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원 한남대학교 부총장

‘1. 수업은 정시에 시작할 것, 2. 수업은 정시에 끝낼 것, 3. 모든 학생에게 과목마다 숙제를 내줄 것, 4. 교수와 학생은 결강하지 말 것, 5. 기독교 분위기를 유지할 것.’

이것들은 William Linton(한국명:인돈) 박사가 제시한 모든 강의실에서 실천해야 할 기본원칙이다. 인돈 박사는 미국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직후 21세인 1912년부터 일생을 한국에서 일한 미국인 선교사로 1956년 한남대학교를 설립하고 초대 학장을 역임했던 분이다. 학교 설립 후 1960년 암 수술을 받기 위하여 미국으로 떠나시면서 위의 5가지 글을 칠판에 적어 놓으셨다. 귀국해서 3개월이 채 못 되어 회복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나셨기에 유훈이 된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한남대학교 학생들과 교수들의 실천원칙이다.

이 글들의 내용을 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교실 수업에 임하는 교수와 학생이 지켜야 할 기본이다. 한데 그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떠할까.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기본의 필요성은 동일하다. 기본 없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음식이나 운동, 바른 습관과 몸의 바른 자세 등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이 지켜지지 않고 건강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운동선수의 경우에도 운동의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고서는 인기 있는 성공한 선수가 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부모로서 지켜야 할 기본이 있고 자녀는 자녀로서 지켜야 할 기본이 있다. 부모와 자녀가 가정에서 각자의 기본에 충실할 때 그 가정은 행복해질 수 있다. 정치인은 정치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이 있고 직장인은 직장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이 있다. 국민의 지켜야 할 기본이나 시민의 지켜야 할 기본도 존재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 4대 의무는 국민이라면 지켜야 할 기본이다. 공공사회의 시민이 문명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문화시민으로서 기본을 잘 지킬 때 그 사회는 살 만하고 발전하지만 기본을 지키지 못하면 발전 없는 문화미개인이 된다.

요즈음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당연시된다. 옛날 나의 어린 시절에는 줄 서는 기본도 잘 지켜지지 않아서 혼란을 겪기도 했었다. 요즘도 가끔은 새치기를 시도하는 얌체도 있지만 대부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어느 면에서는 시민으로서 기본을 잘 지키지 못하는 미개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벤치에 않아 담배를 피우다가 근거리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담배에 가래침을 뱉어 길바닥에 버리고 발로 비비는 미개인이 있는가 하면 외제차나 값비싼 차를 타고 달리면서 창문을 열더니 슬그머니 피우던 담배를 밖에 버리는 값비싸게 살아가지만 문화인이 되지 못한 미개인들이 의외로 많다. 휴지나 쓰레기 버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엘리베이터와 같은 좁은 공간에서 너무 큰 소리로 떠드는 미개인도 있으며, 공원이나 학교교정 같은 곳에서 밤새도록 부어라 마셔라 기분 좋게 술판을 벌인 후 모든 쓰레기는 버려두고 몸만 가버리는 미개인들도 있다. 탈법을 일삼으면서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미개인이다.

이러한 미개인들이 문명화된 시민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교육이다. 알려주는 것, 가르쳐 지키게 하는 것이다. 학교교육이 중요하고 가정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한 엄마가 횡단보도로 돌아가자는 어린 딸아이의 요구를 묵살하고 억지로 손을 붙들고 무단 횡단을 하는 광경은 시민의 자질이 뛰어난 어린 딸아이를 미개인으로 전락시키는 예를 보여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사용하여야 할 공공의 환경이 파괴되고 불유쾌하게 되는 것은 무례하고 교육이 안 되어 있는 미개인들 때문이다. 미개인들의 경우 미처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여 미개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을 그럴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묵인하는 태도를 버리게 하고 잘못된 것은 해서는 안 되는 기본으로 일깨우도록 교육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일깨우고 자녀가 부모를 일깨워야 한다. 선생님들이 제자들을 일깨우고 제자들이 선생님을 일깨워야 한다. 친구들이 서로서로 일깨워 주어야 한다. 신문이 국민을 일깨우고 방송이 시민을 일깨워야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서 개인의 미개상태를 벗어나게 하는 기본교육은 어린이나 학생들뿐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성인교육이 잘 되면 어린이 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과 학교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 각종 매스미디어들도 사회교육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음을 깨닫고 “기본에 충실하자”는 슬로건 아래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문화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봄이 좋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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