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듯 움직이는… 움직이는 듯 멈춘 정중동

'명무(名舞)'란 타이틀은 여느 춤꾼에게나 붙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명무는 손짓과 발짓 하나에 오랜 세월의 춤 인생에서 얻은 희로애락을 담는다. 단순한 한(恨)과 비애(悲哀)의 정서에서 벗어나 관객의 심정까지 춤에 담아 모두를 해원(解寃)시키는 춤을 춰야 한다.

임진년 새해, 원로 춤꾼들이 세월을 삭혀 만든 최고의 명무를 선보인다. 대전시립무용단은 19일 오후 7시30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2012 신년맞이 명무초청공연'을 펼친다. 지역 무용계의 원로이자 시립무용단의 초대 안무자 김란 선생과 중요무형문화재 제 27호 승무 보유자 정재만 선생을 초청한다.

김란 선생은 50년의 농익은 무용인생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살풀이춤을 선보인다. 인간문화재 김숙자류의 도살풀이춤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김란류의 춤'이라 칭할 정도로 그만의 단아함과 우아함이 묻어나온다.

멈춰 선 듯하면 어느새 사뿐히 움직이고, 움직이는가 싶으면 어느새 멈춰서는 정중동(靜中動)의 아름다움. 애틋함과 한스러움을 넘어 우리 춤의 멋과 흥, 열정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정재만 선생은 품격있는 기교가 돋보이는 광대무를 펼친다. 그의 광대무는 '한국 근대 춤의 아버지' 한성준 선생의 사진에서부터 시작됐다. 춤의 정확한 형태는 전해지지 않고 패랭이에 깃털을 꽂고 춤추는 한 선생의 사진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손녀 한영숙 선생이 생전고증을 통해 즉홍적인 요소가 다분한 춤으로 재탄생 시켰다. 정재만 선생은 맺고, 풀고, 때로는 흐트러지는 춤사위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객석에 전통춤 최고의 경지를 선보인다.

아름답고 수려한 명무들의 독무에 뒤지지 않을 대전시립무용단의

고품격 군무도 준비됐다. 첫 무대는 나라의 태평성대와 풍년을 기원하는 태평무로 힘차게 열린다. 이어 몸놀림이 유연하면서도 장엄해 기품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유성학춤', 장고를 비스듬히 어깨에 둘러멘 채 한국적 멋과 흥취를 전달하는 '장고춤', 덩덕궁이, 세산조시, 호드래기, 굿거리 등 여러 장단을 변주시키며 엮어나가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드는 '설장고춤' 등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할 하이라이트는 시립무용단의 '풍류의 고동'이다. 정은혜 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한국의 대표적인 타악기 '북'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과 자연의 순리인 상생정신을 표현했다.

정열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몸짓과 오묘한 가락이 조화를 이룬 남성 무용수들의 날뫼북 춤으로 흥을 북돋우고 난 뒤, 상쇠가나와 상모를 쓰고 돌리는 부포 놀이가 이어진다.

이번 공연은 김준모씨가 이끄는 새울전통타악예술단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게 된다. 새울전통타악진흥회 충북지회의 새울 예술단은 전통 타악을 중심으로 우리 고유의 음악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그 음악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창조해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단체다. 실연과 춤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그만큼 수준 높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042(610)2285

정민아 기자 mina@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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