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역사스페셜’

△밤 10시=1907년 3월, 일본에서 열린 '도쿄권업박람회'. 각종 진기한 볼거리와 여흥거리가 많았던 바로 이곳에서 많은 조선인을 분노케 한 일이 있었다. 박람회 흥행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수정관 안에 조선인 남녀 두 사람이 있었다. 난간을 사이에 두고 일본 관람객들이 안에 있던 조선인을 구경하는, 그야말로 '인간 동물원'의 모습이었다. 일본인에게 동물처럼 관람의 대상이 되었던 이들은 이곳에 무슨 이유로 전시됐던 것일까?

조선인 전시는 1903년 오사카에서 있었던 제5회 '내국권업박람회'에서 먼저 이뤄졌다.

이를 주도한 이는 쯔보이 쇼고로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인류학자. 대규모 박람회장에, 350평이라는 규모로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하루에 천명이상의 관람객을 맞았던 '학술인류관'. 그 곳에 타이완인, 아이누인, 류큐인 등과 함께 두 명의 조선 여인이 전시됐다. 일본 관람객들을 교육시킨다는 명목이었다.

열자를 배제하고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 바람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우리에게 강조한 하나의 이데올로기였다. '건강한 국민이 돼야한다'고 주장하는 한편으로, 건강하지 못한 인구를 도태시키려 한 일본. 한센인들 강제 불임수술이나 전 국민 보건캠페인은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정책들이다. 박람회 인간전시를 비롯한 20세기 초 일본이 가지고 있었던 제국주의 시선을 추적해본다.

정민아 기자 mina@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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