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숙의 학습상담

Q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이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학교에 등교하면서부터 책상에 엎어져 잠을 잡니다. 점심시간에 잠깐 일어나고, 오후 수업은 물론이고 야간자율학습시간까지 잠을 잡니다. 귀가 후에도 잠으로 일관합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친구들과 외출하지 않으면 거의 잠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신체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공부도 하지 않고 잠만 자는 아이가 걱정됩니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가 '잠만 자는 백설공주' 만든다

A 특정 시점에서 피곤함을 많이 느끼거나 잠을 많이 잔다면 우선적으로 신체적 문제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합검진에도 특별한 이상이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심리·정서적 문제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잠은 일상의 생활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시간입니다. 또한 잠은 현실에서의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습니다. 온갖 걱정, 불안, 염려 등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으로부터 철회(잠시 떨어져 있기)를 하기 때문에 잠자는 순간만큼은 행복한 시간, 편안한 시간입니다. 결국 심리·정서적 문제가 잠으로 나타날 때는 문제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막막함과 체념 등의 허무적인 감정과 현실에서의 불안과 두려움을 잠시라도 잊기 위한 소망이 잠으로 나타납니다.

현실로부터 눈을 감는 순간 잠으로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나와 현실을 분리합니다. 나에게 고통과 힘겨움을 주는 현실보다는 잠을 자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잠을 자야만 '내가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위의 학생처럼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여학생의 부모님은 자녀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좀처럼 칭찬하지 않고 늘 '더 잘 하라'는 질책만 하셨습니다. 자녀는 인정을 받지 못하자 잠으로 일관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부모님이 자녀를 칭찬하고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공부에 방해되는 잠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정서적인 측면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백미숙진로학습상담연구소(www.bms130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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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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