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옥배 음악평론가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1946)가 1930년에 "향후 100년 이내에 물질주의가 사라지고 문화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 삶의 질은 과거처럼 물질로 계량화된 방식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그것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에 토대하는 것이고, 그들의 삶 속에서 '무엇을' 경험했느냐보다는 '어떻게' 경험했느냐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2010년 서울에서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에서는 예술교육 발전목표인 '서울어젠다'가 발표되었는데, 그 중 세 번째는 우리가 문화예술에 대해 가졌던 기존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 목표는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사회적·문화적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예술교육의 원리와 실천을 적용하는 것"이었으며, 그 실천을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개의 전략을 발표하였다. 첫째, 사회 전반의 창의적·혁신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예술교육을 적용한다. 둘째, 사회적·문화적 복지를 향상시키는 예술교육의 역할을 인식하고 발전시킨다. 셋째, 사회적 책무, 사회적 통합, 문화 다양성 및 문화 상호간 대화를 촉진함에 있어 예술교육의 역할을 지원하고 제고한다. 넷째, 세계평화에서부터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 도전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예술교육의 역량을 촉진한다. 이러한 어젠다와 추진전략은 바로 문화예술이 갖는 사회문화적 변화 주체로서의 힘을 의미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학습과 기억에 관한 신경생물학센터'의 프랜시스 로셔 박사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공간추리력과 음악 사이의 연관성을 밝히는 실험을 했다. 공간추리력이란 시각적인 세계를 인지하여 물체 이미지를 형성하고 변형시키는 동시에 그 물체의 변화과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실험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은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 소나타 D장조 K.488'을, 두 번째 그룹은 팝음악을 10분간 감상케 했고, 세 번째 그룹은 아무런 음악도 들려주지 않았다. 실험 결과 첫 번째 그룹은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에 비해 공간추리력(IQ)이 단 10분 만에 8∼9점이나 향상되었고, 이 실험 후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용어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영화를 통하여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베네수엘라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교육재단이다.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으로, 음악을 이용하여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 성과는 엘 시스테마를 세계적인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국내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아동청소년오케스트라 지원사업을 통하여 문화소외 아동청소년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대전은 문화재단이 2010-2011년 1억6000만원의 지원공모에 선정되어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50여 명의 아동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교육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장들에 의하면,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교육 참여 후 인성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다고 하였다. 아이들이 생활환경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자신감과 희망, 사회성 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교교육이 예술적 감수성 개발을 통한 창조적 인간 육성이라는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사교육이 기능 위주의 예능교육인 것도 현실이다. 이에 문광부에서 시행하는 제3의 문화예술교육이라 일컬을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는 문화예술의 교육을 통한 심미성, 창조성을 개발하고, 삶의 질의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문화예술을 느끼고 경험했느냐의 문제를 넘어, 어떻게 경험했느냐의 문제 즉 그들이 경험하는 방식과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었느냐를 중시한다.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 지식의 단순한 획득이나 주입에서 벗어나고, 사회적 가치 판단력과 창의성을 함양한 인간을 길러내는 새로운 교육이념이다.

사회변화는 정치적·경제적인 것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 기존의 인식이었다면, 문화예술을 통한 변화는 서울어젠다처럼 이 시대가 직면한 사회적·문화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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