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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보기> 김홍도<대장간>
2번 <보기> 김홍도<대장간>
회화사적으로 공재 윤두서의 면모를 드높여주는 것은 서민을 소재로 한 ⓐ속화(俗畵)이다. 그는 선비나 신선 아니면 미인 정도가 나오던 조선 전기 ⓑ회화에서 벗어나 현실 속에서 일하는 사람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이렇게 ‘서민’이 선비나 신선의 자리를 밀어내고 화폭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자리 잡게 된 것은 회화적 혁명으로 볼 수 있다.

회화에서 화가가 그림의 소재로 삼는 것은 그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공재는 일하는 서민들을 직접 관찰한 후, 몸동작이나 얼굴 표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섬세한 붓끝으로 화폭에 담아냈다. 이는 몸으로 체득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사실주의 정신 내지는 실험 정신과 관련된다.

공재의 그림 <돌 깨는 석공>에는 망치를 든 석공이 돌을 깨려는 순간, 정(釘)을 잡은 석공은 얼굴에 파편이 튈까봐 몸을 뒤로 기울이며 눈을 찡그리고 있는 표정이 절묘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그림의 배경은 채석장이 아니라 선비나 신선이 있었음직한 산수화의 배경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공재의 그림은 배경 처리가 여전히 비현실적이어서 조선 후기 김홍도나 신윤복의 속화만큼 박진감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공재의 이러한 그림의 특징은 ‘현실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현실을 집어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이 현실의 한 장면을 잡아내어 이를 그림으로 표현했다면, 공재는 기존의 그림 속에 현실을 삽입시켜 전통 회화의 틀을 지키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성을 구현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18세기 사실주의 회화의 관점에서는 다소 미흡해 보이지마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현실 인식을 그림 속에 반영하려 한 것이 공재의 사실주의 정신인 것이다.

그의 그림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화(自己化)’에 있다. 공재는 상당히 많은 화보(畵譜)를 보고 이와 유사한 그림을 그렸는데, 이 때 화보에 담긴 그림을 무작정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자기화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국의 <고씨화보>에 있는 <주상오수(舟上午睡)>라는 그림은 한 인물이 배를 타고 강변 절벽에 솟아오른 소나무 그늘 아래 낮잠을 즐기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공재는 이 그림에서 소나무의 표현만을 빌어 왔을 뿐, 자신의 그림인 <송하한담도>에서는 배경을 강이 아닌 산으로 새롭게 구성하여 변용하였다. 이는 화원의 그림처럼 겉모습을 따라 그리는 기교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그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조선 중기엣 후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시대의 흐름을 명확히 인식하고 실천함으로써 18세기 사실주의 회화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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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 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상을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②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하며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③ 대상이 지닌 특징을 다른 대상에 견주어 설명하고 있다.

④ 시대에 따라 대상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⑤ 대상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여 독자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하나] 문제 읽기를 통해 ‘서술상 특징’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①분류 ②인용 ③특징 비교 ④평가 ⑤일화 소개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야 함을 알 수 있다.

[ 둘 ] 지문 읽기와 근거 찾기를 통해 ③번을 답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답지에서의 ‘대상’은 곧 ‘공재의 그림’이며 그 특징이 3, 4문단에서 자세히 나와 있다. 또한 3문단에서 ‘김홍도나 신윤복의 속화’ 그리고 4문단에서 ‘중국의 <주상오수>라는 그림’과의 비교·대조를 통해 ‘공재의 그림’을 보다 면밀히 설명하고 있다.

2. 위 글을 바탕으로 <보기>를 감상한 내용이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김홍도<대장간>

① 인물의 모습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공재의 인물 표현 방식과 유사하군.

② 공재의 속화처럼 이 그림도 서민에 대한 애정이 바탕을 이루고 있겠군.

③ 배경을 생략하여 인물에 집중하도록 한 것은 조선 전기의 화풍을 계승한 것이군.

④ 전통 회화 속에 현실을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현실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군.

⑤ 일하는 서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드러낸 것은 공재의 회화 정신과 맥을 같이 하는군.

