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구<충남교육청 학교정책과장>

속이 편안하면 얼굴도 편안하다. 속이 안 좋으면 얼굴에 그 기분이 나타난다. 남의 얼굴을 살피면 그 사람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속을 드러내지 않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남에게 보이기 거북한 일을 숨기려는 것도 어느 결에 얼굴에 살짝 드러나게 된다. 얼굴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관상학적으로 얼굴모습이나 체형을 심리적 특성과 체계적으로 대응시키는 학문을 관상학(觀相學)이라 한다. 종종 사이비 학문이나 사기행위로 여겨지는 관상학이지만, 외모만으로도 한 사람의 성격을 판별하거나 몸매 혹은 얼굴생김에서 직관적 인지를 얻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얼굴에 대하여 여섯 장에 걸친 연구보고서를 냈다. 강인함과 나약함, 천재성과 우둔함 등의 기질을 나타내는 외모를 설명하기도 하였고, 성격의 일반적 특성, 피부색, 머리카락, 체형, 손과 발, 걸음걸이, 목소리 등의 외모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성격 등에 관하여도 재미난 보고를 하고 있다.

두툼한 주먹코를 가진 사람은 우둔하고 욕심이 많다. 코끝이 날카로운 사람은 마치 개와 같이 성미가 급해 쉽게 화를 낸다. 둥글고 큰 뭉툭코를 가진 사람은 사자처럼 관대하며, 가늘고 휘어진 코를 가진 사람은 독수리 같은 성격을 지닌다. 이런 보고는 사실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얼굴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덕(德)의 일부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덕의 분량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그 덕의 일부를 드러내는 것이 그의 얼굴이라는 결론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덕의 총 분량도 가늠할 수 있다.

‘얼굴’은 순우리말이다. 그 의미는 ‘영혼의 통로’라고 해석된다. ‘얼’은 ‘영혼’이요, ‘굴’은 ‘통로’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굴을 보면 그 얼굴을 통하여 영혼이 어떻게 드나드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선한 사람은 선한 영혼이 얼굴에 씌어 있다. 악한 사람은 얼굴에 악한 영혼이 드나들고 있다고 말해준다.

마음의 상태에 따라 얼굴의 모습은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변화한다. 마음이 아프면 얼굴에도 그 아픔이 드러난다. 기쁠 때에는 기쁨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아무리 속이고자 해도, 아무리 나타내지 않으려 해도 속에 있는 기쁨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얼굴은 사람들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된다. 아마 사람들의 얼굴은 마치 그들의 영혼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것처럼 시시때때로 바뀌는 것이 아닐까. 기뻐하는 영혼이 드나들 때에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 나타나고, 슬퍼하는 영혼이 드나들 때에는 슬퍼하는 영혼이 얼굴에 가득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얼굴은 정직하다.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은 6초밖에 안 걸린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는 외모, 표정, 제스처가 89%요, 목소리의 톤(tone), 화법(話法)이 13%, 나머지 7%가 인격이라고 한다. 이렇듯이 정직함을 알아내는 시간은 결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얼굴은 80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지고, 80개의 근육은 7000가지의 표정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표현하고자 하는 오욕(五慾) 칠정(七情), 갖가지 미묘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는 기관이 바로 얼굴이다.

맑은 영혼이 깃들지 않은 아름다운 얼굴은 마치 반짝이는 유리 눈과 같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얼굴이 추천장이라면 아름다운 마음은 신용장이라는 말도 있다. 얼굴이 앞서가고 마음은 뒤따라간다. 그러나 얼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서 마음을 나쁘게 쓰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추천장에 비하여 신용장이 부실한 것이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얼핏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서 마음속까지 단정해서는 안 된다. 독심술(讀心術)에 능통하여 상대방의 마음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고 해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아무리 직관이 발달한 사람도 남의 얼굴 속에 숨겨진 진실을 숨김없이 알아낼 수도 없고, 마음의 세밀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진단하기란 불가하다.

과연 내 얼굴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내 마음 속 깊은 곳의 사랑하는 마음을 언제나 얼굴에 나타낼 수 있을까? 내 영혼의 통로인 내 얼굴이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 그저 궁금하다.

이대구<충남교육청 학교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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