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익 소장과 함께하는 공부 잘하는 법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전국 1045개 초·중등학교 기초학력 미달학생 5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학습부진의 원인을 찾는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만1000여명(19.6%)이 난독증·정서불안 등 정서·행동발달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간과되어 왔던 난독증(難讀症·Dyslexia)이 성적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지금까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말이 교육계에 많이 알려지면서 난독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증상들이 비슷하다 보니 대부분의 난독증 학생들이 `ADHD`로 평가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난독증이라고 하면 단순히 글을 읽지 못하는 어(語)맹증인 것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읽지 못하는 증상보다는 읽기 속도와 이해력이 또래보다 떨어지는 유창성 난독증이 훨씬 많다.

영어는 그 철자와 발음이 일대일 대응되지 않고 변화가 많아서 실제로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반면, 한글은 발음과 문자가 정확히 대응하도록 쉽게 만들어졌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지긴 했지만 지금도 그 규칙성이 타 언어에 비해 매우 정확한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정확하게 천천히 읽을 수는 있으나 유창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난독증으로 보지 않고 `집중력이 부족해서`, `책을 싫어해서`, `독서습관이 잘못되어`,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하고 그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렸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는데 있다.

유창성 난독증은 두뇌에서 언어를 처리하는 부분들 사이에 정보를 처리하는 자동성(automaticity)이 충분히 달성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서 두뇌의 언어정보 처리속도가 빠르지 못한 것이다. 시각정보와 청각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일반적인 독서가와 난독증 독서가가 둘 다 기본적인 수준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아주 미세하게 복잡한 것들이 개입하거나 매우 빠른 처리속도를 해야 될 때 난독증은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난독증은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초3 이전에 난독증을 발견할 수 있다면 무척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그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난독증이 개선되고 좋아지지만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유아에서부터 청소년까지의 학습과정을 연구한 결과 어릴 때 익힌 어휘량의 차이에 따라 학습의 결과가 엄청난 차이를 가져 온다는 데 있다. 아이가 글을 배우면서 자신의 어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난독증이 있는 아이는 글을 통해 익힐 수 있는 어휘습득의 속도가 느려 더 적은 양의 어휘를 익힐 수 밖에 없기에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한 사람이 된다는 부익부 빈익빈의 `마태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더욱 격차가 벌어지고 학습부진으로 인한 자존감의 손상이 결국 학습 실패자로 만드는 길을 걷게 할 수 있다.

그렇게까지 악화되지 않더라도 난독증 학생은 남들과 경쟁하기 위해 2-3배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따라갈 수 있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조그마한 차이가 나중에는 큰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덮어놓고 부정하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난독증은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난독증으로 인해 특별하게 발달되는 두뇌회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난독증이 적절히 해소되고 나면 이 특화된 두뇌회로가 다른 일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호익 HB두뇌학습클리닉 대전본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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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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