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학병원교회 창립 30주년

 을지대병원교회 주형직 목사는 지난 부활절을 맞아 을지대병원 병실을 찾아 환자를 위로했다.  
 사진=을지대병원 제공
을지대병원교회 주형직 목사는 지난 부활절을 맞아 을지대병원 병실을 찾아 환자를 위로했다. 사진=을지대병원 제공
지난 18일 아침 7시 을지대학병원 중환자실 앞. 찬양소리가 울려 퍼지고, 주변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지기 시작했다.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을지대학병원교회 주형직 담임 목사와 찬양위원들. '새벽찬양대'로 활동 중인 이들은 지난 30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중환자실을 비롯한 병실을 순회하며 환자들의 쾌유를 위해 찬양으로 마음을 전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을지대학병원교회(이하 병원교회). 지난 2008년 6월 원목으로 부임한 주형직 목사는 "지나온 30년 세월은 아마도 기적의 역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병원교회가 환우들에게 희망과 소망을 줄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환자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있는 병원교회가 그동안 어떠한 길을 걸어 왔을까.

◇30년 동안 심신이 지친 환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다

을지대학병원교회의 역사는 병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81년 대전시 중구 목동에 을지대학병원이 설립된 동년 9월 21일 창립예배를 시작으로, 지난 30년 동안 쉼 없이 원목실을 운영하며 질병으로 심신이 연약한 환자들을 위해 기도와 찬양으로 용기를 북돋아주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왔다.

주 목사는 "나는 그저 30년 역사에 고작 3분의 1을 보태었을 뿐인데 축하의 대상이 되어 부끄러운 마음"이라며 "30년 동안 교회를 이끌어주신 많은 봉사자들과 여타 관계자 분들 덕분에 앞으로의 30년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겸손을 표했다.

병원교회는 지역병원교회 중 유일하게 주일 2번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각각 병원 2층 을지홀에서 열리는데, 주일예배 뿐 아니라 매일 아침 6시에는 새벽기도회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수요예배를 열어 병고로 인해 심신이 지친 환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 주형직 목사는 "질병으로 인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안고 주님 만나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와 주시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볼 때면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고 했다.

◇자원봉사로 환자들에게 사랑과 기쁨을 전해요

2인 1조로 구성된 자원봉사자와 교역자들은 매일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심방하며 환자와 보호자를 향한 위로는 물론 그들을 위한 기도, 상담 등을 통해 심리적 치유를 돕고 있다. 이 같은 상담사역은 중환자실 하루 평균 10여 건, 일반병실은 50여 건 정도 이루어진다.

상담사역을 위해 찾은 한 병실, 그곳에서 만난 환자 배영범 씨(28)가 환한 미소로 그들을 맞았다. 지난 3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지냈다는 배 씨는 을지대학병원교회로부터 많은 도움과 위로,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배 씨는 "아마 "병원교회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며 "그만큼 목사님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분들로 하여금 많은 위안을 얻었기에 병원교회의 관심과 사랑에 그저 감사드릴 뿐"이라고 전했다.

그를 향한 주 목사의 기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병실을 떠나기 전, 결국 주 목사는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환자들의 눈물과 서러움을 받으며 저 자신도 치유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자를 위한 을지대병원교회의 희망 이야기는 계속된다

상담사역 외에도 주일예배시간을 이용해 환자들을 위한 머리감기 및 발 씻기 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새벽 찬양과 예배연주 등을 통한 찬양사역, 결신 및 영접, 세례를 통한 복음사역 등에 나서고 있다. 또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치료비의 부담으로 어려움을 갖고 있는 환자들을 선정해 진료비를 지원하기도 하고, 문서 선교를 위해 계절지인 '시믄나무'를 발행, 병원 내 환자들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도 공유하고 있다.

더불어 교회는 을지대학병원 교직원들로 구성된 기독교 동아리인 '신우회'와 함께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특히 1992년 이래로 지역민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진료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의료봉사는 신우회와 함께 이루어지는 연례행사로, 지금까지 충남 홍성군 구항면, 금산군 제원면 등 무의촌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랑의 인술을 펼쳐왔다.

교회 원목실 한 켠에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필로 적은 쪽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주일예배순서지에 직접 기도제목을 작성할 수 있는 란을 마련하여 그들의 소리를 듣기로 한 것. 주 목사는 "쪽지에는 저마다 구구절절 사연을 담아 간절함이 묻어난다"며 "그들의 메시지가 하늘에 닿을 때까지 환자를 위한 을지대학병원교회의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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