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 반값 등록금의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2학기 등록금을 걱정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여 7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되고 여러 대학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와 관련하여 동맹 휴업 실시, 시민들과 연예인들의 집회 참여 등 국민 전체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은 의대가 아닌 대학도 연간 1000만원을 넘나든다.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등록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높은 등록금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2010 회계연도 사립대 결산서에 따르면 100개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등록금을 8100억 규모의 적립금으로 챙겼다. 학교 경쟁력 강화와 학생 복지 등을 내세우며 높게 책정된 등록금이 이런 곳에 쓰이고 있다니 정말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작년 사립대 경영진단에서는 27개교가 강제 퇴출이 불가피한 D등급을, 78곳이 정원 감축이나 학과 통폐합 같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C등급을 받았다.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줄인다, 만다의 논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기본적으로 대학에 대한 전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등록금을 적립금으로 소유하여 본 목적인 학교 경쟁력 강화나 학생 복지 등을 위해 등록금을 사용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 추진과 별도로 등록금 인하를 적극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등록금에서 남긴 8100억원으로 적어도 1인당 81만원 정도의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 부실 대학이나 교육 환경이 열악한 대학 또한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요구나 수업 환경 개선 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활발한 연구로서 대학 자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 이상으로 추정된다. 고등학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가난한 학생이라도 등록금의 부담 없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은 벌써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2011년 국가에서 정한 최저임금인 1시간 기준 4320원으로 계산을 해보았을 때 1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매일 일했을 때 500만원 남짓을 모을 수 있다. 연평균 대학 등록금이 8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집안 자녀 중 2명만 대학에 다닌다고 쳐도 평균적으로 약 1600만원이 등록금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가정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저소득층의 교육기회 또한 낮아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교육은 사회계층을 구분 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학자들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얼마나 많은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일생 동안 누리게 될 사회·경제적 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교육기회가 낮아지게 된다면 양극화를 고착시키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과거 조선시대처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해 계층이 형성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높은 교육비 문제는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과도 큰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는 원인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자녀 교육과 양육비 부담 항목에 응답률이 총 64.7%를 차지하였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자녀의 교육과 관련하여 부모에게 큰 부담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연으로부터 얻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재가 자원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비로 인해 인재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출산율이 감소하여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수가 아예 감소하여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청·장년층의 인구감소로 인해 노인 양육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이것은 결국 국가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교육비를 낮춤으로써 학생들은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부모들에게는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부담을 줄인다. 자녀 양육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출산율의 상승과 많은 인재 양성, 그리고 노인인구 부담 비율을 줄임으로써 국가 경쟁력의 향상을 기대한다.

대학은 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들을 배출하는 아주 중요한 곳이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더 이상 감당 불가능한 높은 등록금으로 오히려 인재를 양성하는 기회를 빼앗고 있다면, 이는 인재를 양성하는 배움터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반값 등록금 문제를 단순히 여야 간의 당쟁을 위한 이슈로 그쳐버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우리 교육을 바로 세우는 좋은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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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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