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이야기⑦ 유성구 송강시장

넓고 청결한 송강시장내 모습.   대전일보DB
넓고 청결한 송강시장내 모습. 대전일보DB
대전 유성구 송강시장은 전국 최연소 상인회장이 이끄는, 젊음과 세련미가 흐르는 시장이다.

송강시장을 찾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른 어느 시장보다도 넓은 통행로와 눈길만 주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현대화시설을 마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상점은 입구에 캐노피를 내 아늑함을 더했고 밝은 조명과 알아보기 쉬운 글씨의 단순한 간판이 절제돼 보인다.

상인회는 지역민과 함께 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최근 시장 내 조그만 광장을 조성했다. 아직은 날씨가 추워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날씨가 풀리는 봄이 오면 광장에서 작은 공연과 주민, 상인이 참가하는 노래자랑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 계획이다.

상인이 중심이 돼서 공연팀을 물색하고 시간을 조율하는 작업은 평생 장사만 해 온 상인들에게 낯선 일이지만 시장을 찾는 손님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구상에 임하고 있다.

조명현 송강시장 상인회장(43·송강그린건강원 대표)은 2년 전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어린 상인회장으로 유명세를 날리며 젊은 사람의 발길을 끌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의 변화를 유도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송강시장은 다른 시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깔끔하고 스마트한 느낌을 준다. 상인들은 송강시장의 편의시설이 전국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송강시장은 16년 전 송강동에 송강마을 아파트와 한솔 아파트 등 아파트 단지가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자리잡았다. 당초에는 복합상가로 분양을 받았지만 근처 상권이 미약해 지역주민의 수요에 맞춰 신선식품이 주로 들어서면서 시장의 형태로 자연스레 발전했다.

점포수는 56개로 다른 시장보다 작지만 그만큼 시장 상인의 결속력도 좋아 무슨 일이 생기면 한 마음으로 똘똘 뭉치는 화기애애함이 묻어난다.

송강시장에는 유독 떡집이 많다. 인근의 독특한 거주형태 때문이다. 시장 근처에는 아파트 뿐 아니라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부터 자리잡은 도농 복합형 마을이 있다. 집마다 조금씩 농사를 하는 시골 같은 마을인데 거주자의 연령대도 아파트보다 비교적 높아서 굳이 명절 때가 아니라도 떡을 즐겨 찾을 뿐 아니라 철마다 농사 지은 쌀을 들고와 떡을 해가기도 한다. 여러 송강시장 상인이 가장 붐비는 점포로 야채가게도 생선가게도 아닌 `예성방앗간`을 꼽을 정도니 송강 지역 주민의 떡 사랑을 짐작할 만 하다.

그런 풍경을 자주 보며 자라서인지 송강시장을 찾는 많은 어린이가 빵보다 떡을 좋아한다. 엄마 손을 붙잡고 나온 아이가 빵 대신 떡을 사달라고 조르는 풍경을 보며 처음에는 상인들도 고개를 갸웃하고 신기해했다. 지금은 송강시장 인근 빵집보다 시장 떡집이 장사가 더 잘된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 다리 건너 나란히 자리한 `동의한방족발`과 `정통 바베큐족발`도 송강시장의 인기 상점이다. 이미 만들어진 족발을 보급받아 며칠씩 유통시키는 프랜차이즈 족발집과 달리 신선한 고기를 구해 매일 삶아 소비하기 때문에 값도 저렴하고 한약재를 넣어 독특한 맛을 만들어 내는 등 신선한 족발을 맛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자랑이다.

송강시장 상인들은 닭 한마리를 구입해도 여러 유통단계를 거칠 수 밖에 없는 대형마트 대신 그날 아침 바로바로 공수한 신선한 식품이 있는 시장을 사랑해 달라고 당부한다.

조 회장은 "송강시장은 시장과 주거지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장점을 살려 주민이 자주 찾고 싶은 시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상품을 만날 수 있는 송강시장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pen@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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