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계획 세우고 실천하고 ‘즐거운 공부’ 해요”

고입에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도입된지 만 1년이 됐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스펙이 아닌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으로 잠재력과 창의성을 핵심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입시유형이다. 지난해 대전외고·과학고 등 특목고와 전국단위의 자사고·자율학교에서 시행했으며, 올해는 광역권 자사고까지 확대했다. 고교에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가져온 변화는 무엇일까, 학생들은 이 전형으로 학습법 등에서 바뀐 점이 무엇이 있을까. 현직 고교 입시담당관과 학생에게 물었다.

윤미진 대전외고 입학담당관, 한상순·노정은 대성고 입학담당관,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입학한 김지용(16·공주사대부고 1)학생에게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가져온 변화와 장점, 보완점 등을 들어봤다.

2012학년도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외고 31교, 국제고 6교, 과학고 20교, 자율형 사립고 19교, 자율학교 4교,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 등 40개교 등 전국 120개교에서시행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윤미진 대전외고 입학담당관과 한상순·노정은 대성고 입학담당관은 ‘학생들의 태도’라고 말했다. ‘왜 이 학교에 지원했는지’와 수학계획을 담은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보고 선발하기 때문에 열의를 갖고 수업에 임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지원자 역시 ‘오고 싶었던 학교’라는 것 역시 수업 참여도나 태도가 좋을 수 밖에 없다. 김지용 공주사대부고 학생은 “지원한 것은 그만큼 오고 싶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학습 태도나 수업 참여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창의적이고 잠재력을 지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보니 ‘스스로 하려는 태도’에 맞춰 선발한대로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평이 대다수다.

노 담당관은 “선수학습 보다 스스로 하려는 태도를 갖춘 학생들이 진학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면서 “수업 분위기도 학생들의 태도와 열의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전형에서 1단계 서류에 필요한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중학교 생활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계기가 된다는 것도 고교에 진학하면서 달라지는 마음가짐의 동기라는 설명도 있다.

김지용 군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중학교 과정을 다시 되돌아봐야 쓸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어떤 점이 부족했고 고교에 진학하면 이렇게 보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바뀌는 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형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하게 되기 때문에 ‘일관성’있는 계획을 준비하고 실현해 나가는 모습도 장점이라고 말한다.

한 담당관은 “서류 전형에서 학습계획서를 쓰면서 자신의 목표가 일단 주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고교 생활을 어떻게 해나가야겠다라는 생활표가 잡힌 것”이라면서 “봉사활동 등을 보다 계획성 있게 실현해 나가는 것이 보이고 그것이 면학분위기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담당관은 학생이 진로를 일찍 세울 수 있다는 점도 이 전형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고교 때 진로탐색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기회를 중학교 때 가질 수 있다는 것과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 그에 맞춰 학교 생활을 탐색한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김지용 군 역시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준비하면서 내신보다는 좀 더 심화된 내용을 공부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또 경시나 텝스 시험 등을 준비하며 진로와 관련된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보완책도 나왔다.

김 군은 전형에 대한 정보의 부족을 꼽았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의 장점은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대학 입장에서도 보면 좀 더 다양한 방면으로 능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고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고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학교 내신만이 아닌 더 심화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너무 복잡한 반면 학교에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대한 정보가 너무 빈곤하다는 것은 보완해야 한다고 봐요.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스펙위주로 가다 보니까 결국 학생의 잠재능력보다는 수능과 같이 학력을 주로 보게 된다는 점 역시 고민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노 담당관은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하루동안 수백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는 것에서 진정성을 보고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일 수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연수를 시행하고 있지만 연수 일정이 2-3일에 국한되다 보니 전문적인 지식 등을 얻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내신 위주로 전형을 치르다보니 여러 변수도 나타난다.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은 점수의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는데 비해 등급에서 차이가 오는 것을 지적했다.

윤 담당관은 “외고는 영어 내신성적만 보는 것은 영어를 ‘절대적’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에게는 사소한 실수 하나가 합격 당락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라면서 “대학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내신성적을 보는 것도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대한 오해도 말했다.

노 담당관은 이어 “일부 학생들은 서류보다도 면접에서 합격 여부를 판가름하거나 뒤집을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각 학교에서 면접 비중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면서 “기본적인 학교의 전형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서류에서 성실히 자신을 나타내면 면접에서 역시 태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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