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집단 성향에 ‘동의’ 하는데 그치지 말고 ‘공감’ 해야

한 학부모가 교사에게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다. 대전일보 DB
한 학부모가 교사에게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다. 대전일보 DB
부모가 친구보다 좋은 멘토가 되는 방법은 있을까? 답은 ‘있다’. 부모는 권위를 내세워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를 이끌고 사춘기에서 나타나는 문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다. 그것을 내려놓고 아이를 이해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윤성미(44·대전 서구)씨도 중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초등 6학년때부터 사춘기가 오면서 힘든 1년을 보냈다. 여러차례 상담도 받아봤던 윤씨는 사춘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보다 ‘사춘기를 겪는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을 고민했다. 그러고 나서는 아이와도 다시 관계가 편해졌다. 부모가 친구보다 좋은 멘토가 되는 법, 윤씨의사례를 보며 박계진 대전 둔산 주인공 공부습관센터장에게 들어본다.

△사춘기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증 버려야

사춘기 학생들은 감정이 예민해지고 증폭돼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부모가 이성적으로 다가가 원칙만을 강조하거나 호통치고 나무라는 것은 더 큰 반항만 부른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과는 감성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시하거나 비난, 강요하는 것은 역효과다. 사춘기는 성숙하는 과정인데다 자아 발달의 시기이기 때문에 누가 아무리 옆에서 말해도 스스로 이해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다.

윤 씨의 아들 역시 공부를 잘했는데도 집에서는 가족과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내며 거리를 두었다. 그는 “아이와 소통하려고 항상 애썼는데 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부모의 기준으로 아이를 대했기 때문인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윤 씨는 그의 경험이 낳은 학습된 기억으로 아이를 강요했던 것이다. “이러면 안된다”, “이렇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등으로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만 반복했던 것.

그는 아이가 하는 행동을 철저히 이해하는 것에서 소통을 시작했다. 아이가 PC방을 다녀오거나 친구와 어울리다가 약속된 시간에 늦더라도 “왔니?”, “친구들과 잘 놀았니?” 등으로 한 걸음 떼서 아이를 대했다. 윤 씨는 “아이가 현재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줘야 할까를 고민했는데 그것이 아이를 이해해주는 길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비언어적 표현으로 아이를 대하지 말아야

직접 말로 아이의 행동에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모의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대부분 착각한다. 그런 경우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직접적인 표현보다 간접적인 표현이 더 견디기 힘들고 반항심이 생긴다”고 한다.

박계진 원장은 “에둘러서 표현하는 눈빛이나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 역시 부모의 목표는 결국 그것이라고 알리는 것”이라면서 “직접 소통을 원하는 사춘기 아이들은 비언어적 표현을 더 정확히 꿰뚫기 마련”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그러면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알아서 선택하라는 의미의 비언어적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얼굴 표정, 눈빛, 목소리톤에서 자신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감지하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행동해야 갈등이 적어진다”고 강조했다.

사춘기에는 감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엄마의 상황과 행동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타인들과 어울리면서 경험적으로 습득한 게 많고 예민하기 때문에 눈치도 빠르다.

아이가 이에 반박했을 때 부모들이 “내가 언제 그랬니?”라고 상황을 무시해버리는 것도 갈등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데 일조하는 말. “그렇게 느꼈다면 엄마가 전달을 잘못했나보네”라고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말이 필요하다.

△또래문화에도 관심을 갖고 대해야…아빠의 역할 중요

사춘기를 겪는 아이와 부모의 갈등이 극에 달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또래집단을 비하하거나 어울리지 말라는 말을 들을 때이다. 아이는 자신의 또래집단과 스스로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그 말은 곧 자신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말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또래집단을 인정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아이 역시 자존감을 놓지 않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함께 듣고, 게임을 같이 하라는 것이 아니다. 또래집단의 성향에 ‘동의’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모의 적극적인 공감 자세는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효과가 상당하다. 이 때에는 아빠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사춘기 남학생에게 아빠는 자신이 따라야하는 롤모델이다. 아빠의 행동과 말투, 표정 등을 그대로 따라해 남에게 활용한다. 여학생은 아빠의 모습으로 남성의 성역할을 이해한다.

박 원장은 “감성만 달래줘도 사춘기 때에 학습력은 올라가게 된다”면서 “공부를 자신이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성숙해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해하게 되면 그 때부터 집중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윤 씨는 “아이와 말하면서 타협해보려고 하는데, 그것이 어느 한 결과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감정을 건드리기 않기 위해, 아이가 스스로 납득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할 때가 대부분이다”라면서 “부모와 아이는 친구가 될 수 없고 좋은 멘토가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하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친구보다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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