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 함께 봉사··· 인성교육·학습 동기 감 잡았죠”

독거노인을 찾아가 봉사활동하는 감 가족봉
사동아리의 모습.
독거노인을 찾아가 봉사활동하는 감 가족봉 사동아리의 모습.
‘인성교육’이 화두가 되면서 교육방법의 물꼬를 어떻게 터야 하는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인성교육은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닌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전 둔원고(교장 김원중)는 ‘가족봉사동아리 감(感)’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가족봉사동아리다. ‘감’ 회원들은 학부모와 자녀가 동아리 일원이 돼 독거노인 등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고, 하루종일 함께 부딪치며 가정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학습 동기,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가족동아리 활동은 어떨까, ‘감’ 동아리를 만났다.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한무리의 고등학생들이 쏟아져나왔다. 학교 정문을 나선 이들이 향한 곳은 집이 아니라 대전 서구 갈마동의 독거노인촌이었다. 티셔츠 앞 쪽엔 ‘감(感)’이라고 크게 써있다. 느낀다는 뜻의 감(感). 무엇을 느낀다는 걸까. 조금 지나니 이들 학생들과 함께 걸어가는 또다른 무리가 나타났다. 학부모들이다. 이들 학부모와 학생들은 둔원고 가족봉사동아리 ‘감’의 회원들이다. 격주로 주말마다 하루동안 독거노인을 돌보고 환경을 청소하고 있다.

학교에 가족봉사동아리가 있다는 게 낯설다. 알고보니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동아리다.

조희정 학부모는 “아이가 고교에 진학하면서 가정에서 만나는 건 아침과 늦은 밤 뿐이더라”면서 “그만큼 얘기할 시간도, 볼 시간도 줄어들었고 가족간 대화 나눌 시간이 부족해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가족봉사동아리를 만들면 어떠냐는 의견을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올 3월에 발족한 가족봉사동아리는 현재 34개팀 68명에 이르고 있다. 한 가족이 참여하다보니 학부모-학생 뿐 아니라, 3-4명의 가족도 참여하고 있다.

자율신청으로 진행되는 가족봉사동아리는 활동 역시 자율이다. 정해진 시간이나 요일이 있는 것이 아닌, 시간이 맞는 팀 혹은 가족끼리 봉사활동 계획을 정한다.

시작은 자율적으로 했지만 70명 가까이 회원이 늘다보니 체계적으로 해보면 어떨까하는 의견이 나왔다. 가족봉사동아리의 열의에 학교도 나섰다. 대전 서구 갈마동사무소와 봉사조인식도 가졌다. 봉사활동은 동사무소와 연계해 시행한다. 주로 독거노인을 돌보는 것이 가족봉사동아리의 활동이다.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점심때까지, 혹은 점심에 가서 저녁때까지 등 다양한 시간대에 활동한다. 활동도 독거노인을 돌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등산을 가거나 족욕, 노래방 등으로 함께 ‘소풍’을 떠나기도 한다. 조별로 다양한 활동일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하다보니 가족간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봉사활동으로 나섰지만 도와드리는 분들에게도 ‘가족과 같은 느낌’을 갖게 돼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박민수(16·둔원고1)군은 “학생에게 봉사는 ‘시간’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었는데 가족과 함께 봉사에 나서면서 진정한 ‘봉사’를 느끼고 있다”면서 “매달 찾아뵙는 할아버지가 가족같은 느낌이 들면서 그동안 봉사에 무관심했던 내 스스로 반성도 하고 성찰도 하면서 자아실현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봉사의 ‘지속성’. 가족과 함께 하는 활동의 장점이다.

박지호(16·둔원고1)군은 “가족과 함께 하다보니까 매월 빠짐없이 참석하게 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더라도 내 봉사활동으로 계속 가족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혼자 할 때에는 대충하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내가 잘못하면 가족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든다”고 설명했다. 고교 가족봉사동아리지만 동사무소와 연계하면서 ‘사회복지 모니터링’도 하게 됐다. 최진호(16·둔원고1)군은 “매번 봉사활동이 끝나면 어떤 게 필요한지, 병원치료의 필요여부 등을 꼼꼼히 모니터해 동사무소에 건넨다”면서 “그러면 사회복지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기 때문에 지역사회에도 보탬이 되는 것 같다”고 뿌듯함을 전했다.

점차 핵가족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가족봉사동아리 활동이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윤원빈(16·둔원고1)군은 “한 달에 두 번이지만 매번 봉사활동을 하러 할아버지를 찾아뵈면 텃밭에 심어놓은 고추를 함께 따기도 하고 수박을 나눠 먹으면서 가족의 정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면서 “‘함께’라는 것의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 뒤늦게 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활동한 지 8개월 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봉사활동은 이들에게 ‘나비’였다. 사소하게는 학습습관을, 크게는 장래희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모와 대화를 하게 되고, 때론 보지 못한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이 마음다짐을 하기도 한다.

박민수군은 “얼마 전 추석 때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던 엄마가 봉사활동으로 만난 할아버지가 드실 음식을 만드는 걸 보면서 그동안 보지 못한 엄마의 모습을 보게 돼 새로웠다”면서 “봉사활동에 나서서 청소하거나 설거지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집에서라도 힘들지 않게 내 스스로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감’ 가족봉사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한호신(16·둔원고1) 군이 나섰다.

“감(感)의 뜻은 느낀다는 거잖아요. 가족끼리 마음을 느끼고 나눈다는 뜻, 나와 다른 사람을 느낀다는 뜻, 서로 만나고 알아가면서 느낀다는 뜻이예요. 요즘 말로 한다면 ‘소통’의 근원이랄까요?(웃음) 이 세 분야에서 ‘감 잡도록’ 열심히 봉사하다보니 스스로 느끼는 것이 많더라고요. 서로가 감동받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활동해야죠.”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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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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