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좌절하는 우리의 눈물
달력의 달을 나타내는 숫자가 두자릿수로 접어들며 날이 갈수록 차가워지는 공기는 기실 가난하고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현실의 냉엄함을 체온을 통해 일깨워주곤 한다. 영화는 초겨울의 스산함을 배경으로 지금은 사라져버린 대전 동부 고속 터미널이라는 공간을 주무대로 삼는다. 이 터미널이라는 공간은 떠나고 돌아오는 이들의 시간으로 가득차있기 마련이다. 무수히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사연들이 무심히 흘러가는 그곳에 찾아든 초로의 모자또한 그리 흘러가는 수많은 사연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백발의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있고 중년의 아들은 오갈데 없는 무숙자 신세가 되어 버렸다. 이들은 어딘가로 생존을 위해 떠나가기위해 터미널을 찾아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오라고 반기는 곳은 지금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딘가로 떠나가야 할 서러움과 먹먹함에 더해 그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절망이 교차하여 엄습해오는 현실은 치매 어머니에 대한 부양의 의무와 자신조차 사회의 낙오자가 되어버린 좌절의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중년 아들의 처지와 포개어 진다. 영화는 배인숙의 노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가 품고있는 예의 그 신파적 느낌과 상황을 결말에 응집시켜 놓는다. 결말부분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선택한 이별은 신파적인 장치임과 동시에 이전까지 차갑고 무심한 터미널의 분위기를 통해 전달하던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갑작스레 이루어지는 일종의 반전적 요소라 할 수있다. 동원된 강제적 식민 근대화 시절 민족적 비극과 개인적 서러움의 한서림이 만들어낸 신파는 이렇게 나이 어린 연출자의 시선으로 포착되어지고 표현되어질 정도로 현실의 냉혹함을 살아내야 하는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아직까지 그 생명력과 존재가치를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파성이 영화의 완성도에 기여한다기 보다 결말을 위한 인위적 요소로 느껴지는 부분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의 냉혹함을 신파적 장치로 환기시키려는 의도와 시도는 인정할 수있으나 설득력과 공감성을 이끌어내는 자연스러움의 부재가 결과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깎아내는 지점은 진한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감독의 다음 작품에선 자연스러움을 품은 신파가 목도되기를 기대해 본다.
감독 프로필
정소영
- 2006년 <좋아한다고 생각해>
2007년 대전독립영화제 본선 경쟁
- 2007년 <흐림 때때로 비>
2007년 제3회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경쟁 본선
2008년 대전독립영화제 본선 경쟁
2008년 제3회 공주대학교 영상공모전 (KUMIF) 테크놀러지상
- 2008년 <그녀에게 말하다>
2008년 대전독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
2008년 메이드 인 부산 초청상영
2009년 제9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경쟁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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