[하나] 문제 읽기를 통해 지문은 ‘공재’ 위주이며 보기는 ‘김홍도’ 위주임을 파악해야 한다.

[ 둘 ] 지문 읽기와 근거 찾기를 통해 정답이 ③번임을 알 수 있다. 1문단에 보면 ‘공재’는 ‘선비나 신선 아니면 미인 정도가 나오는 조선 전기 회화에서 벗어난’ 그림을 그린 화가였으며 <보기>에 제시된 ‘김홍도’역시 조선 후기 화가였기 때문에 ③번 답지의 ‘조선 전기 화풍을 계승’했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 할 수 있다.

3. ㉠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신의 의도를 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는 것이다.

② 대상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③ 화본의 그림을 충실히 모방하여 자기 것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④ 다양한 회화 기법을 익혀 대상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것이다.

⑤ 자신의 내면보다는 외부 세계의 세밀한 표현을 중시하는 것이다.

[하나] 문제 읽기를 통해 ㉠의 ‘자기화’의 의미는 그 문단 내에서 찾아야 함을 알 수 있다.

[ 둘 ] 지문 읽기와 근거 찾기를 통해 답이 ②번임을 파악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화’의 의미가 4문단에 나오는데 끝 부분에 보면 ‘새롭게 구성하여 변용했다’는 문장과 ‘그의 생각을 잘 보여 주는 것’이란 문장이 나온다. 이것은 곧 ②번 답지의 ‘자신만의 관점’과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것’이라는 문장과 1:1 대응 관계임을 알 수 있다.

4. ⓐ : ⓑ의 의미 관계와 유사한 것은?

① 그의 생각은 늘 기발하고 참신하다.

② 판소리는 우리의 아름다운 예술이다.

③ 번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숲 속을 걷고 싶다.

④ 속박과 질곡 속에서 걸어온 나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⑤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하나] 문제 읽기를 통해 어휘 의미 간의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①번과 ④번은 유의관계, ③번과 ⑤번은 반의 관계, ②번은 상하 관계임을 알 수 있다.

[ 둘 ] 지문 읽기와 근거 찾기를 통해 ⓐ속화는 ⓑ회화의 범주에 속하므로 ①번임을 알 수 있다. 즉 ‘판소리’는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상하 관계이다.

[어휘력 tip]

1. ‘부모 속을 썩이다’가 맞아요? ‘부모 속을 썩히다’가 맞아요?

- ‘부모 속을 썩이다’가 맞습니다. ‘썩이다’는 ‘마음이 괴로운 상태’를 말하고 ‘썩히다’는 ‘음식이나 재능을 썩히는 것’이므로 ‘부모 속(마음)’은 ‘썩이다’가 맞는 것이죠.

2. ‘합격률’이 맞아요? ‘합격율’이 맞아요?

- ‘합격률’이 맞습니다. ‘-율’과 ‘-률’은 모두 ‘비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인데 ‘-율’은 ‘모음으로 끝나거나 ‘ㄴ’받침을 가진 명사 뒤’에 붙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자율, 할인율, 환율’ 등이 있죠. ‘-률’은 ‘ㄴ받침을 제외한 받침 있는 명사 뒤’에 붙게 되는데 ‘경쟁률, 취업률, 출생률’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3. ‘종이가 누렇네’가 맞아요? ‘종이가 누러네’가 맞아요?

- ‘종이가 누러네’가 맞습니다. 형용사인 ‘누렇다’는 ‘탁하고 어둡다’의 뜻인데 여기에 어미 ‘-네’가 붙으면 ‘ㅎ’이 사라집니다. 즉, 한글 맞춤법 제 18항에 ‘형용사의 어간 끝받침 ‘ㅎ’이 어미 ‘-네’나 모음 앞에서 줄어지는 경우 준 대로 적는다’라고 나와 있는데 여기에 해당합니다. 같은 원리로 ‘빨갛다+-네’는 ‘빨가네’로, ‘하얗다+-네’는 ‘하야네’로 써야 합니다. 하지만 ‘좋다’는 ‘조네’가 아니라 ‘좋네’로 써야 한다는 예외도 있으니까 조심해야겠죠?

<이상 언어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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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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