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간 정 나눠요

마정미 교수님께.

한남대 정치언론·국제학과 4년 조원강

교수님 안녕하세요.

낭만이 살아 숨 쉬는 대학에 입학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학년이 되었습니다. 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신입생 때의 추억들은 이제 머릿속에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군 제대 후 바뀐 학우들과 예비역으로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군요. 복학하고 교수님을 만나게 된 것은 제게 행운이었나 봐요. 교수님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들었습니다. 저희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냉철하게 지도해주셨던 교수님 덕분에 그렇게 2,3학년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저는 나름 세상에 나갈 준비를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대학생활을 돌이켜보면 많은 부족함을 느낍니다. 학과 선배나 동기들은 휴학하거나 유학을 준비하며 나름의 목표대로 열심히 준비하는 것 같은데 그에 비해 저는 너무 준비가 미흡한 것 같아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저도 졸업과 동시에 청년실업자가 되는 건 아닌지 솔직히 걱정도 되었습니다. 제게 힘이 되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저의 고민을 들어주고 제가 가야 할 방향을 잡아줄 단 한 분이 떠올랐습니다. 교수님께 전화로 상담을 신청했었지요. 교수님은 학과장을 맡고 계시고 방학 중에도 무척 일이 많으셨음에도 저를 연구실로 불러주시고 시원한 음료를 건네며 차근차근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셨지요. 예전에 교수님과의 대화가 많이 없었기에 처음에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머뭇거렸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님께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여러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졸업을 앞두고 불안한 제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때로는 교수님께서 겪었던 고민을 말씀해주시면서 제 고민에 공감해주시고 너무 나약해지거나 노력하지 않는 제게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저에게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교수님을 통해서 많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 좀 더 일찍 교수님과 만나 앞으로의 진로와 같은 고민들을 상담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 후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저의 귓가를 좀처럼 떠나지 않습니다. 어제는 태양이 내리쬐는 가운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제 마음 또한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현재 네가 하고 싶어하는 것 중에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지만 좀 더 현재에 필요한 것들을 행하라.” 교수님 말씀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원강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더위와 장마가 번갈아 가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남은 방학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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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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