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대화하듯… 어려웠던 책도 ‘쏙쏙’

◇저자와의 대화처럼…청소년부터 학부모까지, 대화의 장도

'북러닝'은 저자가 직접 책 내용을 설명하는 동영상 서비스다. 온라인 서점 혹은 경제연구소 등에서 시작하고 있다.

북러닝은 저자가 자신의 책을 5-6개 장으로 나눠 10분씩 소개하는 동영상으로 구성된다. 비즈니스와 자기계발, 수험서, 육아 등 방법론에 관한 도서가 북러닝 대상 책이다. 북러닝은 책을 구매하게 되면 무료로 볼 수 있지만 책을 구매하지 않고 강좌만 신청하면 유료다. 때문에 한 가정에서는 온가족이 빙 둘러서 보기도 한다.

김철제(45·대전 서구 둔산동)씨는 최근 북러닝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대화할 시간이 적어지면서 고민하던 차에 주변인에게 북러닝을 추천받았다. 초등학교 때에는 주말마다 도서관을 같이 다녔었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이 마저도 시간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 예전을 떠올리면서 김 씨는 북러닝 강좌를 아이에게 추천했고 주말마다 함께 듣고 있다.

김 씨는 "한 강좌당 길어야 60분이고, 그마저도 10분씩 챕터로 돼있어 지루하지 않아 좋다"면서 "아이 역시 그냥 손에 책을 쥐어줄 때와 옆에서 누구라도 함께 들을 때에는 태도가 달라진다면서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책은 북러닝 신청하면 이해하기 쉬워…인문학 강좌 증가 추세

미술에 관심있는 학부모 이유정(40)씨.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딸을 두고 있는 이 씨는 주말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체험학습을 즐겨 가지만 매번 갈 때마다 아이들에게 말해주는 내용이 쉽지 않아 아예 서양 미술사 책을 구매했다. 이 씨가 구입한 책은 북러닝을 들을 수 있는 책이었고 그는 저자가 풀어서 강의해주는 내용을 듣고 얼마 전 서울시립미술관에 가서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서양미술사 등의 책은 보통 그림을 감상하고 그림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채울 수 있도록 구성돼 있지만 사실 아무런 설명없이 보기에는 지루해져 금방 손에서 놓기 마련"이라며 "북러닝을 신청해 강의를 들었는데 주요 인물과 사건, 개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며 역사의 큰 맥락을 놓치지 않도록 한눈에 읽을 수 있었고, 저자의 수준에 따라 앞뒤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상식도 쌓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러닝을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 서점에서 목록을 보면 주로 강좌 대상은 인문학 강좌나 자기계발서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대입시에서 논술이 통·융합형으로 확장되면서 인문학 독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북러닝 강좌도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 24의 백승주 팀장은 "특정 챕터만 선택해 동영상을 구매해 감상하고 해당 도서를 구매하는 회원이 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주부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강좌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인문학 도서 강좌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깊이 읽기 흐름을 잡을 수 있어

인터넷 발달로 '행간을 읽는다'라는 말이 사라졌지만 북러닝은 이런 단어를 다시 꺼낼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이다. 특히 논술에서는 지문을 읽고 질문 요지를 파악해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풀어내야하기 때문에 '행간'의 의미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북러닝을 신청한 최민호(17·대신고2)군은 "학교에서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같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관점이 나온다는 것이 재밌었다"면서 "그렇다면 책을 쓴 저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를 풀어낸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북러닝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유명저자에게 책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기회다. 하지연(18·호수돈 여고3)양은 학원에서 접수받는 북러닝 강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 저자가 있는 것을 보고 신청했다.

하 양은 "유명 석학들은 지역에서 북콘서트 등도 하지 않는데다 대학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북러닝에서는 다양한 책 강좌가 있는데다가 유명인들이 쓴 책은 직접 설명도 들을 수 있어 여러모로 유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백 팀장은 "현재 강좌는 130강좌 정도 되는데 앞으로는 더 확장하고 신청을 받아 강좌를 새롭게 개설할 계획"이라면서 "수능이 끝났기 때문에 논술을 공부할 수 있는 인문학 강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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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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