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쌤의 언어 그 이상!

언어영역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즉, 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어 영역은 지식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아무리 머릿속에 지식을 많이 쌓고 있어도 그것을 수능시험에서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물론 지식이 많다는 것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안 된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바로 ‘1대 1 대응 관계’를 연습해 보라는 것이다. 지문에 있는 내용과 선택지에 있는 내용을 1대 1로 하나씩 맞춰 보는 것이다. 또는 보기에 있는 내용과 선택지에 있는 내용을 유사한 것끼리 맞춰 보면 된다. 여기에서 유의할 것은 정답 선택지에 나오는 내용은 지문과는 약간씩 다른 (뜻은 거의 같지만) 어휘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문에 있는 ‘감정의 정리’라는 말은 선택지에서 ‘감정의 정화’로 바꾸고, 보기에 있는 ‘딴전을 부리다’는 ‘딴청을 부리다’로 바꿔서, 어휘는 다르지만 의미는 거의 비슷한 문제를 출제하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다음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영역 중의 하나인 현대시 영역이다. 현대시는 문제를 풀이하기도 전에 덜컥 겁부터 내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기본적 감상방법을 통해 모르는 시라도 그 시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종합적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기본적 감상방법이란 ① 시적화자를 먼저 찾아내고 ② 시적화자가 처한 상황, 배경을 찾고 ③ 그 상황 속에서 시적화자가 어떤 정서와 어떤 태도를 보이는 지를 살핀다. 그러고 나서 ④ 그 정서와 태도를 화자가 어떤 표현과 발상을 통해 드러내는 지를 찾은 다음 ⑤ 긍정적 의미의 시어에는 -, 부정적 의미의 시어에는 △ , 그리고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어에는 ____를 표시하면 된다.

이렇게 기본적 감상을 한 다음, 지문 속의 시와 선택지와의 ‘1대1 대응 관계’를 활용하여 문제를 풀어 나가면 의외로 쉽게 현대시 점수를 올릴 수 있다.

다음은 2002년 수능에 나온 현대시 문제이다. 연습해 보자.

(가)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나)

추억에서

박재삼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 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 엄매야 울 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

울 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다)

그리움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

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백무선:함경북도 백암에서 두만강의 삼림 지대를 가로질러 무산을 잇는 철도

위에서 설명한 기본적 감상법에 따라 (가)(나)(다)를 감상해 보자.

1

(가) 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이 시는 ① 시적화자인 ‘내’가 ② 기계음 가득한 도시의 가난 속에서 ③ 그리움의 대상들을 간절히 부르지만 끝내 좌절하는 시이다. ④ 그 좌절들을 통해 화자의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고 ‘새파란 달빛’ 등의 감각적 표현도 보인다. ⑤ 그래서, 긍정적 의미(-)는 그리움의 대상인 ‘어머니, 새빨간 감, 바람소리’ 등이며 부정적 의미 ( △ )는 ‘가난, 호각소리, 기계 굴러가는 소리’ 등이다.

2

(나) 추억에서 - 박재삼

이 시는 ① 시적화자인 ‘내’가 ② ‘울 엄매’를 추억하는 과거 회상의 상황에서 ③ ‘어머니의 한’을 안타까워하고 고생하신 어머니를 눈물로써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④ 그 마음을 어둠과 추위의 이미지(‘밤빛’ ‘손 시리게 떨던가’)로 표현하고 있고, 또 감정이입(‘은전의 한’ ‘옹기의 눈물’)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⑤ 그래서 긍정적 의미(-)로는 ‘울 엄매, 별빛’ 등이 있으며 부정적 의미 ( △ )는 ‘한, 골방안’ 등이 있다.

3

(다) 그리움 - 이용악

이 시는 ① 실향민인 ‘나’가 시적화자로 설정이 되어 있으며 ②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올라 타 고향을 떠나는 상황이며 ③ ‘눈’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너’와 ‘작은 마을’을 그리워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④ (가)의 표현처럼 의문형 진술 (‘눈이 오는가’ ‘내리는가’)을 반복하고 있고, 또 어둠과 추위의 이미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를 통해 삶의 고난을 보여주고 있다. ⑤ 긍정적 의미( - )는 ‘눈, 너, 작은 마을’이며 부정적 의미 ( △ )는 ‘검은 지붕’, ‘얼어드는 밤’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감상법을 통해 문제를 풀어 보자.

1. (가)~(다)의 공통점으로 알맞은 것은?

①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드러나 있다.

② 화자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③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④ 화자 자신의 과거를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고 있다.

⑤ 자연 친화적인 삶의 태도가 나타나 있다.

<풀이>

하나

문제 읽기를 통해 시적화자의 태도를 알아야 함을 알 수 있다.

지문 읽기와 근거 찾기를 통해 정답이 ①번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드러나 있다’임을 파악할 수 있다. 즉, (가)는 사랑하는 대상인 ‘어머님’을 ‘보고 싶다’라고 하며, ‘이 모든 걸 버려야 하는’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추억에 빠진 화자가 대상인 ‘울 엄매’를 그리워하며 ‘울 엄매야, 울 엄매’라고 가난했던 어머니에 대한 ‘한’과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다. (다)는 대상인 ‘작은 마을(고향)’을 내리는 눈을 통해 추억하고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이라는 말을 통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2. (가)의 ㉠~㉤ 중, (다)의

작은 마을

과 그 이미지가 대응되는 시어는?

① ㉠:눈

② ㉡:메밀묵

③ ㉢:기계 굴러가는 소리

④ ㉣:새빨간 감

⑤ ㉤:울음

<풀이>

하나

문제 읽기를 통해 ‘대응’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즉 ‘대신 호응’하는 것, 유사한 의미를 가진 시어를 찾으라는 것이다.

지문 읽기와 근거 찾기를 통해 (다)의 ‘작은 마을’이 ‘그리운 곳’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각 선택지와 1대1 대응을 했을 때 ④번임을 쉽게 고를 수 있다. 왜냐하면 ④번의 ‘새빨간 감’은 ‘바람소리’와 함께 시적화자가 ‘그려보는 것’, 즉 그리워하는 것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휘력 Tip Tip>

1. ‘자랑스러운 아빠’가 맞아요? ‘자랑스런 아빠’가 맞아요?

- ‘자랑스러운’이 맞습니다. ‘자랑스러운’은 기본형이 ‘자랑스럽다’인데 ‘ㅂ’이 불규칙적으로 활용되면서 ‘우’로 바뀌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ㅂ 불규칙 활용’의 또 다른 예로는 ‘부끄러운’이 있습니다. ‘부끄런’이 아닌 것이지요.

2. ‘재털이’가 맞아요? ‘재떨이’가 맞아요?

- 담뱃재를 떨어뜨리는 의미가 있으므로 ‘재떨이’가 맞습니다. 흔히 쓰는 ‘재털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하지만 ‘재를 털다’라는 말은 맞습니다. 담뱃재만 재가 아니니까 다른 재는 옷에 묻으면 털어야 되죠. 그래서 ‘재를 떨다’와 ‘재를 털다’는 모두 쓰일 수 있는 말입니다.

3. ‘딴지를 걸다’가 맞아요? ‘딴죽을 걸다’가 맞아요?

- ‘딴죽을 걸다’가 맞습니다. 딴죽은 ‘딴족’이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딴’은 ‘다른’을, ‘족’은 ‘발’을 말하므로 ‘딴족’은 바로 ‘다른 사람의 발’을 의미하죠. 즉, 다른 사람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듯 방해를 한다는 뜻입니다.

<이상 언어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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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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