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통제 잘 안되는 아이… 도서관 보내세요”

허민주(15·대전 둔원중3)양은 얼마 전 사설독서실에 등록했다. 시험을 앞두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오래 공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집에서 공부하던 허 양은 학습 분량이 많아지면서 집중할 공간이 필요했고, 집과 공공도서관 등을 고민하다 결국 사설독서실을 선택했다. 허 양은 “그동안은 집에서 공부를 쭉 해왔지만 고등학교 진학 준비를 하면서는 더 집중해서 공부할 공간이 필요했다”면서 “사설 독서실은 조용하고 쾌적한 면학 환경이 조성돼있기 때문에 내 학습스타일과도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집에서는 도저히 공부가 안된다며 자녀가 다른 학습 환경을 찾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하기 싫어 핑계댄다고 무시하기에는 TV소리와 전화벨, 설거지 소리까지 어수선하고 시끌벅적한 집안 환경이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아이 성향에 따라 효과적인 공부 장소가 다를 수 있다고 한다. 집과 학교, 공공 도서관, 사설 독서실 중에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공부 장소는 어디일까.

△집 ‘면학분위기 조성이 먼저’

학생들이 공부 장소로 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교과서나 자습서, 문제집 등이 모두 있기 때문이다. 공부에 필요한 책을 언제든지 꺼내서 볼 수 있는데다 전문가들은 심리적으로 편해서 꾸준한 공부 습관을 들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웬만한 소음은 윙윙거리는 소리로 들릴 만큼 집중이 잘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소한 소음에도 예민하다면 집에서 학습하는 것은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특히 집은 편안함 때문에 시끄러운 주거환경은 물론 어린 동생 등이 있거나 애완동물을 키울 경우 분위기를 산만하게 해 공부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은 집도 마찬가지. 때문에 가족에게 배려를 부탁해 충분한 면학 환경을 조성해 놓아야 한다.

△학교 ‘교실 수업의 연장선, 선호도 높아’

야간자율학습을 의무적으로 하는 학교보다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학교가 학습 능률을 올리는데 효과적. 공부하고자 하는 아이들만 남아 면학분위기가 좋고,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습실이나 독서실이 따로 있는 학교는 성적순에 따라 입실 자격이 주어져 일부 학생들에게 열등감과 소외감을 주기도 한다.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자유롭지 않아 학원 스케줄이 많은 아이들은 활용하기 어렵다. 관리 교사가 없는 교실 자습은 아이들이 들락날락 하면서 학습분위기를 흐리기 때문에 오히려 시끄러울 때가 많다.

△공공도서관 ‘자기 통제가 잘 안되는 아이에게 효과적’

공공도서관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자기 통제가 어려운 자녀에게 알맞다. 공간이 넓고 사람이 많아 졸려도 스스로 억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학습계획표 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학생에게 좋다. 공공도서관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중·고생뿐만 아니라 대학생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자유 도서실이기 때문에 떠들면 주의를 받기도해 면학분위기가 잘 형성된다.

그러나 공공도서관에서는 친구들과 만나 어울려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비교적 드나들기가 편한데다가 학습자 외에는 제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공부보다 노는 것에 비중이 실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자녀가 혼자서 간다고 하면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어 적극 권하는 것도 좋다.

△사설 독서실 ‘학습의지가 강한 아이들에게 집중력 쑥쑥’

사설 독서실의 가장 큰 강점은 조용한 면학분위기가 잘 형성돼있는데다 늦게까지 한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학원 다니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좋다. 시험기간처럼 짧은 기간에 집중력을 발휘할 때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10-15명이 함께 있다 보니 공기가 쉽게 탁해져 오래 있으면 졸음이 오기 쉽다. 가장 조용한 곳이어서 때론 옆사람이 숨쉬는 소리나 책 넘기는 소리가 공부에 방해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학습의지가 강하다면 괜찮지만 신경이 예민하다면 오히려 집중이 안될 수 있어 이 점은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아이 성향에 따른 학습 장소 선택

경쟁심이나 인정에 대한 욕구가 큰 아이라면 도서관 같이 오픈된 장소가 좋다. 다른 사람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쟁심을 느끼고,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고 좋은 인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면서 집중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줍음이 많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아이라면 오픈된 장소보다 집이나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 등나만의 공간에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친구와 어울리고 싶은 마음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면 집에서 혼자 공부하거나 아는 친구가 없는 장소 등 집중할 수 있는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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