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동호회> 대전시청 복싱클럽

대전시청 복싱클럽회원들이 연습이 끝난후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대전시청 복싱클럽회원들이 연습이 끝난후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불룩 배가 나온 40-50대 중·장년들이 복싱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두드리는 데 여념이 없다. 10분 만에 줄넘기 1000개를 넘는 것도 거뜬하다. 심지어 링 안에서 벌어지는 스파링도 즐겁기만 하다.

대전시청 복싱클럽(회장 조종백) 회원들의 이야기이다. 복싱클럽은 지난 2008년 20여명이 회원들이 모여 만든 뒤 4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온 대전시청 내 열성 동호회다.

중·장년층을 주축으로 한 복싱클럽 회원들은 대부분 마땅한 오락 거리가 없었던 70-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무하마드 알리, 홍수환, 장정구 등 이름난 복서들의 활약에 환호성을 질렀던 그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간직한 채 뜻 맞는 이들이 모여 복싱 글로브와 다시 마주한 것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서 복싱을 한다는 것은 다소 파격일 수 밖에 없었다. 동호회를 만들었지만 막상 체육관에 들어서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술을 마신 채 첫 운동을 시작했다는 회원도 있을 정도다.

동호회는 고등학교 시절 아마추어 선수로 활약한 조종백(지적과 사무관) 회장을 영입하면서 더욱 활력을 얻었다. 조 회장은 "복싱은 제게 아픔과 행복을 함께 안겨준 운동이자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고향과도 같았습니다. 한동안 고향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찾아온 동호회원들이 저에게 고향을 다시 일깨워 준 셈이죠. 지금은 우리 복싱클럽 회원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결속력을 자랑하는 회원들은 바쁜 생활 속에서도 매주 금요일 오후 7시와 일요일 오전 7시에는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전용 체육관에 모여 함께 운동을 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일까? 작년 5월 열린 대전시 연합회장배 생활체육대회와 올 해 10월 같은 대회에서는 4명의 선수가 출전, 2명이 우승하는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체육관의 박상호 관장은 "요즘은 복싱이 생활체육화 되면서 여러 연령층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 대전시청 직원들이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는 좀 놀랐다"며 "사실 얼마나 오래 할까 싶은 마음도 있었는 데 요즘은 내가 좀 살살하라고 말릴 정도로 다들 운동에 열성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싱클럽에 들어와 연습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 된 여성회원은 최근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 우승을 거머쥐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태학(교육지원담당관실 주무관) 총무는 요즘 모 여자 연예인이 복싱에 입문, 선수로 출전한 것이 화제가 되면서 체력단련과 몸매 관리를 위해 동호회 문을 두드리는 여성회원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회원들이 복싱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조 회장은 "업무에 지쳐 축 늘어진 몸으로 체육관에 들어섰다가도 격렬한 운동을 하고 나면 어느 새 가벼워진 몸으로 체육관을 나서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구태(도시디자인과 주무관) 회원은 좀 더 구체적이다. "복싱은 정확한 타점을 정해 두고 연습을 하죠. 그러니 집중력이 절로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스파링이나 시합과정에서 상대를 피하기 위해 짧은 순간 여러 가지 상황을 판단하고, 몸을 움직이는 연습이 쌓이면서 순발력이 길러지는 것이죠"

지태학 총무는 "시민에 대한 봉사를 천직으로 알고 사는 공무원이지만 가끔씩은 영화 `반칙왕`의 대호와 같은 용기와 일탈을 꿈꾸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가 복싱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라며 "그런 이들에게 대전복싱클럽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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