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신작-화려한 영상·음악 조화… 송강호·신세경 등 열연

화려한 영상으로 눈이 즐겁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음악에 귀가 감미롭지만 가슴은 요동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표배우 송강호와 차세대 여배우 신세경의 조합, 영화 ‘시월애’(2000) 이후 11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이현승 감독 등 다양한 화젯거리에도 불구하고 ‘푸른소금’은 영화라기보다는 한편의 긴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일단 호기심을 자극한다.

7개의 계파를 아우르는 조직폭력배의 2인자 두헌(송강호). 조직 세계를 떠나기 위해 부산의 한 요리학원에 다닌다. 학원에서 요리 파트너인 세빈(신세경)의 접근이 싫지만은 않은 두헌은 즐거운 ‘은거 생활’을 누리던 중 보스의 급사 소식을 듣는다. 충직한 부하 애꾸(천정명)가 내려와 보스의 유언을 전하지만 두헌은 두문불출할 뿐이다. 그러나 세빈의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 사실과 보스의 암살이 연관돼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두헌은 서울로 올라가 배신자 색출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세빈과 두헌이 엮이면서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푸른소금’은 1990년대 원색과 현란한 조명을 사용하던 이현승 감독의 스타일에 일본 영화 ‘고백’과 같은 디지털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인공적인 색채감이 스며 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감독답게 전작 시월애, 그대안의 블루처럼 이번 작품도 섬세한 감정을 스타일리시하게 포착해 냈다. 특히 마지막 염전장면은 한 장의 멋진 작품 사진을 찍어놓은 듯 눈을 사로잡는다.

뮤직비디오를 보듯 영상과 음악이 딱 들어맞는 OST도 영화의 매력지수를 높였다.

하지만, 장점은 여기까지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플롯은 정리가 안 돼 있고, 극 흐름은 강약 조절없이 한 없이 늘어진다. 내용상 전개가 엉성한 것도 옥에 티다. 비주얼에 집착하다보니 스토리가 희생된 느낌을 준다. 더욱이 주인공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고전영화의 불문율처럼 상대가 쏘는 수십발의 총에도 거뜬히 살아남는다. 마지막 신은 이 영화가 얼마나 불친절한 영화인지를 집약해 보여준다.

영화는 이런 결점을 충무로 최강의 캐스팅으로 메우려는 듯 천정명, 이종혁, 김민준, 윤여정, 김뢰하, 오달수 등 최고의 배우들에게 각각의 역할을 부여한다.

제대 후 스크린에 첫 복귀하는 천정명은 두헌의 오른팔 ‘애꾸’로, 이종혁은 조직의 2인자이자 두헌의 친구 ‘경민’역으로 등장한다. 베테랑 킬러 ‘K’역의 김민준과 청부살인업자 ‘강여사’역의 윤여정, 사격 코치이자 현재는 총기 밀수 판매상인 ‘육선생’역의 오달수, 두헌에게 적대감을 지닌 조직의 보스 ‘기철’역에는 김뢰하가 맡지만, 조연으로서 눈에 띄는 인물은 찾을 수 없다.

극의 중심 송강호 역시 소탈한 소시민과 카리스마 넘치는 조직보스를 오가며 선굵은 연기를 선보이지만, 무난했다는 느낌 외 ‘역시 송강호’라는 찬사는 나오지 않는다.

일본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세빈 역을 소화한 신세경 또한 영화라는 장르에 조금 더 안착할 시간이 필요한 듯 보인다. 원세연 기자 wsy780@daejonilbo.com 취재협조: 롯데시네마 대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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