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주인공공부습관트레이닝센터장 박계진 원장

센터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나다 보면 한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사람 마음이 얼마나 자주 흔들리게 되는지를 매 순간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마음을 표현하거나 사용할 때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듣게 된다.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해, 내 마음은 한결같아, 내 마음은 변함이 없어…'

그러나 그런 화려한 수식어처럼 정말 내 마음이 그러한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수시로 변할 수 있는가? 아내를 바라보는 마음이, 남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어쩌면 그리도 변화무쌍할 수 있을까? 도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고 보면 마음이라는 것은 우리를 속이는 술수가 너무 다양하다고, 원래부터 마음이라는 속성이 그러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 마음이 내려주는 답으로부터 좀더 자유로워지면 아이의 진짜 모습이 더 잘보이게 되지 않을까?

얼마전 고등학교 2학년인 한 학생이 왔다. 학교에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해 그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센터를 방문하게 됐다. 상담을 진행하다보니 그 아이에 대해서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얻은 정보와는 상당히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모는 "제발 거짓말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제발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극약처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해결점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학교도, 부모도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를 놓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감성코칭에 기반을 두지 않고 채벌, 강압, 협박, 회유등으로 대응해온 방식들은 문제의 진원지로 접근조차 할 수 없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는 그동안 부모나 선생님이 대응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감성코칭으로 상담을 진행해 나갔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그 아이는 마음을 열게 되었고, 자신이 왜 거짓말을 하게 되었는지, 왜 학교에서 갈등들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중학교까지만 해도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인정받는 괜찮은 아이였다. 경쟁이 심한 중학교에서 최상위권은 아니였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성적하락과 함께 갈등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성적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버린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그렇게도 기쁘고 감사했던 마음은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오늘 형편없는 성적표를 들고 있는 아이가 내 앞에 서 있을 뿐이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나는 그 아이에게 주어진 문제아 꼬리표를 과감하게 떼어내 버렸다. 그 아이가 자기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만남에서 그 아이가 나에게 부탁한 말은 "선생님 도와주세요. 저 정말 잘 해내고 싶어요"라는 말이었다.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살아가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전국의 꼴찌들에게 물어보라. 그 어떤 아이도 자기 자신이 꼴찌 딱지나 문제아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는지를 말이다.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은 그들의 가슴 속에서는 잘 해내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 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은 두렵거나 민망해서, 또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현재의 어려움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뿐이라는 점을 부모라는 역할을 가지고 있는 한 아이의 손을 절대 놓아서는 안된다. 감성코칭의 방법이나 접근성이 너무 어려워서 나는 못해 내겠다는 부모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아이가 태어났던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 보시라고. 사회적 조건이나 아이의 성적표가 매달리기 전 태어난 그 순간에는 그저 생명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이 부모의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는 사실만을 돌이켜만 봐도 감성코칭은 부모라면 그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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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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