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위 곧은소리

"미치광이들이 들끓는 도깨비나라!" 한말(韓末) 비운의 선비 매천(梅泉 黃玹)이 자신이 처한 시대를 한탄하면서 한 말이다. 지금 우리 시대가 바로 그런 형국이라 느껴진다.

헌다하는 사찰의 주지였던 한 스님이 시정잡배만도 못한 악다구니로 대통령을 쥐에 빗대어 저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승(僧)도 아니고 속(俗)도 아닌 비승비속(非僧非俗)의 한 사람이 승복을 휘날리면서,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非政不非政) 정치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사실을 보고 있다.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다. 비서비조(非鼠非鳥)라는 말이 있다. 쥐도 아니고 새도 아닌 존재! 박쥐를 일컫는다. 박쥐는 아무리 사람들이 보려고 해도 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야행성 동물이기 때문이다. 야행성이 아닌 필자의 어두운 눈으로는 그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가를 볼 수가 없다.

그 비승비속의 사람과 똑같이 학자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非學非政) 또 한 사람의 교수라는 사람도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라가 어지러워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애국하는 심정으로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자기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참으로 나라와 인류의 장래를 위해 공헌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지금처럼 승(僧)도 아니면서 승인 척하고 오랜 학자도 아니면서 학자인 척하면서 정치에 기웃거리는 행보는 분명히 나라를 도깨비나라로 만드는 것밖에는 안 된다 할 것이다.

변호사와 여검사 얘기는 또 어떤가? '검사와 여선생'이라는 눈물겨운 영화는 본 적이 있어도 '변호사와 여검사'라는 순정어린 영화는 본 적이 없다. 불륜과 뇌물과 사기라는 복잡한 미치광이 짓 같은 얘기가 황당하게 전개되고 있으니 말이다. 변호사가 제공한 벤츠를 버젓이 타고 법정에 들어섰을 검사가 과연 어떤 활동을 했을까? 도깨비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음 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현직 판사가 인터넷 공간에서 대통령을 '가카'라고 부르면서 갖은 비속어로 조롱하는 글을 올리고 또 다른 판사는 대통령을 향해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라는 말로 모욕하고 있는 것을 본다. 미치광이가 판치는 도깨비나라가 되기는 하루아침인가 보다.

도깨비판의 정수는 역시 정치판이다. 일찍이 야당 지도자였던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는 약속을 어긴 적은 있어도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고 한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불출마 선언을 몇 번이나 어긴 것에 대한 자기변명이었다. 거짓말을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야당인 민주당의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거짓말을 아주 식은 죽 먹듯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나같이 자신들이 지지하고 자신들이 추진했던 한미 FTA 문제에 대해서까지 대통령 후보에 나왔던 정동영 의원마저 반대한다는 논리가 겨우 그전에는 "잘 몰라서 추진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한미 FTA를 통해 "미래를 향한 도전의 기회로 삼자"고까지 주장했던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그때는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고 둘러대면서 FTA 지지자들을 이완용이라고까지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손학규 대표는 FTA를 통해 "국민통합의 계기로 삼자"고 주장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절대 안 된다고 정반대의 말이 튀어나오게 된 계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정치판이야말로 도깨비판이 아닌가 하는 사실이 실감 있게 다가오는 현장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사생결단으로 그 무효를 주장하고 나서는 야권 세력을 향해서도, 소용돌이치는 정치에 대해서도 어떤 비전 하나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저 "올 것이 왔다"는 식으로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대통령은 도무지 국민과 소통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무엇을 더 기대하랴! 하야하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미치광이들이 들끓는 도깨비 같은 정치판이 대통령 자신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대통령의 퇴임 후에 거처할 사저 문제가 불거져 나온 이유는 무엇이며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측근들의 비리가 하나씩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이유의 근원은 어디에 연유한다고 보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정치의 한복판에 있으면서 짐짓 정치를 외면한 결과가 오늘의 정치판이 도깨비판처럼 되었다는 사실을 굳이 외면만 하고 있으면 자신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