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 겨울철 전기절약 백태

삼진정밀은 최근 공장 내에 비닐커튼을 설치해 난방을 극대화 할 뿐만 아니라 방풍·방음·방진효과로 근로환경 개선에 나섰다.  김태영 기자 why@daejonilbo.com
삼진정밀은 최근 공장 내에 비닐커튼을 설치해 난방을 극대화 할 뿐만 아니라 방풍·방음·방진효과로 근로환경 개선에 나섰다. 김태영 기자 why@daejonilbo.com
지난 9월 15일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는 전국적으로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도심 상가와 사무실 곳곳의 업무가 마비됐고 엘리베이터가 멈춰 시민들이 갇히거나 교통신호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등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 각지에 위치한 산업단지의 생산라인도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돼 비상전력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초유의 사태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급증한 전력수요량을 정부가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탓에 전력공급예비율이 4%까지 떨어지면서 빚어졌다. 문제는 올 겨울에도 이 같은 대규모 정전 사태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매해 겨울철마다 최대수요전력을 경신해 왔다. 이미 지식경제부는 올 겨울 대부분 기간의 예비전력이 400만㎾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26일에는 대전·충남 지역의 최대수요전력(728만㎾)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 기업, 가정집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규제 지침을 발표하며 에너지 절약에 힘쓰고 있다. 정부정책에 동참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대의적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소모전력을 줄여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서 작게는 컴퓨터 사용량 줄이기까지 지역 기업들이 실천하고 있는 전기절약 방법을 살펴본다.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시설 구축=일부 기업들은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전력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사용량을 줄이는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설비 투자·설치를 통해 전력소모량을 줄이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라공조의 경우 에너지 공정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HEMS(Halla Energy Management System) 인프라를 구축했다. 통합관리시스템을 이용해 공장이나 사무실의 시간별·설비별 에너지 관리 현황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불필요한 전력소모량을 줄여나가기 위함이다. 각 부서별로 에너지 담당자도 선정해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인 에너지 절감 홍보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세심하고 적극적인 관리체계를 조성했다.

수처리용 밸브제조업체 삼진정밀은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 설비 투자를 감행했다. 지난 10일 2200여만원을 들여 공장 내 조립사인에 비닐커튼을 설치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절약형 냉·난방기를 구비해 보온효과를 극대화했다. 삼진정밀 측은 비닐커튼 설치 후 난방기 사용량이 줄어 연간 수 백만원의 전기료 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난방효과뿐 아니라 방풍과 방음, 방진효과도 생기는 등 근로환경이 개선돼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겨울철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가능성도 줄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삼진정밀 측은 기대하고 있다.

근로자 유재현(30)씨는 "비닐커튼 설치가 된 곳은 바깥과 5℃ 가량 차이가 날 정도로 훈훈해 한파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어 좋다"며 "방음효과로 소음이 적어 동료들과 담소도 나눌 수 있는 등 근로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사내 전기절약 생활화=사무실 내에서 적극적인 전기절약 생활화 캠페인을 벌여 불필요한 전력소모를 줄여나가려는 노력도 작지만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부분이다.

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업체 진합은 이달 들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긍정의 힘`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최근 시행된 정부의 에너지 규제 정책에 호응하여 기존 전기절약운동을 확대·강화하는 차원에서 불필요한 전기사용 제한과 절약 실천사항에 대한 대형공고문을 만들어 현장 곳곳에 배치했다.

전력소모량이 많은 개인용 전열기구의 사용을 금지하고 불필요한 조명은 소등하거나 격등으로 켜는 등 소소하지만 쉽게 지켜지지 않는 것들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한 부분들이 공고문의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기준량 대비 90%를 상회하던 전기사용량이 현재는 평균 86%까지 감소해 실질적인 전기절약효과를 보고 있다.

동양강철은 오후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사무실 전체를 소등하고 스위치나 콘센트마다 주간소등을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 필요없는 전기가 새나가지 않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정책에 따라 전력수요 피크시간대인 오전 10-12시, 오후 5-7시 사이에 모든 난방기의 가동을 멈추기도 한다.

창호전문기업 성광창호디자인도 낮에는 사무실 전체를 소등하고 난방도 1시간 가동 후 2시간 쉬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휴대용 손난로나 몸에 붙이는 핫팩, 내복 등으로 추위를 이겨내며 에너지 절약 생활화에 동참하고 있다.

대전에 위치한 한 기업 기술연구소에서는 전체 연구동의 실내온도를 20℃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냉·난방시설을 제어하고 실험실과 사무실, 계단·복도 등 공용구역의 조명사용량을 50% 감축했다. 화장실 비데, 온수 사용도 줄이는 등 작은 실천들을 모아 에너지 절감에 힘쓰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작은 부분들이지만 지속적인 사내 교육·홍보 활동을 통해 절약 캠페인을 벌여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사내 에너지 절감 생활화 노력을 강화하면서 사무실용 보조 난방용품이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전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핫백이나 핫팩, 무릎담요, 발열방석, 겨울용 슬리퍼, 발열 깔창 등 다양한 상품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사무실용 소형 난방·보온 제품의 매출은 직전 주보다 약 4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체온을 3℃ 가량 높이는 효과가 있는 내복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33% 증가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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