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형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⑦홍성군 문당권역

충남 홍성군 문당리 환경농업마을은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오리농법을 이용한 특화쌀 생산 등을 추진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홍성 문당리 환경농업마을 전경.
충남 홍성군 문당리 환경농업마을은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오리농법을 이용한 특화쌀 생산 등을 추진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홍성 문당리 환경농업마을 전경.
마을만들기 사업에 성공한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일단 주민들이 주도해 마을만들기 사업을 시작하고, 관은 주민들이 세운 계획을 하나의 정책으로 승화시켜 지원을 했다는 점이다. 충남도가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며 강조하는 내발적 개발과 궤를 같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마을만들기 사업을 주도할 리더 육성이 가장 시급하다. 일본과 유럽은 NPO(Non Profit organization·비영리단체)가 리더 역할을 했고, 미국의 경우 자발적 봉사 단체가 중심이 돼 마을만들기 사업을 이끌었다.

한국에는 비슷한 사례가 없을까? 마을만들기의 성공사례는 가까운 충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형로 추진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홍성 문당권역 마을 만들기 사업이 그것이다.

오리 농법을 활용한 유기농 쌀 생산과, 지역 밀착형 교육 시스템으로 농촌형 마을만들기에 성공을 거둔 홍성 문당권역의 사례를 들여다 본다.

◇ 찾아오는 농촌, 홍성 문당리 마을

전국적으로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충남 홍성 홍동면은 정도가 덜하다. 귀농자의 정착률이 높고, 유기농 사업으로 도시 못지 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군 홍동읍 문당리의 ‘홍성환경농업마을’은 가구수 약 80호, 인구 200여명의 제법 큰 농촌마을이다. 요즘에는 마을을 떠나는 사람보다 들어오는 사람이 더 많다.

오리농법을 통합 친환경 쌀을 생산함과 동시에 도시와 교류를 통해 판로를 확보, 소득을 높였기 때문이다.

문당리 마을사업은 주형로 홍성 문당권역 추진위원장 주도로 시작 됐다. 그는 지속가능한 농촌마을을 위해선 생산자 뿐만 아니라 도시의 아이들에게도 바른 먹거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고 1997년부터 벼 수매를 할 때 가마당 일정 수익을 떼어 기금을 마련, 환경농업교육관을 완성했다.

환경교육관은 2000년 말 완공됐는데, 숙소와 강당, 식당 등을 갖춰, 농촌체험과 농업기술교육, 환경교육, 도농교류 행사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문당리 마을은 100년 계획으로도 유명하다. 녹색연합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양병이 박사의 도움을 얻어 △넉넉한 마을만들기 △오손도손한 마을만들기 △자연이 건강한 마을만들기 △자연과 조화되는 마을만들기를 기본 전략으로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오리농법을 이용한 특화 쌀 생산, 한약원, 한우원, 종합 가공공장 등의 새로운 소득원 개척, 환경농업교육관을 중심으로 한 녹생관광프로그램 마련 등의 계획이 세워졌다.

또한 귀농을 적극 유치해 10-30대 인구 늘리기, 마을 도서관 및 농업 박물관 건축으로 평생 교육기반 구축 등의 내용도 100년 계획에 포함시켰다. 단기적인 수익 향상보다는 장기적인 마을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와 함께 태양열과 풍력, 바이오 가스 등 녹색에너지를 활용한 주택 개량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오리농법을 통합 유기농 쌀 재배로 시작된 친환경 농업은 이제 지역단위 자원순환형 농업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풀무생협은 지속적 영농체제 구축을 위해 조합원 수를 1000명까지 늘리고 쌀, 축산, 채소가공 산업을 결합해 순환적 농업 생산체제를 구축, 농가당 5000만원의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도가 되면 경제적 문제로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 친환경 농업의 배경이 된 풀무학교

홍동면 문당리의 친환경 농업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풀무농고 출신들이 지역에 남아 친환경 농업조직을 만들어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가공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풀무생협, 풀무환경농업영농조합, 홍성친환경쌀작목회, 홍성군친환경쌀작목연합회, 영농조합법인 홍성환경농업마을은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고 홍동 농협, 풀무학교 생협, 풀무농고, 풀무신협 등이 농산물의 유통과 가공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친환경 농업조직의 배후에는 풀모농고가 있다. 풀무농고는 1958년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개교했는데, 출세가 아닌 이웃 및 자연과 더불어 사는 교육을 지향한다.

설립자인 이찬갑 선생의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의 이념을 이어받아 풀무농고 출신들이 지역에 남아 요소요소에서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주형로 위원장 역시 이 학교의 14회 졸업생이다.

풀무농고의 지역 밀착형 교육이 지역 개선사업을 이끈 리더들을 배출한 셈이다.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교육문제다. 이를 풀기 위해 농촌에서 공부해도 이른바 SKY(서울,연세,고려대)대학을 갈 수 있는 학교를 만들자고 하지만 이런 엘리트를 배출해봤자 도시에서 경력을 앞세워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에 출마할 뿐, 이런 교육으로는 우리 농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풀무학교의 교육이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풀무학교의 경쟁률이 무려 10대 1이나 된다. 풀무고의 교육이념에 동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인데, 이 학교가 사람들을 홍동면으로 귀농하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준 기자 joonzx@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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