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공존 영상으로 승화

박병규 감독
박병규 감독
충남 금산군 재원면 명곡 2리 바리실 마을에는 ‘제비’라 불리는 녀석들이 하루종일 지저귀며 재잘거리는 소리로 마을을 메운다. 불과 20여년 전만 하더래도 ‘제비’는 농촌마을의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철새였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올거라며 빨래를 걷곤 하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생각 날 정도로.

유년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간직한 철새 ‘제비’는 급속한 산업화 등으로 인해 이제는 농촌에서조차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린지 오래다. 헌데 그런 제비가 금산군 재원면 바리실 마을에서는 동네 각 집에 하나의 둥지를 틀 정도로 정겨운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체 이 바리실 마을에서는 과연 어떠한 일이 있었기에 사라져만 가던 제비가 돌아와 준 것일까? 이유는 바리실 마을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이다. 바리실 마을 사람들은 수년째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마을의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덕분에 바리실 마을은 생각지도 못했던 떠나간 옛님이라도 맞이하는 양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를 반갑게 맞이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을을 떠났다 돌아온 제비들은 마치 터줏대감이라도 된 듯 마을의 곳곳에 제비집을 짓고는 주민들의 따뜻한 환영과 사랑 속에 고향의 안식과 평안을 되찾은 것만 같다. 인간과 제비의 공존,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곁에서 추방했던 자연의 일부를 다시금 되찾아가는 여정의 중요한 발걸음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발걸음을 쫓아 충남 금산군의 바리실 마을로 떠나보자.

이십여년 전만해도 우리는 참으로 제비에 대한 말을 의외로 많이도 듣고 자라났다.

‘강남같던 제비가 돌아왔다’, ‘제비가 낮게 날면 조만간 비가 올 것이다.’, ‘제비가 기러기 뜻을 모른다’, ‘흥부집 제비새끼만도 못하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여름이 온 것은 아니다’ 등등 각종 속담과 속설에 제비를 인용하며 대화를 하던 일상의 풍경이 그리 멀지도 않건만 어느새 제비가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져감과 동시에 이런 일상의 대화들도 이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사어가 돼 버린것이 현실이다. 단편 다큐멘터리 ‘그 곳에 가면 제비가 있다.’는 이렇게 우리의 주변에서 사러져버린 제비가 다시금 돌아와 옛 풍경을 자아내고 있는 충남 금산군의 바리실 마을의 제비들과 그들과의 공존을 위해 애쓰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다큐는 실제로 돌아와 마을의 구석구석에 둥지를 짖고는 삶의 터전을 마련한 제비들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해 내면서 그들의 반가운 모습을 상영시간 내내 보여주며 ‘인간극장’ 같은 휴먼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으로 유명한 ‘이금희’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통해 제비들이 돌아온 현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마도 이는 짧은 시간안에 메시지를 최대한 강조,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연출의도에서 선택된 방법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덕분에 외려 이 작품이 일상에서 제비가 사라진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을 환기시키면서 친환경 농법 등을 통해 생태계를 복원해내며 결국엔 제비가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가꾸어낸 바리실 마을의 현실을 포착해 내는데는 다소 미흡한 측면을 드러내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상대적으로 짦은 시간 안에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아내고 전달해야 하는 단편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한 가지의 측면을 부각시키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마땅한 것이 없었을 수도 있다. 다만 단순히 제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시선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포착되어지지 않던 ‘제비’라는 존재를 포착하고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화두를 영상으로 표현하고자 한 학생감독의 열정과 의지는 이 작품을 함부로 스쳐지나가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바로 그러한 열정과 의지에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나운서 중 한명인 ‘이금희’ 씨 또한 학생감독의 첫 출사표에 선뜻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준 것은 아닐까?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감독 프로필

박병규

- 대전보건대학 방송제작과 졸업

- 2009 단편다큐멘터리 <그 곳에 가면 제비가 있다>

2009 대전독립영화제 본선 경쟁

2010 CMB대전방송 <열린 미디어 세상>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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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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