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A]를 <보기>와 같이 바꿔 썼을 때의 효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 [A]를 <보기>와 같이 바꿔 썼을 때의 효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집에 가 봐야 노루 꼬리만큼 짧다는 겨울 해에 점심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우리들은 학교가 파하는 대로 책가방만 던져 둔 채 떼를 지어 선창을 지나 항만의 북쪽 끝에 있는 제분 공장에 갔다.

[A]제분 공장 볕 잘 드는 마당 가득 깔린 멍석에는 늘 덜 건조된 밀이 널려 있었다. 우리는 수위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마당에 들어가 멍석의 귀퉁이를 밟으며 한 움큼씩 밀을 입 안에 털어 넣고는 다시 걸었다. 올올이 흩어져 대글대글 이빨에 부딪치던 밀알들이 달고 따뜻한 침에 의해 딱딱한 껍질을 불리고 속살을 풀어 입 안 가득 풀처럼 달라붙다가 제법 고무질의 질긴 맛을 낼 때쯤이면 철로에 닿게 마련이었다.

우리는 밀껌으로 푸우푸우 풍선을 만들거나 침목(枕木) 사이에 깔린 잔돌로 비사치기를 하거나 전날 자석을 만들기 위해 선로 위에 얹어 놓았던 못을 뒤지면서 화차가 닿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화차가 오고 몇 번의 덜컹거림으로 완전히 숨을 놓으면 우리들은 재빨리 바퀴 사이로 기어 들어가 석탄 가루를 훑고 이가 벌어진 문짝 틈에 갈퀴처럼 팔을 들이밀어 조개탄을 후벼 내었다. 철도 건너 저탄장에서 밀차를 밀며 나오는 인부들이 시커멓게 모습을 나타낼 즈음이면 우리는 대개 신발 주머니에, 보다 크고 몸놀림이 잽싼 아이들은 시멘트 부대에 가득 석탄을 팔에 안고 낮은 철조망을 깨금발로 뛰어넘었다. 선창의 간이 음식점 문을 밀고 들어가 구석 자리의 테이블을 와글와글 점거하고 앉으면 그날의 노획량에 따라 가락국수, 만두, 찐빵 등이 날라져 왔다.

석탄은 때로 군고구마, 딱지, 사탕 따위가 되기도 했다. 어쨌든 석탄이 선창 주변에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있는 현금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고, 때문에 우리 동네 아이들은 사철 검정 강아지였다.

해안촌(海岸村) 혹은 중국인 거리라고도 불리어지는 우리 동네는 겨우내 북풍이 실어 나르는 탄가루로 그늘지고, 거무죽죽한 공기 속에 해는 낮달처럼 희미하게 걸려 있었다.

할머니는 언제나 짚수세미에 아궁이에서 긁어 낸 고운 재를 묻혀 번쩍 광이 날 만큼 대야를 닦았다. 아버지의 와이셔츠만을 따로 빨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바람을 들이지 않는 차양 안쪽 깊숙이 넌 와이셔츠는 몇 번이고 다시 헹구어 푸새를 새로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망할 놈의 탄가루들. 못 살 동네야.

할머니가 혀를 차면 나는 으레 나올 뒤엣말을 받았다.

광석천이라는 냇물에서는 말이다. 물론 난리가 나기 전 이북에서지. 빨래를 하면 희다 못해 시퍼랬지. 어느 독(毒)이 그렇게 퍼렇겠니.

겨울방학이 끝나면 담임인 여선생은 중국인 거리에 사는 아이들을 불러 학교 숙직실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숙직실 부엌바닥에 웃통을 벗겨 엎드리게 하고는 미지근한 물을 사정없이 끼얹었다. 귀 뒤, 목덜미, 발가락, 손톱 사이까지 탄가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왕소름이 돋은 등어리를 찰싹찰싹 때리는 것으로 검사를 끝냈다. 우리는 킬킬대며 살비듬이 푸르르 떨어지는 내의를 머리부터 뒤집어썼다.

봄이 되자 나는 3학년이 되었다. 오전반이었기 때문에 한낮인 거리를 치옥이와 나는 어깨동무를 하고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커서 미용사가 될 거야.

삼거리의 미장원을 지날 때 치옥이가 노오란 목소리로 말했다.

회충약을 먹는 날이니 아침을 굶고 와야 해요. 선생의 지시대로 치옥이도 나도 빈속이었다.

공복감 때문일까, 산토닌을 먹었기 때문일까, 해인초 끓이는 냄새 때문일까. 햇빛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도, 치마 밑으로 펄럭이며 기어드는 사나운 봄바람도 모두 노오랬다.

길의 양켠은 가건물인 상점들을 빼고는 거의 빈터였다. 드문드문 포격에 무너진 건물의 형해가 썩은 이빨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제일 큰 극장이었대.

조명판처럼, 혹은 무대의 휘장처럼 희게 회칠이 된 한쪽 벽만 고스란히 남아 서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치옥이가 소곤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곧 무너질 것이다. 나란히 늘어선 인부들이곡괭이의 첫 날을 댈 위치를 가늠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희고 거대한 벽은 굉음으로 주저앉으리라.

