 흥정을 하며 사가는 재미가 있다"며 "상인들도 대형유통업체와 백화점에 가로막힌 가운데 어떻게 시장을 더 발전시킬 지 고민하는 만큼 손님들도 전통시장을 많이 찾아달라"고 말했다.

오류빤짝시장의 점포수는 50여개로 다른 시장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상인들은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물건이 싸고 싱싱한 것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을 보는데 다소 춥고 불편함은 있지만 채소와 과일, 정육의 품질은 다른 어느 시장과 비교해도 자신이 있다.

주 고객은 시장 가까이에 자리잡은 삼성아파트의 주민부터 인근 대형할인마트와 백화점의 직원들까지 다양한데 물건을 내다 팔고 난 상인들이 점심을 먹고 가면서 맛집도 자연스레 많이 생겼다.

기영정육점은 압력밥솥에 직접 지은 따끈한 밥과 사골육수를 우려 끓인 청국장 백반에 누룽지까지 모든 식사를 6000원에 맛볼 수 있어 인기다.

전통시장하면 떠오르는 떡집도 이바지떡부터 시루떡까지 다양한 인기 제품군을 갖춘 오복떡집과 광덕떡집, 낙원떡집 등이 즐비한데 품질 좋은 쌀로 만들어 내놓는 떡으로 명절이면 북새통을 이룬다.

매일 아침 8시마다 거르지 않고 직접 만든 손두부를 선보이는 '두부애비'도 오류빤짝시장의 명물이다. 국산 콩을 엄선해 만든 수제두부는 수입콩을 사용해 대량으로 만든 두부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비싸게 마련이지만 전통시장의 특성에 맞게 단 돈 몇 백원이라도 더 저렴하게 내놓으려 노력하고 있다. 두부애비의 수제 두부는 1모에 1300원으로 아침마다 갓 만들어 낸 따끈한 두부를 찾아오는 단골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박형우 두부애비 사장은 "좋은 콩을 직접 골라 여러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혼자서 만들어내다 보니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며 "전통시장에 맞게 단 몇 백원이라도 저렴하게 팔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많은 손님들이 와서 맛보고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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