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우 우송대학교 게임멀티미디어학과 교수

지난 연말 학생복지처로부터 학과별로 전체 학생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지도를 해 달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졸업예정자를 제외한 학생 140여 명 중에 54명만이 신청한 상태였다.

국가장학금은 지난해 높은 수준의 대학등록금으로 인한 가계부담 완화 대책 마련으로 소득 7분위 이하 학생에 대해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가재정을 투입하여 평균 22% 이상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해 주고자 국가에서 마련한 제도이다.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지원을 해 주는 이렇게 좋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 신청도 하지 않고 관심도 없는 학생이 많은 것이 안타까워 "너희들 집 돈 많냐?"고 호통을 쳤었다.

이후에 많은 학생들이 신청을 하였지만, 최종 신청기한까지 24명은 신청을 하지 않았다. 물론 미신청자의 대다수는 휴학 예정이거나 부모님 회사에서 등록금을 납부해 주는 경우였지만, 공인인증서를 받기 귀찮다거나 증빙서류를 떼기 귀찮다는 학생도 있었다. 정책적으로 서류 접수 없이 정부부처에서 일괄적으로 파악하여 처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대학생들에게 적극적인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하며 우리 대학생들에게 이런 점이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학생들이 공모전이나 경진대회를 준비하는 것을 지도하며 위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많이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학생들의 실력도 키울 겸 해서 경진대회에 출전하게 한 적이 있다. 처음 경진대회를 준비하자고 제안했을 때는 자신의 실력도 부족하고 자신이 없어 나갈 수 없다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대회에 참여하여 결과물만 완성하면 수상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수상할 경우 수강하고 있는 과목의 성적에 반영하겠다고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수상을 못 하더라도 졸업 프로젝트나 과목 성적에 추가 점수를 주겠다고 해서야 출전을 하겠다고 하여 준비를 하여 경진대회에 나갔었다.

지역대회에서는 운이 좋았는지 참여한 학생 모두가 수상을 하였다. 조금만 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대회에 임해 주었다면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다. 다른 공모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수업시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결과물들을 조금만 다듬어서 교내외 공모전에 출품하면 수상을 할 수 있는데, 작품을 제출하지 않아 수준이 더 낮은 학생들의 작품이 수상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올해에도 경진대회에 출전할 학생들을 모으고 있는데,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창업지원, 리더십강화, 외국어교육, 취업지원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 게시판 공지, 홈페이지 공지, 문자 발송 등으로 안내를 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으며 심지어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학생들도 있다. 매우 높은 등록금을 내고서도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대학 수업은 빠지더라도 학원 수업은 안 빠지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으니 참가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을 하였을 때 많은 학생들이 학원 시간과 겹친다고 참여를 망설인다. 참여를 권유하는 프로그램의 가치가 훨씬 큰 것을 이해를 못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그래도 적극적인 학생이다.

대학은 자신의 전공을 공부하러 다니는 곳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마지막 지점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대학에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자신의 견문과 지식을 넓혀 감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할 기회를 찾게 되는 것이다. 현재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큰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나 지원 정책들이 자신에게도 해당되고 도움이 되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들을 찾아보는 적극적인 마인드가 대학생들에게 매우 필요하다. 또한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수요조사를 통하여 학생들이 듣고 싶거나 경험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나 정책이라 할지라도 찾는 사람이 없거나 참여자의 불만을 야기한다면 결국 운영하는 사람만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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