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북부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지붕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온통 바위산에 뒤덮여 있다. 그 옛날 일어난 지각변동으로 엄청난 길이와 깊이의 단열(斷裂)이 생겼는데 에티오피아는 중심지였다.

국토의 태반에 높이 몇천m의 돔형 바위산이 울퉁불퉁 솟아올라 있고 깊이가 몇백m인 계곡도 있다. 아비시니아 고원지대였다.

그래도 거기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천연 요새가 되어 있는 지세 덕분으로 열국의 침략을 면한 사람들이었다. 아비시니아 고원 서남쪽 산자락, 케냐와 수단과의 국경지대에 물이 흐르고 있고 광야나 사바나 초원 산림이 더러 있는데 그런 곳에 마을들이 들어서 있었다.

각종 야생동물도 살고 있었다. 소형 영양과 사슴 종류가 살고 있었고 코끼리도 드나들고 있었다. 바위산과 그 기슭에는 도마뱀, 뱀 등 파충류도 있고 산양과 비비도 살고 있었다.

초식동물을 노리는 포식자도 있었다. 먹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자의 무리는 거기까지 들어오지 않았으나 그 대신 표범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이에나나 들고양이도 돌아다녔다.

그 일대 바위산 자락에 사람을 비롯한 동물이 살면서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생태원을 이루고 있었다.

1960년 8월 여섯 명의 영국인 학자가 원주민마을 가까이에 천막을 치고 머물고 있었다. 영국왕실박물관 소속 조셉 교수 부부와 젊은 조수 두 사람인데 그들은 동물학자였다.

에티오피아의 바위산에 오른 학자들은 대부분이 지각 단열을 연구하려는 지리학자이거나 화석을 연구하려는 고고학자인데 그들 네 명의 학자는 바위산 자락에 형성된 동물의 생태를 조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8월 어느 날 그곳에 있는 마을에서 큰일이 생겼다. 인구가 300명이나 되는 꽤 큰 마을인데, 추장의 아들이 행방불명되었다. 아직 엄마의 젖에서 떨어지지도 않은 사내아이인데, 집 앞마당에 깔린 멍석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부모가 잠시 이웃집에 간 사이에 없어졌다.

마을 사람들이 총동원되어 찾아봤으나 아이는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조셉 교수의 조사대원들도 수색에 참가했다. 그 아이는 교수 일행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탄생했으며, 조사대원들도 그 축하 잔치에 참가했다. 덩치가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귀여운 아이였다.

현장에는 핏자국이 없고 발자국이나 이렇다 할 흔적도 없었다.

수색하던 마을 사람들은 아이가 사람에 의해 납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반상훈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