한쪽에서는 이미 헐어 버린 벽에서 상하지 않은 벽돌과 철근을 ㉠발라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주 쑥밭을 만들어 버렸다니까.

치옥이는 어른들의 말투를 흉내 내어 몇 번이고 쑥밭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사람들은 개미처럼, 열심히 집을 지어 빈터를 다스렸다. 반 자른 드럼통마다 조개탄을 듬뿍 써서 해인초를 끓였다.

치옥이와 나는 자주 멈춰 서서 찍찍 침을 뱉어 냈다.

회충이 약을 먹고 지랄하나 봐.

아냐, 회충이 오줌을 싸는 거야.

그래도 메스꺼움은 가라앉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해인초의 거품도, 조개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도, 해조(海藻)와 뒤섞이는 석회의 냄새도 온통 노란빛의 회오리였다.

왜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해인초를 쓰지? 난 저 냄새만 맡으면 머리털 뿌리까지 뽑히는 것처럼 골치가 아파.

치옥이는 내 어깨에 엇갈린 팔을 무겁게 내려뜨렸다. 그러나 나는 마냥 늑장을 부리며 천천히 걸어 해인초 냄새, 내가 이 시(市)와 나눈 최초의 악수였으며 공감이었던 그 노란빛의 냄새를 들이마셨다. - 오정희, `중국인 거리` -

1. 위 글에서 석탄이 갖는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작품의 분위기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② 여러 장면을 묶어 주는 연결 고리가 된다.

③ 주인공의 심리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④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⑤ 사건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문제읽기를 통해] 발문을 보면 `석탄이 갖는 기능`을 물어 보고 있다. 그래서 소설 지문을 읽으면서 `석탄`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에 초점을 두고 읽어야 한다.

[지문읽기와 문제풀이를 통해] 정답이 ②번임을 알 수 있다. 첫 부분에서 `석탄 서리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뒤이어 `석탄 때문에 불평하는 할머니`, 이어서 `석탄 때문에 아이들을 씻겨 주는 담임 여선생`이 나온다. 이러한 장면은 모두 석탄을 중심으로 하여 연결되고 있다.

2. [A]를 <보기>와 같이 바꿔 썼을 때의 효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회고조의 목소리가 두드러져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잘 드러낸다.

② 중심 제재를 더 자세히 묘사하여 독자에게 선명한 인상을 준다.

③ 호흡을 느리게 하여 과거의 경험을 음미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④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여 독자가 장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⑤ 친밀한 느낌을 주는 말투를 써서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를 좁혀 준다.

[문제읽기를 통해] 각각의 답지와 보기에 있는 정보를 연결하여 `1대 1 대응` 관계가 아닌 것을 고르면 된다.

[지문읽기와 문제풀이를 통해] 정답은 ②번이다. ①번은 `지금도 ~ 떠올리곤 합니다.`에서 회고조를 목소리를, ③번은 `……`를 계속 삽입하여 호흡을 느리게 하고 있다. 또한 ④번은 `슬레이트 지붕`과 `높다란 굴뚝` 등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여 독자의 이해력을 높이고, ⑤번은 `~ 있었지요.` 등의 표현을 통해 친밀한 느낌을 주고 있다. ②번은 중심 제재가 `밀`인데 `밀`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보기>에 나와 있지 않다.

3. ㉠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은?

① 선생님께서 상처에 약을 발라 주셨다.

② 아이의 방을 예쁜 벽지로 발라 주었다.

③ 그는 늘 몸가짐이 발라 누구나 좋아했다.

④ 그 아이는 인사성이 발라 칭찬을 듣는다.

⑤ 어머니께서 생선에서 가시를 발라 주셨다.

[문제읽기를 통해] 이런 유형의 문제는 제시된 용언(동사, 형용사) 주변의 명사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즉, `무엇`을 `발라내느냐`가 중요한데, 여기에서는 `철근`을 `발라낸다.`고 했으므로 `분리하다`의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문읽기와 문제풀이를 통해] 정답은 ⑤번이다. `가시`를 `발라주다`의 뜻인데, 여기서의 `발라주다`는 `분리해 주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어휘력 tip

1. `라면 건데기`가 맞아요? `라면 건더기`가 맞아요?

- `라면 건더기`가 맞습니다. 명사인 건더기는 `국이나 찌개 등의 음식 속에 들어 있는 국물 이외의 것. 또는 내세울 만한 일의 내용이나 근거를 속되게 이르는 말`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국물의 건더기가 없다` 또는 `변명할 건더기가 없다`에 쓰입니다.

2. 나무의 밑둥이 맞나요? 나무의 밑동이 맞나요?

- `나무의 밑동`이 맞습니다. 명사인 밑동은 `나무줄기에서 뿌리에 가까운 부분 혹은 채소 따위 식물의 굵게 살진 뿌리 부분`을 말합니다. 즉, `단 칼에 무 밑동을 잘라냈다`에 쓰이죠.

이상 언어교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