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근식 대전대 대외협력부총장

낭비하는 생활과는 거리가 먼데 왜 나의 저축액은 늘지 않는 것일까? 현금보다 신용카드로 쇼핑할 때 지출이 훨씬 많은 이유가 뭘까? 연말정산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통장잔고가 비었네? 은행에 예금도 있고 펀드도 들었는데 마이너스인 통장은 왜 남아 있지? 오르는 주식은 팔아 버리고 떨어진 주식은 어째서 팔지 못하고 꼭 쥐고 있을까?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그 중 `마음의 회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1만원 하는 물건과 100만원 하는 물건을 구입할 때 10여 분만 걸어가면 각각 7000원과 99만7000원에 파는 곳이 있을 수 있다. 당신 또한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당신은 7000원에 물건을 사기 위해 10분을 걷지만 99만7000원 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걷지는 않는다. 30%와 0.3%의 할인율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의 결과물이 모두 3000원으로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같은 금액의 가치를 구분하는 것이 마음의 회계이다.

당신은 최신형 스마트폰을 사며 인터넷 때문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했고 파손과 분실에 대비해서 보험에도 들었다. 당신이 타고 다니는 차의 오디오가 고장 났다. 수리도 불가능하여 새로 구입하려니 마음에 드는 차량용 오디오가 100만원이나 한다. 돈이 아까워 구입을 포기했다. 몇 개월 후 차량이 고장이나 신차를 구입하게 됐다. 전에 마음에 들었던 오디오가 150만원에 선택사양으로 들어있어 추가했다. 당신은 취직을 위해 면접을 보러간다. 입을 옷이 없어서 백화점으로 정장을 사러간다. 매장 직원이 2벌 구입 시 추가 할인을 해준다고 해서 2벌 구입했다. 당신이 면접 보러 가는 회사는 반도체 회사라 전신방진작업복을 입는다. 오랜만에 시장에 가서 과일을 구입한다. 딸기가 한 팩에 5000원인데 두 팩 묶음은 8000원이다. 딸기가 쉽게 물러지는 과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두 팩 묶음을 샀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와 TV를 틀었다. 홈쇼핑에서 평소에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가방을 판매하고 있다. 1분 40초 후에 판매가 종료된다. 재빨리 핸드폰을 열어 자동주문 번호를 눌렀다.

스마트폰 구입과 차량 구입을 보면 손실을 한데 엮으려는 성향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물론 새 전화기와 자동차가 당신에게 주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전화기를 구입하며 꼭 보험을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전화요금에 비하면 다달이 내는 보험료는 매우 작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금액을 지출할 때 자잘한 지출을 한데 엮으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딸기를 구입할 때를 보면, 필요성이 적은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것도 문제다.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지금의 판매시간이 종료되면 저 제품을 구입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역시 충동적인 구매를 한다는 문제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음의 회계를 이해하면, 당신의 돈 쓰는 방식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사용할 때 거의 무의식적으로 내리는 판단을 조심해야 한다. 전화기를 구입할 때 드는 분실보험, 굵직한 종합보험을 들 때 별 고민 없이 드는 특약들, 당신은 그 보험이 꼭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 본적이 있는가? 차량을 구입 할 때 마구 추가하는 선택사양, 차량 구입 금액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금액이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선택하는 것은 아닌가? 이 모든 것이 돈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마음의 회계 때문이다.

여기에서 절약에 대해 이야기 하지는 않겠다. 다만 불필요한 곳에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마음의 회계를 잘 다스려 낭비를 줄여야 할 것이다. 일전에 아이들을 통해 `지름신`이라는 말을 들었다. 충동구매를 하게 만드는 신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충동구매를 할 때 지름신이 강림했다고 한다. 만약 카드 명세서의 사용 내역을 봤을 때 어떻게 썼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마음의 회계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수입은 모두 죽어라 일해서 버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불로소득이라 할지라도 근로소득처럼 생각해야한다. 그래야 모든 돈의 가치를 동등하게 볼 수 있는 준비가 되고 불필요한 낭비가 줄어든다. 당신의 소비생활이 좀 더 합리적이 될 수 있길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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