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도없는 단짝의 결혼, 그리고 우정과 질투

여자들이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때는 크게 보면 2가지 경우다. 부모님이 중병에 걸렸거나,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한다고 통보를 해 올때.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바로 후자에 해당되는 영화다. 여성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결혼을 소재로 한 영화는 그동안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대개 결혼을 앞둔 여자들의 심리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결혼식에서 한번쯤 있음범직한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질투 등 미묘한 감정 변화를 다룬것이 틀린점이다.

만나는 남자는 나쁜 남자, 직장에서도 해고통지를 받기 일보 직전의 애니(크리스틴 위그). 삶이 더는 내 편이 아니라는 자조를 냉소로 견뎌내던 어느 날, 절친한 릴리안(마야 루돌프)으로부터 결혼 선언을 듣는다.

릴리안의 부탁 속에 들러리 대표로 뽑힌 애니. 그러나 막상 파티에 가 보니 릴리안은 새로 사귄 친구들로 둘러싸여 있다. 부유한 헬렌(로즈 번), 일탈을 꿈꾸는 마님 리타(웬디 맥렌던 커비) 등 당장 월세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애니 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다.

애니는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위축감을 털어내지만, 쪼그라드는 마음만은 숨기기 어렵다. 게다가 단짝처럼 붙어 다니는 헬렌과 릴리안의 모습은 점점 애니의 마음에 질투심을 불 지른다. 결국 애니와 헬렌은 결혼식 준비를 두고 사사건건 부딪혀 결혼식 준비는 사공이 많은 배처럼 잘못된 길로 빠져든다.

영화는 코미디물임에도 불구하고, 웃음과 진지함을 번갈아가며 넘나든다. 여성 코미디에서는 보기 드문 여배우들의 코믹 퍼포먼스에 넋을 놓고 보다가도, 공감가는 인물 캐릭터들의 행동을 쫓아가다보면 어느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게 만든다. 여자들의 순간순간의 섬세한 감정 변화와 숨길 수 없는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가진 강점은 뉴요커의 환상과 트렌드에 중점을 둔 ‘섹스 앤 더 시티’보다 좀더 친근한 인물 캐릭터들도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지지리 궁상맞고, 되는 일도 없다. 그래서 주인공이 나 같고, 내가 주인공같은 특이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앞으로의 예측을 과감하게 비튼 점도 무척 신선한다.

현실적인 캐스팅도 꼭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을 준다. 역할에 잘 어울리는 얼굴들이 곳곳에 포진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은 정확하게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서 연기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비행기 장면처럼 필요없는 잔가지들이 가끔 눈을 거슬리고, 우리에게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들러리 문화를 그렸다는 점이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애니를 제외한 여성 캐릭터들의 매력이 다양하게 표현되지 않고, 애니와 경찰관 로즈(크리스 오다우드)의 사랑 이야기도 보조적인 에피소드에 그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은 신부 들러리(Bridesmaids)다. TV 드라마 `오피스`를 연출한 폴 페이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원세연 기자 wsy780@daejonilbo.com 취재협조: CGV대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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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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