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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수능 - 현대시

2011-10-18기사 편집 2011-10-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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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쌤의 언어 그 이상!

첨부사진1
(가) 고향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어 누어서

어느 아츰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집드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띄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나) 내가 만난 이중섭

-김춘수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뼘 한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다)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서정주

외할머니네 집 뒤안에는 장판지 두 장만큼한 먹오딧빛 툇마루가 깔려 있읍니다. 이 툇마루는 외할머니의 손때와 그네 딸들의 손때로 날이날마닥 칠해져 온 것이라 하니 내 어머니의 처녀 때의 손때도 꽤나 많이는 묻어 있을 것입니다마는, 그러나 그것은 하도나 많이 문질러서 인제는 이미 때가 아니라, 한 개의 거울로 번질번질 닦이어져 어린 내 얼굴을 들이비칩니다. 그래, 나는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되게 들어 따로 어디 갈 곳이 없이 된 날은, 이 외할머니네 때거울 툇마루를 찾아와, 외할머니가 장독대 옆 뽕나무에서 따다 주는 오디 열매를 약으로 먹어 숨을 바로 합니다. 외할머니의 얼굴과 내 얼굴이 나란히 비치어 있는 이 툇마루에까지는 어머니도 그네 꾸지람을 가지고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1.(가)~(다)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에는 부재나 결핍이 드러나 있다.

② (가)와 (다)에는 이상 세계에 대한 동경이 나타나 있다.

③ (나)와 (다)에는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가 드러나 있다.

④ (가)~(다)에는 비판적인 현실 인식이 드러나 있다.

⑤ (가)~(다)는 점층적 강조를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문제읽기를 통해] 각 시의 공통점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문제이다.

[지문읽기와 문제풀이를 통해] 정답은 ①번이다. (가)는 ‘북관에 혼자 앓아 누워’ 있는 상황(고향의 부재)이고 (나)는 ‘동경의 아내가 오지 않는’ 상황(아내의 부재) 이기 때문이다.



2.(나)의 이중섭에게 (다)의 거울을 주었다고 가정할 때, 그 거울에 비칠 형상끼리 짝지어진 것은?

① 아내, 이중섭 ② 이중섭, 길

③ 아내, 동경 ④ 아내, 바다

⑤ 나, 바다



[문제읽기를 통해] 시어의 의미와 시 전체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했는지를 묻는 문제이다.

[지문읽기와 문제풀이를 통해] (다)의 ‘거울(툇마루)’에는 ‘외할머니의 얼굴과 내 얼굴’이 비친다. 이는 (다)의 시 마지막에 나와 있다. ‘외할머니’는 그리움의 대상이고 ‘나’는 그리워하는 주체이다. 이것을 그대로 (나)의 시에 1:1 대응을 하면 ‘아내’는 그리움의 대상이고 ‘이중섭’은 그리워하는 주체가 된다. 그러므로 ‘거울’에 비칠 얼굴은 ‘아내와 이중섭’ ①번이 답이 된다.



3. (나)의 ㉡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이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城)’입니다. 바다 위에 바위가 하나 떠 있습니다. 기이한 느낌이 들지요? 바위 꼭대기에는 성이 보입니다. 그런데 바위가 아니라, 표면이 울퉁불퉁한 달걀 같기도 하군요.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지만 떨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질적이고 비일상적인 사물들의 연계는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같은 발상은 대상을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옵니다. 자유로운 상상이 대상의 본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①신비롭고 환상적인 그림이야. ㉡과 같은 표현도 신비롭고 환상적이면서 ‘이중섭’의 그리움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군.

②바다 위에 떠 있는 바위와 ㉡이 가리키는 상황은 현실적이지 않아.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이 구절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는 것 같아.

③인간과 격리된 성의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아득한 바다 위의 성을 표현한 것 같아. ㉡ 또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는 시인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④떠 있는지 떨어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이해의 몫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돌린 것 아닐까. 마찬가지로 ㉡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필요할 것 같아.

⑤바위인지 아닌지 분명히 말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시선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것의 한계 때문이 아닐까. ㉡도 인간의 시선으로 포착한 상황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의 한계를 인식한 데서 나온 시적 발상이라고 생각해.



[문제읽기를 통해] 상당히 어려운 문제처럼 보이지만 <보기>의 설명과 답지의 내용을 1:1 대응하면 금방 풀 수 있다.

[지문읽기와 문제풀이를 통해] ①번을 ‘신비롭고 환상적’이라고 했는데 <보기>에서 ‘신비로움을 불러 일으킨다’고 했고 ②번은 ‘현실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보기>에서 ‘이질적이고 비일상적’이라는 표현이 있다. ④번은 ‘떠 있는지 떨어지는지 알 수 없다’라고 했는데 <보기>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지만 떨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가 있고 ⑤번은 ‘바위인지 아닌지 분명히 말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 <보기>에서 ‘바위가 아니라 표면이 울퉁불퉁한 달걀 같기도 하다’라는 표현이 있다. 그러므로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③번이 정답이다.





[어휘력 tip]

1. ‘주책이다’가 맞아요? ‘주책없다’가 맞아요?

- ‘주책없다’가 맞습니다. ‘주책’이란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의미하는데 ‘그 주장이나 판단력’이 없다고 해야 어울리죠.



2. ‘피로 회복’이 맞아요? ‘원기 회복’이 맞아요?

- ‘원기 회복’이 맞습니다. ‘회복’이란 ‘원래의 상태를 되찾다’인데 ‘피로 회복’이라고 하면 ‘피로한 상태를 되찾다’가 되어 말이 되지 않죠. 그래서 ‘피로가 풀리다’의 의미인 ‘원기 회복’이나 ‘피로 해소’가 맞습니다.



3. ‘절대 절명의 위기’가 맞아요? ‘절체 절명의 위기’가 맞아요?

- ‘절체 절명의 위기’가 맞습니다. ‘절체 절명’이란 ‘몸도 목숨도 다 되었다’는 뜻이죠. 흔히 ‘절대 절명’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고쳐야 할 고사 숙어입니다.

<이상 언어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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