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자줏빛 함성’ 불협화음만

대전과 수원 삼성 팬들은 K리그 내에서 대표적인 견원지간으로 통한다. 2003년 K리그에서 많은 서포터즈들을 보유하고 있던 두 구단은 8년여동안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다. 대전의 간판선수였던 이관우가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두 구단 사이를 어렵게 만들었고, 대전의 기대주였던 배기종마저 수원을 택했을때는 두 팀 팬들 사이에 강한 앙금을 남겼다. 올 시즌 직전에는 대전의 아들 우승제까지 수원으로 떠나면서 양팀 팬들은 더욱 불편한 관계가 됐다.

서포터즈들의 서포팅 역시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했다. 매 경기마다 수많은 서포터즈들이 자존심을 건 응원전을 펼쳤고, 과열된 응원열기는 물리적 충돌까지 만들어냈다. 양팀의 경기가 있는 날은 100여명의 경찰 병력이 경기장에 배치되기도 했다.

대전은 8년동안 수원을 상대로 한번도 패하지 않은 성적으로 이를 보답했고, 팬들은 열광적인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홈에서 열린 양팀의 경기에서 대전은 수원에 1-3으로 패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했던 응원에서도 빛이 바랬다.

대전의 한 서포터즈는 경기 이후 “그동안 수원전 만큼 응원에서 밀리지 않았는데, 선수들보기 부끄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초심 잃은 서포터즈

창단 15년을 맞은 대전시티즌 서포터즈는, 현재 퍼플크루와 지지자연대로 나뉘어져있다. 한 지붕에서 생각이 다른 두 가족이 살고 있는 셈이다.

한때 ‘자주빛 함성’이란 부러움을 받았던 이들은 지난 2005년이후 각자의 방법으로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갈등과 불협 화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구단의 건전적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감정 섞인 무조건적인 비판이 앞서고 있고, 상대방과 생각이 맞지 않을때는 일단 비난과 비판을 가하고 있다. ‘대전의 함성’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차기 감독 선임 문제를 두고 지리한 공방전을 벌이며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대전 구단의 성격과 맞는 감독의 조건 및 해야 할 역할, 바라는 점 등에 대한 진지한 제언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인물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하는 등 순수하지 못한 모습이 반복, 재현되고 있다.

초창기 서포터즈로 활동한 A씨는 “초창기 서포터즈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선진축구의 트렌드를 조사해서 구단에 제언하고, 구단 경영이 바람직하지 못한 길로 갈때는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었다”며 “현재 서포터즈는 자신의 역할과 도덕성을 망각하고, 지극히 정치적으로 가고 있다. 하루빨리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포터즈의 표본인 일본 ‘콘사도레’

1996년 상공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창단한 일본 콘사도레의 서포터즈는, 대전시티즌 서포터즈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길을 제시해준다.

콘사도레는 J리그에서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으로 알려져 있다. 콘사도레 팬들은 내 고장 축구팀에 대한 애착을 기본으로, 구단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콘사도레 경기장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10대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이들은 출입구에서 입장권 확인, 장내 정리, 서포터스 가입 접수 등의 역할 외에도, 경기 이후에는 청소까지 도맡는다.

콘사도레 한 관계자는 “콘사도레 서포터즈는 17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고, 경기때는 100명 이상이 유니폼을 입고 나와 자원봉사를 해주고 있다”며 “이들 덕에 경기장 분위기도 좋아졌고, 경비 절감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콘사도레 서포터즈는 재정이 열악한 구단을 돕기도 한다. 100여명의 서포터즈(개인사업자)들은 자신의 가게에 ‘우리는 콘사도레를 돕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걸어놓는가 하면, 사용액의 1%를 구단에 기부하는 신용카드로 만들어 놨다. 삿포로 맥주는 삿포로 프리미엄 한 캔이 팔릴때마다 1엔의 기부금을 구단에 내기도 한다. 눈 여겨볼 점은 이들은 이런 일을 하면서도 그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지역에 대한 애착심과 자존심이 축구단을 통해 단결된 모습으로 보여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끝-

원세연 기자 wsy78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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