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과 함께 동장군이 엄습하는 이 때가 온기를 넣어줄 국 한 그릇이 제대로 당기는 시기다.

뜨끈한 요리하면 으레 소머리국밥이 생각나기 마련. 이럴 때 재래시장 한 구석에 조그맣고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별로 요란 떨지 않고 맛이 그럴 듯한 집을 찾게 되면 무척이나 횡재한 기분이 든다.

이런 참에 35년 넘게 이어온 전통 있는 맛을 강조하며 소머리국밥을 진하게 잘 끓이는 집을 발견했다. 바로 대전 동구청사 인근 시장 안쪽에 있는 `그때 그집`.

이곳은 1975년부터 자리를 지키며, 대전에서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을 중심으로 이미 폭 넓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테면 해를 거듭하며 검증된 맛집인 셈이다.

평일 점심, 이 집을 찾았다.

배를 채우려는 손님들이 가득 몰려들어 가게 안은 벌써부터 북적인다. 2층 다락에 마련된 자리를 안내받아 앉으면서 소머리국밥을 주문했다.

입바람으로 `후후` 식혀가며 맛본 국물, 구수하면서도 뒷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그 비결은 바로 지역축협에서 공수한 100% 한우를 손질해 잡뼈, 사골, 도가니 등을 넣어 우려낸 맑은 육수에 있단다.

소머리는 초벌로 2시간 정도를 삶아 다시 가마솥에서 5시간을 더 삶는다.

이때 뼈와 살이 자연스럽게 분리되면서 부드럽고 쫀득한 고깃살이 나오게 된다.

보통 새벽 3-4시부터 끓이기 시작해 16시간 정도를 푹 고아 손님상에 내놓게 된다. 또한 육수에 갈아낸 인삼을 넣어 느끼하지 않고 깊은 맛의 국물이 단연 일품이다.

이렇게 끓인 국물에 우설과 소머리고기 등 맛난 부위를 골고루 푸짐하게 한주먹 얹어 뚝배기에 한 번 더 끓이면 입소문 자자한 35년 전통 소머리국밥이 완성된다.

고기가 뚝배기가 넘칠 정도로 듬뿍 든 모양새가 보기에도 푸짐해 먹기 전부터 포만감이 밀려온다.

한 점 집어서 간장, 파, 고추냉이로 만든 양념장에 찍어서 먹어보면 느끼하지 않고 보드랍다.

또 어떤 부위는 쫀득쫀득해 씹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금 대신 새우젓으로 간을 내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짭짤한 국물맛이 입안을 고루 감돈다.

다진 양념, 김치 국물도 살짝 넣어 먹으니 알맞게 얼큰하고 매콤한 국물에 자꾸만 숟가락이 이끌려 나간다.

국물도 국물이지만 이 집에서 빠질 수 없는 한 가지, 바로 가게에서 직접 담근 김치와 깍두기다.

알맞게 익혀 매콤하고 알싸하면서도 싱그러운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시키는데 한 몫 한다.

함께 나온 수육도 부드럽고 찰긴 고기맛에 먹으면 먹을수록 감탄에 빠져든다. 냄새도 없으면서 입안에서 사르르 목을 타고 살살 넘어가는게 별미가 따로 없다. 영업시간 오전 4시반-저녁 9시.

☎042(222)0592 △소머리국밥 6000원 △수육 大 1만8000원·小 1만5000원

 글·사진 이지형 기자 ljh80@daejonilbo.com

△우리집자랑

"비결이랄 게 따로 있나요. 바로 손님을 위한 정성에 있죠. 고기, 햅쌀 등 모든 메뉴에 쓰이는 재료들을 직접 골라서 매일매일 사용해요."

명품 소머리 국밥의 노하우를 묻자 김동근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부친 김창옥(82) 씨는 고령에도 직접 발품을 팔며 찹쌀, 햅쌀, 소고기 등 좋은 재료를 구하기에 온힘을 다한다며 이에 김 씨도 35년 넘게 이어온 맛과 정성의 철칙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 씨는 "수십년간 명맥을 유지한 맛을 변함없이 지켜나가겠다"며 "앞으로도 타 지역민들도 대전하면 `그때 그집`을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의 서비스를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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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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