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 선양 사장 취임 1년 인터뷰

인생이란 무대에 서있는 동안 '변신'은 자유롭지만 막상 결행은 쉽지 않다. '천직(天職)'을 벗고 삶의 좌표를 다시 쓰는 것은 고도의 모험이면서 거친 도전의 역정. 더군다나 그 모두에서 성공의 반열에 올라서기란 녹록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변신이 좌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도약의 무대가 된다. 박근태 선양 사장은 최근 지역 경제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언론인에서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 변신했고 이제 만 1년을 채워가는 그에게 '성공적'이라는 평이 따라 붙는다. 충청지역 대표 향토기업인 선양의 200여 직원을 보듬으며 지역사회 공헌과 성장 경영의 화두를 특유의 치밀한 판단과 왕성한 활동력으로 풀어내고 있다. 취임 1년을 앞두고 박 사장을 만나 기업인의 삶에 대한 소회와 선양의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이용 경제부장

-선양 사장으로 지낸지 1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일년 중 밤은 가장 길고 낮은 제일 짧다는 동짓날이 정확히 1년째 되는 날이다. 주류계에 비주류(非酒流)가 뛰어들어 업계에 적응하는데 11개월 밤낮을 모두 썼다. 대중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제조업이다 보니 사람 만나는 게 곧 일인 셈이다."

-그런 면에선 전직(기자)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 도움이란 게 판매라는 수량적 개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긴말 필요 없이 '전직 기자'라는 수식어 만으로 첫만남의 어색함을 씻을 수 있고 독특한 이력이 입소문을 타 기업 홍보 효과도 쏠쏠하다."

-취임 후 기업 운영에 무게를 둔 것이 있다면.

"모든 일은 사람으로부터 나오지만 특히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제조업은 더욱 절실하다. 선양 구성원 모두의 열정이 뭉쳐야 기업의 한걸음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일하고 싶은 선양을 만드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이 결심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다."

-구성원 동기부여의 구체적 방법은.

"적성에 맞는 인사 배치가 그 첫번째다. 좋아하는 분야를 맡게되면 업무에 진실성이 밸 수 밖에 없다. 컴퓨터로 진행하던 결재방식도 서면으로 바꿨다.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지만 얼굴을 맞대는 것과 모니터를 맞대는 것은 천양지차다. 마지막으로 사장도 함께 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책상에 앉아 '에헴'할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을 보여야 조직이 활기차다."

-선양의 기업철학 '에코힐링'에 대해 설명해달라.

"환경을 뜻하는 영어단어 ecology와 치유를 뜻하는 healing을 조합한 것으로 자연의 치유력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그 방향과 비전은 무엇인가.

"지역민의 건강과 행복이다. 계족산 황톳길 조성을 신호탄으로 천안·아산공원 일대 맨발 황톳길, 대전 서구 크로바아파트, 큰마을아파트 황톳길 조성 등을 해왔다. 앞으로도 황톳길 융단을 계속해 깔아나갈 것이고 맨발 걷기 문화 확산에 노력할 것이다."

-'박근태'식 경영 철학은.

"사람중심의 소통과 교감 즉 대화다. 최근에는 트위터(@goldpk), 페이스북 등 SNS 계정을 만들고 대중들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만나기도 하고 직원들과 소탈한 대화를 펼치기도 한다."

-기업 CEO로서 자신을 평가 한다면.

"시대와 시장이 변하면 기업도 모습을 바꿔야 한다. 조직의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근무 환경 개선에 노력했다. 영업본부 전 직원의 발이 돼줄 업무차량 지원 등 복지에 힘썼다. 언론인으로서 소통과 신뢰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직원들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상생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는 시장점유율 제고다."

-연령·지역 ·계층별 시장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성과는.

"지역 소주업체로서 시장점유율이 10% 안팎인 천안·아산 지역은 선양의 선결 과제다. 수도권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도 있겠지만 이 지역서 선양의 자존심을 회복하지 못하면 기업 미래는 밝지 않다. 점유율 30%를 넘기는 시점이 수도권 진출에 부싯돌 역할을 할 것이다. 천안·아산 고등학생을 위한 급식비후원을 3년째 하고 있고 지난달 충남 아산 용곡공원과 천안 부엉공원 일대에 황톳길을 조성했다. 대전 대흥동 우리들 공원 콘서트를 시작으로 20대와 소통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고 커뮤니팀을 신설해 SNS, 블로그 등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내일에 대한 선양의 준비는.

"튼튼한 주류사업을 뿌리로 줄기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콘텐츠나 IT분야 특히 3D·4D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 체험을 바탕으로 한 놀이문화에 뛰어들 생각이다. 또 이듬해 대전에서 열리는 세계조리사대회에 맞춰 술 개발도 꾸준히 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회사를 목표로 움직일 것이다."

-맨발 걷기·마라톤 등 선양의 마케팅 수단이 신선하다. 다음 이벤트가 있다면.

"마케팅의 생명은 창의력과 진정성이다. 일회성에 그친 이벤트는 한계가 금방 노출되기 마련이다. 선양은 6년째 꾸준히 황톳길을 깔고 맨발 축제도 열고 있다. 현재 건강과 예술이 혼합된 문화 행사를 구상중에 있다."

-지난달 춘천마라톤에서 조웅래 회장과 벌인 대결이 화제다. 둘만의 에피소드와 마라톤 레이스가 지닌 메시지는.

"대회 신청 사실을 알아챈 조 회장님이 내기를 제안했다. 대회 10일 전부터는 각자 훈련상황에 대해 비밀에 부쳤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회장님이 대회 전날 반주를 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는데 내 가벼운 발걸음을 보고 흠칫 놀라 술 약속을 취소하고 꿈나라로 떠났다고 한다. 결국 회장님의 유쾌한 승리로 끝났지만 직원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직접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마라톤 입문 계기와 매력은 꼽는다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조 회장님이 운동화를 불쑥 내밀면서 '우리 함께 달려봅시다'라고 제안하셨다. 그로부터 마라톤 풀코스 11번 완주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연습은 이른아침에 갑천변을 내달리며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마라톤에 빠져든 이유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쾌감과 달리면서 느끼는 생각의 비움이다. 비워야 새로 채울 수 있는 법이다."

-전직과 현직 사이에 지역이란 교집합이 있는데 지역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역민의 공감대를 이끌 수 있는 추진력이 부족한 편이다. 또 결속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끼리'라는 식이 아니라 '우리함께'라는 건강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대전·충청은 국토의 허리에 위치해 성장 잠재력이 높다. 화합을 이끌어낸다면 가파른 경제 성장을 보일 것이다."

정리=김태영 사진=장길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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