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2009년과 2010년은 우리나라 우주개발에 있어 좌절의 시기였다. 세계 10번째 우주발사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민적 기대와 관심 속에 진행된 두 번의 발사는, 텔레비전 생중계로 전 국민이 시청하는 가운데, 안타깝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그동안의 많은 우여곡절을 뒤로하고, 또다시 태양이 2012년을 밝히며 떠올랐다. 2012년이 나로호 우주발사체의 성공을 이끌어내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어내느냐 아니면 또다시 깊은 시련의 늪에 빠질 것이냐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그 길이 우리가 아직까지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1992년 우리별 1호(50kg급 과학위성) 인공위성 개발로부터 시작되었다. KAIST 인공위성센터 소속의 젊은 대학원생들이 영국 서레이대학에 유학을 가서 이루어낸 성과였다. 실용급 위성 분야에서는 1999년 다목적 실용위성 1호를 미국의 TRW사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개발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상도 1미터의 다목적 실용위성 2호를 2006년 성공적으로 개발하였다. 2010년에는 2.5t급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천리안)을 개발하여 성공적으로 운용 중에 있다. 천리안 위성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국민 생활에 밀접한 기상위성을 처음으로 보유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세계 최초로 정지궤도 해양 탑재체와 Ka 밴드의 통신 탑재체를 탑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동안 인공위성 분야는 눈부시게 발전한 대표적인 성공 분야였다.

금년에는 해상도 0.7미터의 광학관측위성인 다목적 실용위성 3호(1t)와 전천후 레이더 관측위성인 다목적 실용위성 5호(1.3t)를 개발 완료하였고 곧 발사할 예정이다. 이로써 2012년 임진년은 우리나라가 한반도에 대한 상시 감시능력을 확보하게 되는 의미 있는 해가 된다. 아울러 과학기술위성 3호와 나로호에 실려 발사될 소형 과학위성을 포함하면 인공위성 4개를 발사하는 그야말로 인공위성 발사의 해가 된다.

위성 분야의 눈부신 성과에 비해 우주발사체의 길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우주발사체가 핵무기 및 생화학무기 등 대량상살무기의 운반체로 사용될 가능성을 갖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상호감시 체제(MTCR·미사일 기술통제 체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로호 개발은 러시아와의 국제협력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제한된 분야의 협력일 뿐 그들이 우리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승무원 7명 전원의 사망을 가져온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1986년)와 콜럼비아호(2003년)의 경우에서부터, 작년 11월 발사했다가 실패하고 태평양에 추락한 러시아의 화성탐사선 `포보스-그룬트`의 예에서와 같이 세계 우주 최선진국인 미국, 러시아조차도 우주발사체 발사에 심심치 않게 실패하곤 한다. 지구 중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인간에게는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3600여 개(러시아), 1800여 개(미국)의 위성을 발사했던 경험을 가진 나라들조차도 그러할진대, 아직까지 해보지 못한 우리의 경우에야 오죽하랴! 그래서 우주발사체 최초 발사성공이 갖는 국민적 자긍심은 다른 어느 기술적 성과와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주기도 한다.

가까운 우주개발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에도 4번의 발사 실패 이후에야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인도의 첫 번째 우주발사체 개발 책임자였던, `압둘 칼람` 전 대통령은 우주발사체 SLV의 첫 발사 실패를 극복하고 1980년 재발사에 성공하여 국민적 영웅이 되었으며, 나중에는 인도의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선출되기도 하였다. 이는 우주발사체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웅변해 주는 일이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아폴로 유인달탐사를 선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항공우주청인 NASA를 설립하여 국력을 다해 이를 성공시킨 바 있다. 미국의 과학기술력은 아폴로 사업과 함께 성장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 프랑스, 독일, 일본, 인도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담 우주항공개발기관을 설립하여 집중 육성하고 있는 이유도 그만큼 거대과학기술이 어려운 동시에 그 국가의 과학기술계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과학기술계 정부출연기관의 법인격 없는 통폐합은 적어도 우주항공 분야에서만큼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아무튼 금년 임진년에는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성공해야 한다. 가보지 않은 길이고, 친절한 선생님도 없다. 그러나 이유가 어떻든 간에 성공해야 한다. 그만큼 절박하다. 올해에는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분야도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기를 벗어나 우주굴기(宇宙굴起)의 시대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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