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정·심상정·원수연 등 성공담 뒤 삶 이면 조명

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김미경 외 14인 지음·글담출판사·224쪽·1만2800원

할리우드 미술 총감독 한유정, 여행작가 오소희, 정치인 심상정, 뮤지컬배우 홍지민, 만화가 원수연, 영화감독 방은진….

사회 각 분야에서 인정받고 성공한 그녀들의 청춘은 마냥 빛나기만 했을 까? 그들은 어려운 시절이 전혀없이 승승장구한 것일까?

피나는 노력과 열정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그들에게도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싶을만큼 힘겨운 나날들이 분명 있었다. 누구보다 치열한 청춘을 보냈고, 누구보다 열정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 시대 여성 멘토 15인이 젊은 날을 돌아보며, 과거의 자신에게 편지를 썼다.

이 책은 그들이 가장 힘들었던 날의 자신에게, 그 시기를 지나온 인생의 선배로서 `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담아냈다.

현재 57살의 국제회의 통역사인 최정화 씨는 꼴찌 성적표를 받고 좌절하던 23살 최정화에게 "당장 성적이 좀 나쁘면 어때. 지금은 꿈이라는 씨앗이 뿌리내리도록 준비하는 시간이야"라고 편지를 쓴다.

여성주의 미술가로 유명한 72살의 윤석남 씨는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고 `예술`의 의미를 고민하는 50살 윤석남에게 "과연 이 길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고민이라고? 두려워말고 한 발짝 걸어나와봐!"라고 말한다.

41살인 서울시청 여자핸드볼감독 임오경 씨는 7년전 슬럼프에 빠져 `나는 왜 태어났을까?`라고 고민하던 자신에게 "너 자신에게 조금 관대해질 필요가 있어. 너무 완벽해지려고 하지마"라고 조언한다.

스팀청소기로 유명한 48살의 기업인 한경희 씨는 첫 사업을 시작하고 `걸어다니는 민폐`라 불리던 37살 때를 회상하며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상처입지말고 너 자신을 믿어"라고 위로한다.

아트 스피치 강사인 46살의 김미경 씨는 삶의 터닝포인트를 잡고 가슴설레며 들떠있는 29살 김미경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지금의 널 기준으로 행복의 근거를 만들어"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렇듯 이 책에선 우리가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여성 멘토 15인의 진짜 삶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그들의 성공스토리는 어디서든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인생에서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은 그들의 성공담을 다루기보다 그들의 내면에 집중하고 있다.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돌아보며 조용히 자신에게 말을 걸듯, 과장되지 않은 담담하고 솔직한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감추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한숨짓던 일, 이혼의 아픔,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절망했던 순간, 무능력해 보이고 방황하던 일상에 대한 진솔한 자백인 것이다. 그녀들의 꾸미지않은 이야기에 공감하고 감동하는 동안 우리는 어느덧 위로받고 용기를 얻게 된다.

살다보면 누구나 뜨거운 사막 위를 걷는 기분일때가 있다. 끝도 보이지않는 캄캄한 터널속에 홀로 서 있는 듯하다. 불투명한 미래앞에 좌절하고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청거리기도 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성들 또한 이같은 아픔의 순간들이 있었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잠시 멈칫거리기도 하지만 꿈을 위해 다시 일어섰고, 열정적으로 노력한 끝에 성취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이 책에 소개했다.

한 발 앞서 거친 인생길을 걸어간 언니들이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조건 교훈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생의 굴곡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삶에 대한 통찰을 지금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젊은 날 느낄 수 있는 아픔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기에 불안한 청춘들의 마음을 읽어내며 조용히, 그리고 따사롭게 보듬어 준다. 또한 나지막이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누구나 그렇게 힘든 때가 있어, 나도 그러한 시간을 지나왔으니. 하지만 당신도 분명히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야.`

송충원 기자 on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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